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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FA 부담감? 솔직히 있었죠"…'국내 선발 최다이닝 5위' 엄상백 "다 내려놨습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4.06.04 09:30 / 기사수정 2024.06.04 09:3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T 위즈 엄상백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엄상백은 올 시즌 12경기 62이닝 4승 6패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 중으로, 국내 선발만 놓고 보면 양현종(KIA·75이닝), 곽빈(두산·70⅓이닝), 원태인(삼성·69이닝), 박세웅(롯데·67이닝)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는 6이닝 6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4승째를 올렸다. 1회말에만 3실점 하면서 흔들렸지만, 2회말 이후 안정감을 찾으면서 홀로 6이닝을 책임졌다.

2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엄상백은 "제춘모 코치님께서 특별하게 말씀해주신 게 있다기보다는 '내줄 점수를 다 줬으니까 집중하자'고 날 다독여 주셨다. 또 중간중간에 투구 밸런스에 대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며 이닝을 거듭할수록 집중력이 상승했고, 그러다 보니까 6회말이 끝났더라. 갈수록 좋아진 것 같다. 이번 경기는 그랬던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약간 끓어오르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복기했다.



엄상백은 지난달 14일 수원 롯데전 이후 휴식 차원에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고, 25일 수원 키움전과 31일 KIA전까지 2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수확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엄상백이다.

엄상백은 "한 텀 빠졌는데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 재작년, 또 지난해 선발이 많아서 정말 포화 상태였는데, 갑자기 선발투수들이 빠지니까 '나라도 로테이션을 돌았어야 했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쉬는 턴에 팀이 그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라고 돌아봤다.

또 엄상백은 "휴식 이전에도 구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까 '공은 좋은데 왜 결과가 안 나올까'라고 생각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그런 찰나에 선발 로테이션을 한 턴 걸렀는데, 쉬고 나와서 똑같이 하니까 실력보다는 결과론인 것 같다"며 "어쨌든 열흘간 쉬어서 체력적인 부분이 보완된 것 같기도 하고, 구위가 올라오는 시점에 경기에 나가면서 결과가 계속 좋았다. 감각적으로도 많이 (컨디션이) 올라왔다. 열흘간 쉬고 와서 지금처럼 잘 던지면 이 또한 팀에게는 큰 이득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팀이 1군에 진입한 2015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은 엄상백은 2022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선발투수로 맞이하는 시즌은 올해가 세 번째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올 시즌 초반이 다소 험난했다.

엄상백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다. 또 예년보다 시즌이 빨리 개막하지 않았나. 몸 상태가 좀 늦게 올라온 것 같다. 올 시즌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되면서 적응 기간도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프로에 온 뒤 10년 정도 야구를 했는데, 원래 심판분들이 볼 판정을 하다가 기계가 도입되지 않았나.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느꼈겠지만, 존이 좀 높아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득이 되고, 혹은 실이 되기도 하겠지만 내가 알고 있던 존과 달랐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상백은 점차 안정감을 찾았다. 4월 5경기 27⅔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5.20으로 주춤했으나 5월 5경기 27⅓이닝 3승 평균자책점 3.95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4~5월 10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투구하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엄상백은 "일반적으로 선발투수가 3~4실점 하면 4회 정도에 교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팀은 그렇지 않다. 코치님이나 감독님께서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도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5이닝을 채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또 선발투수로서 아무리 못해도 5이닝은 던져야 한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이닝을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엄상백은 올해로 프로 10년 차가 됐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후배 선수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엄상백은 "올해부터 팀의 주축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트레이닝 센터 같은 곳에서 빨리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니까 예전보다 150km/h를 던지는 투수가 많아졌다. '이제 한국 야구가 많이 발전해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 속에서 나도 경쟁해야 하지 않나. 부진하면 당연히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닌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원)상현이나 (육)청명이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어린 나이에 경기에 나가서 선발투수를 맡는 게 쉽지 않은 건데,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특히 엄상백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다. 그는 "솔직히 초반에는 예비 FA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었다"며 "이제는 무뎌졌다. 야구가 멘털 스포츠라는 게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더 안 되더라. 그래서 다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결과가 더 잘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떠안아야 했던 KT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4일 수원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르는 웨스 벤자민을 시작으로 고영표, 소형준까지 6월에만 선발 지원군이 세 명이나 돌아온다.

엄상백은 "벤자민, (고)영표 형, (소)형준이까지 온다면 팀이 쭉쭉 치고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난 그냥 해왔던 것처럼 최대한 많이 던지면서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이기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기고 싶다고 해서 승리가 따라오는 건 아니다. 남은 전반기, 또 후반기까지 묵묵하게 똑같이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사진=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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