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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키즈', 세계에 당찬 첫 걸음을 내딛다

기사입력 2011.10.11 08:2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 피겨 유망주들이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모두 소화했다. 러시아와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한국 피겨가 일어설 수 있는 '희망'도 발견됐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서 남자 싱글의 이준형(15, 도장중)은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싱글 사상, ISU가 주관하는 공인 대회 남자 싱글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대회 여자 싱글에 출전한 박소연(14, 강일중)은 4위에 올랐다. 아깝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44.71점을 받으며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 국내 여자 싱글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는 국내 피겨 기대주들의 도약기였다. 97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인 김해진(14, 과천중), 박소연, 이호정(14, 서문여중)등이 여자 싱글에 출전했고 이동원(15, 과천중)과 이준형이 남자 싱글에 도전했다.

1차대회 여자 싱글에 출전한 이호정만이 12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또한, 김해진과 이준형은 각각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가 홀로 국제대회를 휩쓴 이후, 한국 피겨는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김연아의 영향을 받은 어린 스케이터들은 올 시즌부터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재능과 열정을 갖춘 선수들이 동시에 출연한 점이 한국 피겨의 미래를 밝게 만들고 있다. 또한, 예전과는 다른 시스템들이 조금씩 구축되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김해진-박소연, 국제무대 경쟁력을 갖추다


지난해부터 국내 여자 싱글의 판도는 김해진과 박소연의 '2강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두 유망주는 올 초에 열린 '2011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8월에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대표 파견선발전에서도 1,2위에 올랐다. 김해진은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완성하고 난 뒤, 지난해 초부터 국내 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종아리 봉합 수술로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해진에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본격적인 도전은 올 시즌부터 시작됐다. 첫 대회인 2차시리즈에서는 프리스케이팅의 부진으로 인해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4차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며 시상대 위에 올라섰다.

김해진은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문제로 인해 이번에도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갈고 닦은 트리플 플립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점프 성공률과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도는 다른 선수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최연소 국가대표'인 박소연은 올 시즌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했다. 97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들 중, 10월 24일 생인 박소연은 올 시즌부터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처음으로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6차 인스부르크대회에서는 지나친 긴장감 때문에 6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1주 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7차대회에서는 4위로 도약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김해진이 4차대회에서 세운 144.61점을 간발의 차로 넘어서며 시즌 최고점을 수립했다.



144점대의 점수는 지난 2004년, 김연아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148.55점을 받은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두 선수 모두 타고난 재능도 탁월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하게 연습한 노력이 결실로 이어졌다.

점프 성공률이 장점인 김해진은 스케이팅까지 발전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3+3를 비롯한 다양한 점프를 소화할 수 있는 점과 실전 경기에서 강한 점이 김해진을 '국내 1인자'로 이끌었다.

김연아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김해진은 11월에 열리는 전국랭킹전에 출전한 뒤, 내년 1월에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이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박소연은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모처럼 깨끗한 연기를 펼쳤다. 점프의 질이 뛰어나고 연기력까지 갖춘 점이 박소연의 장점이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점프 성공률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소연은 이번 6차대회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점프를 보여줬다.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점프는 가산점을 챙겼다. 또한, 트리플 살코의 높이와 비거리는 단연 돋보였다.

실제로 박소연은 이 점프에서 0.60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도약 전에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점프의 질을 높이려 했던 노력은 이번 대회에서 결실을 맺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단독 트리플 러츠가 다운그레이드를 받았을 뿐, 국제대회에서 대부분의 점프를 인정받았다.

김해진과 박소연을 비롯한 국내 스케이터들은 공통점은 정확한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술에만 연연하지 않고 안무와 표현력의 중요성도 인지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내 선수들의 약점인 컴포넌트 점수를 극복하기 위해 세르게이 아스타쉐프(47, 러시아) 코치를 영입했다. 아이스댄싱 출신인 아스타쉐프 코치는 피겨의 기본인 스케이팅 스킬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한국 피겨의 발전을 위해 스케이팅과 컴포넌트 점수는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이러한 시도가 좋은 결실로 이어진다면 내년에 열리는 2012~2013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전망은 한층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 싱글의 높은 벽,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이준형은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어려서부터 스케이팅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꾸준하게 연마해온 점이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이 장점이었던 이준형은 점프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170점대를 훌쩍 넘어섰다. 1차대회에서 171.75점을 받으며 한국 남자 싱글 최고점인 168.59점(김민석 : 2010~2011 4대륙선수권)을 경신한 이준형은 6차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최고 점수를 4.73점 넘어서며 176.48점을 기록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의 성공률이 높아졌고 트리플 러츠와 룹을 비롯한 나머지 점프도 안정감을 갖췄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6차대회를 마치고 10일 저녁 입국한 이준형은 “메달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내 프로그램을 클린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느낌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준형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트리플 악셀이 필요하다. 또한, 4회전 점프도 익혀야 비로소 세계 대회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다. 또한, 2차와 4차대회에 출전한 이동원도 두 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분전했다.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의 '제2의 붐'은 96년생 남자 선수와 97년생 여자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선수들의 연령이 주니어 무대에 1~2년차인 어린 선수들임을 생각할 때, 올 시즌 한국 피겨는 당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시리즈 한국 선수 결과

1차 라트비아 리가 - 남자싱글 : 이준형(171.75점, 4위), 여자싱글 : 이호정(112.20점, 12위)

2차 호주 브리즈번 - 남자싱글 : 이동원(166.47점, 5위), 여자싱글 : 김해진(131.02점, 5위)

4차 루마니아 브라쇼브 - 남자싱글 : 이동원(166.93점, 5위), 여자싱글 : 김해진(144.61점, 3위, 동메달 획득)

5차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 여자싱글 : 박소연(131.19점, 6위)

6차 이탈리아 밀라노 - 남자싱글 : 이준형(176.48점, 3위, 동메달 획득), 여자싱글 : 박소연(144.71점, 4위)



[사진 = 김해진, 박소연, 이준형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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