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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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이대호' 상대 '타자 데뷔' 고우석 "키 작은 투수였으면 중전 안타 쳤죠"

기사입력 2022.10.09 10:04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와 현재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가 각각 역할을 바꿔 흥미로운 대결을 펼쳤다. '조선의 4번타자'의 은퇴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흥미로웠다.

LG 트윈스 우완 고우석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8회초 한석현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이대호의 은퇴 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롯데 벤치와 이대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 2290명의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기기 위해 '투수 이대호' 카드를 준비했다. 이대호는 2001년 프로 입단 당시 포지션은 투수였지만 부상 여파로 빠르게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고 많은 팬들의 축복 속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류지현 LG 감독은 게임에 앞서 이대호가 투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접한 뒤 곧바로 '타자 고우석'을 머릿속에 그렸다. 팀 내 이대호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거나 롯데에서 뛰었던 선수가 없었고 야수 중 한 명이 이대호의 투구를 상대하는 것도 그림이 영 아니었다.

류 감독은 이에 "최고의 타자가 투수로 나오니까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타석에서 맞붙는 게 괜찮을 것 같다"며 고우석이 이대호를 상대하게 될 것임을 취재진에 귀띔했다. 다만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엠바고'를 부탁했고 고우석도 경기 시작 직전 타자로 투입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성사된 투수 이대호, 타자 고우석의 대결은 이대호의 승리로 끝났다. 이대호는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127km짜리 직구로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고 타구를 침착하게 잡은 뒤 깔끔한 1루 송구로 연결했다. 고우석은 더그아웃으로 복귀하기 전 이대호와 짧은 포옹을 나눈 뒤 대선배를 향한 예우를 표했다. 이대호도 "고맙다"는 말을 고우석에 전했다.

고우석은 경기를 마친 뒤 "감독님께서 이대호 선배님이 투수로 나오면 제가 대타로 나갈 거라고 얘기해 주셔서 너무 신났다. 제발 한 번만 기회가 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웃은 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타격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초구를 지켜보면서 2구째 승부를 걸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많이 늦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2구째 파울은 사실 칠 수 있는 공이 왔다고 생각하고 돌렸는데 포인트가 완전히 뒤에서 맞았다"며 "그래도 팬들께서는 제가 아예 공을 못 맞출 거라고 보셨는지 파울이 나오니까 놀라시고 더 즐거워하셨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우석은 삼진으로 아웃됐을 경우에는 이대호를 향해 '엄지척' 제스처를 취할 예정이었다. 지난 7월 잠실 올스타전에서 이대호가 자신의 157km짜리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던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삼진을 당하면 올스타전 때 이대호 선배님이 제게 엄지척을 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똑같이 하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투수 앞 땅볼이 됐다. 아마 이대호 선배님이 아니라 키가 작은 투수였다면 중전 안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농담을 던진 뒤 "이대호 선배님의 은퇴 경기에서 함께 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었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나는 투수를 하길 잘한 것 같다. 타자를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그래도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얻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사진=부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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