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1:39
사회

[함께 나눠요] 투병 조부모와 16살 소녀의 슬픈 봄

기사입력 2011.05.27 23:45 / 기사수정 2011.06.30 01:42

엑스포츠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 라이프매거진 = 엄진옥 기자] 수업을 마친 영선(가명, 16세)이가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 저녁상을 준비한다. 할머니는 두 번의 큰 수술 이후 거동이 많이 힘들어졌다. 영선이는 지금까지 할머니가 만든 고추장과 된장, 김치를 먹으며 성장했다. 그 손맛을 닮아, 정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가 꿈이다.
 

 ▲ 영선이가 할머니를 대신해 점차 살림을 맡아가고 있다. 상 차리는 모습.

부모의 이혼, 조부모의 보살핌

"영선아, 엄마 따라 갈래 할머니하고 살래?"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영선이가 할머니 손을 잡자, 엄마는 옷가방을 들고 혼자 집을 떠났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영선이와 동민(가명, 14세)이는 조부모 품에서 자랐다. 관절염과 위암절제 수술을 한 할머니와 청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 객지에 나가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아빠 송민(가명, 41세) 씨, 다섯 식구가 모이는 날은 집안 분위기가 환해진다.

영선이는 올해 농업고에 입학했다. 아직 부모에게 응석을 부릴 나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고, 그 일에 도전하기 위해 식품과학과를 선택한 것. 졸업 전까지 한식조리사와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 남은 평생 맛있는 요리로 돌려드리고 싶어요."
 

▲ 얼마 전까지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던 리어카. 폐지를 판 돈으로 영선이와 동민이 손에 과자를 쥐어주곤 했다.

월급봉투 하나, 두 집 살림

송민(가명, 41세) 씨는 현재 서산에서 혼자 생활한다. 월급 120만원 가운데 70만원을 영선이와 부모님이 사는 집의 월세와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하고 나면 생활이 빠듯하다. 최근 치매가 심해진 할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면서 가계 형편은 더 나빠졌다.

"두 아이 공부도 신경써야하는데 어째 마음대로 안 되네요."

송민 씨는 입에 술 한 방울 안 댈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얼마간 아이들을 학원에 보냈다. 지금은 어려운 형편을 눈치 챈 영선과 동민이가 스스로 학원을 그만둔 상태이다.
 

▲ 동사무소에서 받은 연탄 350장으로 무사히 겨울을 났다. 비록 아궁이 하나에만 연탄이 들어갔지만 그 어느 계절보다 따뜻했다.

16살 소녀의 꿈, 한식조리사

할머니는 지팡이가 없으면 바깥출입이 힘들 정도로 근력이 약하다. 주말이면 영선이가 할머니를 모시고 장을 본다. 함께 할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으로 면회를 다녀온다. 아픈 노모와 살림을 살피기에 영선이는 아직 제 나이에 할 일이 있다. 배움을 통해 꿈에 다가서야하는 16살 소녀이다.

영선이가 한식조리사 자격증과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 코스를 수료할 수 있는 학원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3년 뒤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안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해낼 것이다.

  

▲ 바닥 누수로 장판 밑이 늘 축축하0다.

할머니와 영선이가 잠자는 방은 누수로 장판 밑이 늘 축축하다. 비라도 오면 벽지까지 물이 옮아 곰팡이가 까맣게 피는데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바닥보수는 어린 남매를 참하게 키우느라 헌신한 할머니에게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매운 추위에도 나무들은 봄을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길마다 웅크렸던 나무가 몸을 펴고 눈부신 연둣빛 이파리를 세상 밖에 내놓고 있다. 16살, 스스로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영선이에게 어른들의 격려와 관심은 힘이 센 봄바람이다.

※ 영선이(청주)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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