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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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로페즈를 찾아라'…도미니칸리그는 어떤 곳?

기사입력 2009.11.25 12:36 / 기사수정 2009.11.25 12:36

박광민 기자




- 도미니칸리그에 한국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몰린 이유는?

[엑스포츠뉴스=박광민 기자] 야구 스카우트들에게는 '만약 어땠다면..'이란 조건은 없다. 무조건 좋은 선수를 찾아내야 한다. 유행가 가사처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한국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대어를 낚으러 카리브해 중앙 아메리카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에 그물망을 던졌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아퀼리노 로페즈(34)가 작년 겨울 이곳 도미니칸 윈터리그 아길라스 시바에냐스에서 뛰다 조찬관 스카우트의 레이더에 걸려 낚아 올린 ‘월척(越尺)’으로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 로페즈 ⓒ KIA 구단 제공
 
KIA는 로페즈의 재계약 사인을 받기 위해서 다시 찾았고, 용병 교체를 결정한 두산과 LG, 한화, 그리고 롯데까지. 각 팀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팀 재건이라는 목표는 다르지만 '제2의 로페즈'를 찾는 시각은 같다. 이들은 한 손에 스피드건을, 한 손엔 스탑와치를 들고 투수와 타자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한국 스카우트들이 여러 명 모여 있다 보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극동담당 스카우트 글랜 바커(39)는 "목동에서 봤던 낯익은 한국 친구들을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고 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뜨거운 햇살아래 도미니칸 리그는 1년 내내 야구경기가 열린다. 3월 말에 시작해 8월 말까지 진행되는 도미니칸 섬머리그(Dominican Summer League)와 10월 말에 시작해 1월까지 열리는 도미니칸 윈터리그(Dominican Winter League)가 있다.

섬머리그는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 30개 팀들이 4개의 지구로 나눠 경기를 펼친다. 예외적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밀워키 브루워스는 연합팀을 꾸리고 있으며,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는 2개 팀씩 운영하고 있다. 섬머리그는 미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레벨 중에서 루키리그(Rookie League)에 분류 되어있다. 마이너리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라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드물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도미니칸 윈터리그는 루키리그가 아니라 트리플A 이상의 리그로 격상(格上)된다. 6개 팀 내 선수들 대부분은 정규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예비 메이저리거와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에 있는 선수들 30명 내외로 구성된다. 12월 초가 되면 휴식을 끝낸 메이저리그 스타급 선수들도 참여한다. 



현재 원터리그에는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의 1루수 윌리 아이바(09 MLB 정규시즌 성적: 105게임 12홈런 타율 0.253)와 플로리다 마린스의 2루수 에밀리오 보니파시오(09 MLB 정규시즌 성적: 127게임, 116안타, 타율 0.252)가 델 리쎄이(Tigres del licey)소속으로 뛰고 있다.
 
각 팀들은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50게임을 치른다. 상위 4개 팀은 1월 첫 째 주부터 3주 동안 6게임씩 총 18게임을 치른다. 그리고 나서 상위 1,2위 팀이 리그 챔피언을 놓고 9판 다승제를 펼친다. 챔피언은 멕시코, 베네주엘라,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리그 챔피언들과 함께 캐리비안 시리즈를 펼친다.
 
시즌이 짧다 보니 각 팀들은 연봉이 아니라 월봉을 지불한다. 선수의 능력에 따라 최소 1,000달러에서 7,000달러까지 지불한다. 반대로 팀에 돈을 내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있다. 작년 윈터리그에서 7명의 일본 선수들(주니치 드레곤스 6명, 요미우리 자이언츠 1명)이 일정 경기 출장을 보장받고 계약해 뛰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 팀 소속으로 출전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 한 명도 없는 이곳에 왜 한국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몰렸을까? 로페스 효과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올 시즌 로페즈는 정규시즌(13승)과 한국시리즈(2승)에서 우승 청부사(請負士)로 활약하며 KIA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로페스의 뛰어난 활약으로 프로야구 각 구단들은 특급 용병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재인식했다.

특히 1,2선발 투수가 없어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신 두산, 주포가 해외로 떠나 비상이 걸린 한화, 박종훈 사령탑 체제로 팀 리빌딩을 공언한 LG가 적당한 실력의 용병을 넘어 특급선발투수용병 삼매경에 빠져있는 상태다.
 
한국 구단들은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로페스급 선수를 찾을 수 있다. 윈터리그는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의 공개 트라이아웃 장소이기에 투수와 타자들은 어떻게든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려고 최선을 다한다. 메이저리그를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적당한 운과 연봉이 맞아 떨어지면 한국으로 데려올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과 웬만한 금액으로는 계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화는 이상군 투수코치와 이인행 용병 및 통역 담당이 지난 13일 현지로 날아갔다. 이번 시즌 용병이었던 에릭 연지(32)는 실력이 부족해 일찍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고, 브래드 토마스(32)는 일본이나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퍼가 들어와 잡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이들을 대신할 선발 투수 2명을 찾는데 집중하다 김태균(지바롯데 마린스)과 이범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에 진출해 투수와 타자모두 지켜보며 전력 보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강상수 스카우트, 김용수 스카우트 코치, 그리고 엄홍 용병 담당 과장이 함께 날아갔다. LG의 한 관계자는 "선발투수 2명을 찾고 있긴 한데, 제대로 된 선수 1명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해는 두산과 한화까지 한 곳에서 찾다 보니 경쟁도 심해졌다. 선발투수 2명 못 찾으면 페타지니(38)와 재계약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좀처럼 현지에 날아가 용병을 뽑지 않았던 두산도 12년 만에 윤석환 투수코치와 이복근 스카우트 차장, 그리고 이창규 대리까지 지난주에 파견했다. 내년시즌에는 기필코 우승하겠다는 김승용 단장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매일매일 윤석환 투수코치와 이복근 차장으로부터 그 곳 정보를 듣고 있다. 현재 6명 정도로 압축한 상태이며 30세 전후의 선발투수가 리스트에 올라있다"고 했다. 그는 "이달 말 도미니카에서 복귀하면 김경문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텝과 함께 비디오로 촬영한 것을 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겨울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뜨거운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극동담당 스카우트 데이빗 김(38)은 "한국 팀들이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이상 열기를 보여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놀라는 눈치다. 스카우트들 눈에 든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메이저리그급 실력이 아니면 한국에 와서 특급용병으로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과연 LG, 두산, 한화, 그리고 롯데 중에서 어느 팀이 제2의 로페스를 잡아와 내년 시즌에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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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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