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8 06:59
연예

파괴적 결말, 복수의 끝은 또 다른 복수의 시작 ['더 글로리2' 리뷰]

기사입력 2023.03.11 13:30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본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복수의 끝엔 새로운 복수가 있었다. 복수를 마친 사람도, 새로운 복수를 꿈꾸는 사람도 웃고는 있지만 뒤에 흐른 먹구름 때문일까,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시즌2 (이하 '더 글로리2')의 9~16화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 글로리2'는 앞서 제작진과 배우들의 인터뷰, GV에서 언급됐듯 '無용서'와 '떡밥회수'에 힘썼다. 

시즌1에서 복수를 위해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차례대로 세워 시즌2에서는 도미노를 쓰러트리듯 건들기만 했고, 모든 것은 연쇄작용을 이루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의 복수가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최고 빌런 박연진(임지연)에게 강현남(염혜란)의 존재를 들키기도 했고, 엄마(박지아)라는 강력한 트라우마는 문동은을 감정적으로 흔들었지만 끝내 문동은은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복수를 마칠 수 있었다.



문동은(송혜교)의 복수는 섬세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하게 했고, 애초에 의리라고는 없었던 가해자 패거리의 와해는 쉽게 이루어졌다. 오히려 각자가 가진 불만에 불씨를 던져 끔직한 결말을 맺게 했다. 

최혜정(차주영)은 목소리를 잃었고, 이사라(김히어라)와 박연진(임지연)은 감옥에 갇혔으며 전재준(박성훈)과 손명오(김건오)는 끝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전재준이 하도영(정성일)에 의해 목숨을 잃고, 모든 악행의 주축이었던 박연진(임지연)이 목숨을 부지한 채 감옥에 있는 것이 의아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살아있는게 더 괴로울 때도 있다. 문동은이 그랬던 것처럼. 

문동은은 너무나도 외로운, 혼자 고립된 인물로 그려졌지만 그의 곁에도 '좋은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기에 복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모님' 강현남부터 에덴빌라 할머니(손숙), 구성희(송나영), 보건교사(전수아) 그리고 경란(안소요)까지. 피해자의 연대가 결실을 맺는 부분은 이 드라마의 한 줄기 빛이다.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김은숙답게 영 수평선을 달릴 것만 같던 문동은과 주여정의 러브라인도 교차점을 찾았다. 문동은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는 주여정과, 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문동은의 모습은 뭇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교차점을 맞았다는 것은 다시 엇갈린다는 것이다. 커플로서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이 '복수'로 만나 '복수'로 끝났기 때문인가. 교도소를 넘어서는 문동은과 주여정은 "사랑해요"라고 말하지만 "복수해요"라고 들리는 것만 같다.

문동은의 복수가 갈무리될 때쯤, '더 글로리2'는 주여정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얽히고설킨 '더 글로리'의 마지막 관계도를 바라보자면 복수에는 다음 복수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의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적이었지만, 실은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장르일 수도 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올 때, "연예인인 너나 문제"라고 말한 이사라의 말처럼 공인이 아니기에 가려진 가해자와 피해자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면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은퇴하거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혹은 자숙 후 복귀를 하는 등 드라마처럼 복수를 하기는 커녕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는 것 조차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복수를 마친 문동은의 선택이 옥상 위였듯, 다음 복수를 문동은과 주여정이 이뤄낸다 해도 결국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더 글로리'가 판타지이든 아니든,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은 어떠한 영광도 얻을 수 없다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다시금 새겨 봐야 할 때다.

'더 글로리2'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