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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일 테노레' 의대 관둔 조선 최초의 테너…일제강점기 청년들의 꿈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4.01.31 12:3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일 테노레(IL TENORE)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언뜻 연관 없어 보이는 두 단어지만 뮤지컬 ‘일 테노레’에서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창작 뮤지컬 ‘일테노레’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서경수 분)과 독립운동가 서진연(박지연), 이수한(신성민)이 뜻하지 않게 오페라 공연을 계획하고 어둡고 비극적인 시대에서 꿈과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Will Aronson) 작곡가와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했다.



실화에 픽션을 더해 완성했다. 동양인 최초 뉴욕 오페라 단원이 되는 주인공 윤이선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의사이면서 밀라노에 유학한 첫 한국인 성악가였던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우연히 오페라에 빠진 의대생 윤이선과 독립을 꿈꾸던 학생 서진연, 이수한은 연극을 선보이기로 했지만 일본은 조선어로 만든 학생 연극을 금지한다. 그러자 멤버들은 침략에 맞서 싸우는 베네치아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를 공연하기로 한다.



나아가 조선인 학생들의 모든 예술 활동이 금지됐는데 이선의 아이디어로 일반인 오페라 극단으로 꾸며 공연 준비를 이어간다. 그러다 수한과 진연은 이선이 모르게 공연 중 까마귀로 불리는 일본 순사를 폭탄 테러로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워 긴장감을 높인다.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청춘’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이들은 자신의 꿈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 ‘일 테노레’의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던 1930년대 후반, 조선의 민족과 항일운동 모임인 문학회 멤버 윤이선, 서진연, 이수한은 현실이 어두울수록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품고 위험을 무릅쓴다.



물론 그 방식은 달랐다. 조선의 첫 일테노레를 꿈꾸며 오페라에 진심과 열정을 다한 윤이선, 그리고 문화 예술을 통한 독립운동을 지지한 서진연, 물리적 행동을 원한 이수한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오페라 공연을 둘러싸고 사랑, 우정, 갈등, 희생을 겪는다.



이색적인 소재와 매력적인 넘버가 어우러져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했다. 노인이 된 이선과 진연 사이에 반전도 숨겨져 있어 먹먹함을 낳는다. 적절한 유머 코드도 섞어 무겁지만은 않게 즐길 수 있다.

‘합시다 오페라, 조선 최초 오페라’라는 구절이 귓가에 맴도는 ‘조선 최초 오페라 클럽’을 비롯해 '환상 오페라', '꿈꾸는 자들', '하고 싶은 말', '너라는 시간, 너라는 세상', '작고 완벽한 세상' 등 넘버들이 극에 여운을 더한다.

다만 “일본이 두려워하는 건 한 두 사람이 총을 드는 게 아니라 조선인들이 끝까지 정체성 지키는 거다”라고 말한 진연이 물리적 투쟁에 동참한 점은 의아하다.



서경수는 부모님의 강요로 된 의대생의 길과 테너로서의 타고난 재능과 관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윤이선의 내적갈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시대의 역경을 헤치고 꿈을 이뤘지만 진연에 대한 부채감을 간직한 노년 윤이선과 어리바리하고 풋풋 청년 윤이선도 이질감 없이 오간다.

여주인공 박지연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뛰어난 가창력과 힘 있는 목소리, 정확한 딕션으로 강인하고 단단한 서진연을 생동감 있게 소화한다.

사진= 오디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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