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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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와이] 박병호, LG의 묵은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0.06.14 14:15 / 기사수정 2010.06.14 14:15

정재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경 기자] 각 팀에는 풀려고 노력하지만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있다.

두산과 KIA는 좌투수에 대한 끝없는 열망으로 신인 지명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하지만, 아직 메워지지 않았고, 한화의 포수 욕심과 롯데의 외야요원 등 다양한 해결 과제들이 있다.

LG 역시 수준급 우타 거포에 대한 끊임없는 구애와 신인급 선수들의 중용이 있었지만, 아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지난주 박병호의 활약은 LG의 묵은 과제를 풀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시즌 동안 4번을 맡았던 이병규(9번)의 가벼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난 목요일에 4번 타자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3경기 연속 결승 홈런과 4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격력 뽐내고 있다.

LG의 묵은 숙제인 우타 거포의 갈증을 한여름 소나기와 같이 씻어낼 수 있는 찬스를 박병호 스스로 풀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LG트윈스의 우타자들은?

지난 1980년대 MBC 청룡 시절에 4번 타자는 백인천, 이종도, 이광은 등의 우타자가 주로 배치가 되었다. 당시 청룡은 오히려 지금과 다르게 좌타자가 별로 없는 우타자 일색의 팀 구성이었는데, 이때의 4번 타자들은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리그를 지배함에 있어서는 뭔가 아쉬운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1990년과 1994년 LG의 우승 시절을 보면 LG 우타자의 중요함이 바로 보인다. 90년도 LG는 거포보다는 정교함과 스피드를 앞세운 라인업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4번 타자를 맡은 노찬엽의 역할이 가장 컸다. '검객'이라는 별명답게 0.333로 타율 3위, 거기에 선구안까지 갖춰 출루율은 2위를 마크했다.

앞선 청룡 시절의 4번 타자보다 타점이나 장타율이 높진 않았지만, 3번 김상훈, 5번 김동수와 우산 효과를 내면서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끈 우타자였다. 94년에는 해태의 해결사 한대화를 영입하면서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는데, 이때의 트레이드 배경도 우타자 해결사를 위한 트레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찬엽은 51타점, 한대화는 67타점으로 눈에 크게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타격을 바탕으로 한 클러치 능력이 필요한 우타자가 LG의 4번 타자로 맞춤이라는 점이다. 특히나 리그 상위권 좌타자들이 즐비해 있다는 예전과 지금의 공통점은 우타자의 무게중심이 잡혀있어야 LG의 성적도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번 주 박병호의 활약은 상대의 선발진들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4승 2패로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LG의 수많은 시도들

한대화가 주전으로 95년 이후 LG의 우타자들은 많은 선수가 거쳐 갔다. 96년부터 97년까지는 심재학이 98년과 99년에는 외국인 선수 주니어 펠릭스가 자리를 차지했고, 2000년 이후부터는 양준혁, 마르티네스, 알칸트라, 이병규, 박용택, 마틴, 김재현, 마테오, 최동수, 페타지니 등이 자리를 맡았다. 돌아보면 안타깝지만, 리그를 운영함에서 4번 타순으로 꾸준히 출장한 타자가 없었던 시기이다.

2000년 이후부터는 팀에서 성장하거나 발굴된 선수가 아닌 외부 영입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이 때 시도된 영입 중 우타자에 대한 열망은 계속 이뤄졌다. 2001년 LG는 해태의 내야수 홍현우와 당시 최고금액의 FA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당시 우승권으로까지 지목받을 만큼 회심의 기획이었지만, 부상과 기량 쇠퇴 때문인 실패로 돌아가면서 LG의 전성기는 2002년을 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연히도 마르티네즈가 4번을 맡은 그 해에 LG는 '아름다운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기대했지만, 이후 시즌은 전과 같은 영광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는 4번 타자 감으로 영입했던 우타자들 홍현우, 마해영 이어지는 실패로 좌타자들의 4번 진입은 계속되었고, 이상하리만큼, 이 부분은 저주에 씌워진 듯 꼬여만 나갔다. 매해 신인지명마다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졌고, 결국 아직도 희한한 징크스는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대주 박병호, 그에게 닥친 시련의 시기

2005년 LG트윈스의 행보는 다소 유동적이었다. 김재현이 FA 계약으로 빠지면서, 타선의 약화가 불가피한 시기였다. 신인 지명에서 박병호와 정의윤이라는 우타자를 영입했지만, 신인이라는 점이 걸렸고, 그 때문에 생긴 불안감으로 LG는 외국인 선수를 타자 2명으로 두는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루벤 마테오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엄청난 파워를 뒤로 했고, 루 클리어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동기 정의윤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기 쉬운 외야에서 자리를 잡아 나갔지만, 1루수였던 박병호의 앞에는 최동수가 자리를 잡았고 이성열이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대타 요원으로밖에 활용되지 못했다. 거기에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자리는 없었다. 2006년에도 마해영, 최길성에 밀리면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상무로 발길을 돌리며, 독기를 품기 시작한다.

10년을 품을 거포로 인정받던 기대감은 없어진 채로 바닥이라는 마음가짐을 어깨에 지고 다시 시작한 박병호는 2군 리그 홈런왕이라는 타이틀로 2009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LG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힘을 다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스탠스 변경으로 인한 변화구 대처 미흡, 중반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급한 모습을 보이며, 본연의 타격을 보이지 못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 박종훈 감독의 박병호에 대한 기대감은 컸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갈수록 작아져만 가고 있을게 현실이었다.

달라진 타격과 박종훈 감독의 믿음

박병호를 LG팬들은 '제2의 김태균'감이라는 기대감을 하고 있었다. 이번 주 박병호의 활약만 본다면 김태균과 진배없는 활약이었다. 거포이지만, 몸쪽 공에 약했던 그동안의 퍼져나오는 스윙을 가다듬으며, 몸쪽 공을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고 밀어치는 타격까지 나오며,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설레게 하고 있다.

시즌 전부터 박종훈 감독은 박병호를 LG의 미래라는 말로 기를 살려줬지만, 그동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의 KIA의 김상현도 시즌 중반부터 올린 타격감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며,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환생하였듯 박병호의 지금 활약은 시즌 중반이라는 점에서 아직 늦지 않았다.

감독의 믿음을 보여주는 타격은 시작되었지만, 이 점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개인의 숙제이기도 하다. 다른 젊은 선수와 달리 병역에 대한 부담도 없을뿐더러 시련의 시간에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본인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 다가올 많은 견제와 피할 수 없는 슬럼프를 어떻게 짧게 극복하느냐가 박병호의 LG 4번 타자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대주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찾지 못한 점이 가장 많다. 결국, 박병호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 힘으로는 누구에도 지지 않을 법한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마음의 안정과 이 좋은 기분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아직 2할 대 중반의 타율, 6개의 홈런 20타점은 팀의 4번 타자로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그렇지만, 박병호에게 지금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팬들의 주목과 기대감을 끌어안을 수도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팀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박병호는 4번 타자의 자리를 지키는 힘을 계속 가져나가고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박병호 주간 성적 - 18타수 9안타. 타율 0.500, 장타율 1.222 4홈런 11타점 2도루>

[사진 = 박병호. ⓒ LG 트윈스 제공]



정재경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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