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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텍사스 이적, 또 WS MVP…겸손한 시거 "승리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기사입력 2023.11.02 16:45 / 기사수정 2023.11.02 18:48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야구선수라면, 빅리그 무대를 누비는 선수라면 한 번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MVP(최우수선수상)를 수상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MVP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텍사스 레인저스에 첫 번째 별을 안긴 주전 내야수 코리 시거가 올가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으며 개인 통산 두 번째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하게 됐다.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끄는 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5차전에서 5-0으로 승리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베테랑 사령탑' 보치 감독은 네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꼈다.

2021년 102패를 기록했던 텍사스는 1914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1969년 뉴욕 메츠에 이어 정규시즌 100패 이후 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세 번째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정규시즌 100패 팀이 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건 1914년 애틀랜타(우승),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준우승), 1969년 메츠(우승),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준우승) 딱 네 팀뿐이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홈 2연전을 마친 텍사스는 애리조나 원정으로 이동한 뒤 안정적인 마운드와 수비를 앞세워 애리조나를 이틀 연속으로 제압했다. 3차전 도중 부상을 입은 투수 맥스 슈어저와 외야수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공백이 있었지만, 힘을 합친 선수들은 5차전에서 시리즈를 매듭지으면서 1961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1961년 워싱턴 세네터스로 창단한 텍사스는 1972년 텍사스로 연고 이전하면서 구단명을 레인저스로 변경했고, 구단 창단 35년 만인 1996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지난 2010~2011년에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모두 준우승에 만족했다.

그랬던 텍사스가 창단 62년 만에 첫 번째 별을 품었다. 이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은 5개 팀이다. ​​​​​​김하성과 최지만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콜로라도 로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시애틀 매리너스, 탬파베이 레이스가 여전히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여러 선수가 빛났지만,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주인공은 바로 시거였다. 시거는 월드시리즈 성적은 17타수 6안타(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고, 이날 경기에서는 7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애리조나 잭 갤런의 노히트 행진에 제동을 건 뒤 미치 가버의 적시타 때 선취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나타내면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시거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부터 이번 월드시리즈까지 17경기 66타수 21안타 타율 0.318 6홈런 12타점을 기록했고, OPS는 무려 1.133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시거의 MVP 수상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한 시거는 생애 첫 월드시리즈 MVP를 받았고, 3년 뒤에는 다른 팀에서 또 한 번 MVP를 받는 영예를 누렸다. 시거 전까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역사상 MVP를 2회나 수상한 선수는 샌디 쿠팩스(1963, 1965년)와 밥 깁슨(1964, 1967년), 레지 잭슨 단 세 명뿐이었다.



2012년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시거는 2015년 빅리그 데뷔 이후 이듬해인 2016년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올리면서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여러 팀들이 2021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하게 될 시거의 행보를 주목했다.

시거는 시즌이 끝난 뒤 시장에 나왔고, 예상대로 여러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치열한 영입전에서 웃은 팀은 텍사스였다. 당시 텍사스는 시거와 무려 10년 3억 2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로 40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텍사스는 시거를 반드시 잡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투자의 결실을 맺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거는 지난해 151경기 593타수 145안타 타율 0.245 33홈런 83타점 OPS 0.772를 기록했고, 올해 119경기 477타수 156안타 타율 0.327 33홈런 96타점 OPS 1.013으로 2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직전 시즌보다 더 적은 타석을 소화하고도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 활약은 가을야구에서도 이어졌다. 시거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2경기에서 2경기 연속 멀티히트 및 타점을 올린 데 이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특히 시거는 텍사스에게 가장 어려운 시리즈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는 7차전 홈런 포함 3안타 활약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말 그대로 'MVP급' 활약을 펼친 시거는 정작 자신보다 팀을 먼저 언급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시거는 팀의 우승 확정 이후 "팀원의 일원이 되고 함께 노력해 행복하다, 굉장하다"며 "경기에서 이기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드시리즈 MVP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월드시리즈에서는 4경기를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고, 그걸 우리가 해냈다"며 자신의 활약상보다는 팀의 우승을 강조했다. 그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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