(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가 한국 가는 게 무서웠나.
김민재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이 그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소집 취소를 먼저 확정지어 발표하고 말았다.
뮌헨 사령탑인 벨기에 국적의 월드클래스 수비수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의 김민재 관련 발언, 이어진 공식 홈페이지 발표 등을 보면 김민재가 이달 말 열리는 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7~8차전에 출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를 뮌헨 구단이 그의 대표팀 합류 불발을 먼저 확정된 듯이 발표하는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뮌헨 구단은 함구하고 있지만 독일 언론은 일제히 내달 8일 열리는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맞춰 김민재가 돌아올 것을 내다보고 있어, 김민재 부상 및 재활이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한 '빌드업'이 아니었나란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 '철기둥' 김민재가 결국 쉰다.
한 두 경기가 아니다. '수주'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한 달 정도는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만에 분데스리가 우승 탈환을 노리는 뮌헨은 물론이고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짓기 위한 2연전을 앞둔 홍명보호에게도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김민재의 결장 소식은 14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인근 구단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려졌다. 뮌헨은 오는 15일 오후 11시 30분 정우영 소속팀인 우니온 베를란과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26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콤파니 감독은 회견 도중 선수단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서슴 없이 김민재를 먼저 얘기했다.
콤파니 감독은 "김민재가 부상을 입었다. 너무 오래가지 않길 바라지만 일단 복귀하는데 몇 주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민재는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있다. 이미 알려진 얘기다"며 "언젠가 다시 뛸 수 있길 바란다. 지금 이미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에 앞으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걱정스런 정도가 아니길 빈다"고 했다.
독일 언론은 이후 김민재가 4월8일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홈 경기를 목표로 재활에 돌입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도 김민재의 부상을 공식화하며 한국 대표팀 소집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뮌헨은 당분간 김민재를 활용할 수 없다"고 밝힌 뒤 "금요일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콤파니 감독이 김민재의 아킬레스건 부상을 확인했고 '그가 너무 오래 재활하지 않기를 바란다. 몇 주 갖고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이런 이유로 김민재는 다음 주에 열리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는 것을 취소해야 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김민재의 부상을 인지하면서도 그의 대표팀 명단 제외를 아직 공식화하진 않다가 15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그의 소집 해제를 발표했다.
김민재의 아킬레스건 부상은 며칠 사이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다.
김민재 스스로 고백할 만큼 널리 알려진 얘기다. 통증 등이 더 심해지면서 김민재와 뮌헨 구단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 분데스리가 몇 경기와 A매치를 빠지더라도 지금 치료하는 게 이번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4~5월을 위해 최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새다.
김민재의 아킬레스건은 지난해 말부터 좋지 않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김민재는 출전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진통제를 맞으면서 버텼다.
이토 히로키, 알렉산다르 스타니시치 등 센터백이 가능한 수비수 두 명이 장기 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쉰 탓이다. 백업 수비수 에릭 다이어의 스피드가 떨어지다보니 김민재는 프랑스 국가대표인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부동의 센터백 듀오로 뛰었다. 특히 김민재는 전반기 24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는 강행군을 펼쳤다.
새해 들어 조금씩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이었고, 중간 몇 경기를 쉬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난 1월16일 열린 호펜하임과의 분데스리가 경기에 앞두고 훈련에서 아예 빠졌다. 이 때 뮌헨 구단이 김민재의 아킬레스건 때문에 걱정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호펜하임전을 결장한 그는 지난달 13일 셀틱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팀 훈련에서 빠진 채 개인 훈련을 통해 회복에 집중했다.
셀틱전은 뮌헨 입장에선 양보할 수 없는 토너먼트 승부였지만 김민재는 결국 셀틱 결장했다.
레버쿠젠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도 김민재는 힘들게 뛰는 모습이 역력했다. 독일 매체 TZ가 "김민재는 지난 12일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이미 나쁜 징조가 보였다. 상당히 고통스럽게 뛰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김민재 역시 지난해 말 "(10월)프랑크푸르트전 이후 약간의 문제가 있다.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다만 "최대한 자주 출전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벤치에 앉느니 차라리 뛰다가 부러지는 게 낫다"며 부상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래도 출전하는 게 행복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한국을 오가고, 중동을 다녀가는 강행군을 펼치다보니 지난해 11월 대표팀의 쿠웨이트 원정 때는 "아, 힘들어"라고 탄식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다.
다만 이번 김민재 부상에 대한 뮌헨과 한국 대표팀의 온도 차는 확연할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분데스리가에서 승점 61을 기록, 9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레버쿠젠(승점 53)을 8점 차로 따돌리고 있다. 아직 안심할 순 없지만 그래도 김민재가 2~3경기 빠질 공간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뮌헨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챔피언스리그 일정엔 공백 없이 돌아오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홍명보호는 다르다. 2026 월드컵 본선행에 90% 이상 다가가긴 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조금 남았다. 특히 지금 대표팀은 좌우 풀백이 불안하고, 김민재의 파트너가 될 또 다른 센터백도 확실하지 않다. 김민재에게 120%를 의존하고 있는데 그가 빠진 것은 지난해 10월 손흥민 결장 이상으로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뮌헨 구단 입장에선 김민재가 8000km를 이동해 한국 다녀오는 상황이 크게 걱정될 수도 있다. 뮌헨은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과 8강을 치르기 때문에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선수를 수상했던 김민재의 수비가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국 대표팀이 본선행을 마지막 점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뮌헨 구단은 김민재가 한국을 다녀온 뒤 부상 커지는 것이 두려웠을 수 있다. 묘한 시기에 치료와 재활에 돌입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중계화면 / 라 가데타 델로 스포르트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