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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사담] 표도르, '최강'이라는 아이콘이 가지는 필연

기사입력 2009.08.09 21:57 / 기사수정 2009.08.09 21:57

남기엽 기자



실력으로 살아남은 키워드, 표도르

러시아 태생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 그는 RINGS, PRIDE, AFFLICTION 등 가는 곳마다 챔피언을 지낸 명실상부 최고의 헤비급 파이터다. 그는 단체를 옮길 때마다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현재 종합격투기 시장을 평정한 UFC에서 한 번도 뛰지 않았음에도 UFC 선수보다 더 주목받는 유일한 파이터이기도 하다.

표도르는 격투기에서 순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파이를 키워온 아이콘이다. 그에겐 미르코 크로캅의 잘생긴 외모도, 밥 샵 같은 뛰어난 캐릭터도 없었다. 그가 PRIDE에서 당시 챔피언 호드리고 노게이라(브라질)를 꺾고 챔피언이 됐을 때에도 그의 인기는 일격필살 하이킥으로 대표되는 미르코 크로캅이나 저돌적인 파이팅의 반달레이 실바보다 한참 아래였다.

그러나 20연승이 넘는 경이적인 승리 가도를 달리면서 최고의 파이터로 부각됐다. 전 챔피언인 노게이라를 다시 무너뜨리고 크로캅마저 꺾으면서 그의 인기는 제대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속했던 단체 PRIDE가 패망하고 이후 수년 동안 제대로 된 상대와 경기를 갖지 못하면서 그는 검증론에 시달려야 했다. 마침 PRIDE 챔피언을 지낸 미르코 크로캅, 마우리시오 쇼군이 UFC로 이적해 허무하게 패퇴하자 그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기 시작했다. 표도르도 UFC 파이터들과 싸우면 뻔하지 않겠느냐는 것.

'UFC 파이터들 상대로는 별수없을 것'이라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 바로 대답해야 하는 시대이지만 표도르는 전 UFC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팀 실비아의 목을 조르고 알롭스키를 실신 시키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이러한 표도르의 행보에 그와 한 번도 계약을 맺지 못한 UFC는 조급해진다.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는 일전에 "그는 제대로 된 일류 파이터와 겨뤄본 적이 없다"며 그를 애써 헐뜯었지만 이젠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세계 최강의 격투기 단체를 표방하는 UFC로서는 표도르와의 계약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플릭션이 패망하고 ‘최강’이라는 아이콘이 된 그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일 것이냐에 대해 전 세계 격투기 언론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몇 차례 내분을 겪은 끝에 표도르는 UFC 대신 수준이 한 단계 낮다고 평가받는 스트라이크 포스 행을 택한다. 데이나 화이트는 "저들은 공동개최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가지고 계약하려 든다"며 분노했고 표도르는 "그들이 내건 조건이 내게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표도르의 매니저인 바딤 핀켈슈타인 또한 "우리에게도 힘과 돈이 있다. 구차하게 손 벌리지 않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팬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표도르가 조건도 맞지 않는 UFC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에서부터 빡빡한 매치업을 강행시키는 UFC가 두려워서 가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까지 극단을 달렸다. 게다가 한 보도자료를 통해 UFC가 제시했던 조건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음이 알려지자 표도르, 특히 그의 매니저 바딤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표도르의 동생인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는 계약 발표 며칠 전 “바딤은 형을 자신의 사업 수단으로 생각할 뿐”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표도르는 프로 파이터다. 그리고 그는 그의 매니저 바딤과 함께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그의 결정에 매체들이, 팬들이 격론을 벌이는 이유는 그가 바로 ‘최강’이라는 아이콘을 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이다. 지금 헤비급 격투기 판에서는 그 누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표도르를 꺾지 않고는 결코 랭킹 1위에 올라설 수 없다.

표도르가 메이저 단체인 UFC대신 스트라이크 포스를 택했다고 해서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재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헤비급 강자로 꼽히는 이들은 알리스타 오브레임, 파브리시오 베흐둠, 브렛 로저스, 안드레이 알롭스키다. UFC의 강자로 꼽히는 이들이 브룩 레스너, 프랭크 미어, 랜디 커투어, 노게이라 정도라 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 레벨들이다. 물론 UFC가 선수 수급, 순환 체계 등이 훨씬 더 잘되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나 프랭크 미어, 노게이라는 이미 전성기를 넘었다는 것이 총평이다. 스트라이크 포스에서도 충분히 수준 높은 강자를 상대할 수 있다.

파이터 표도르의 한계 성장

표도르는 강하면서도 영리하다. 그리고 냉정하다. 많은 파이터들이 수준 높은 기량을 갖고 있음에도 순간의 돌발상황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일을 그르치지만 표도르는 여기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다. 그는 훅을 날린 뒤 상대가 맞으면 계속해서 펀치를 날린다. 상대가 다운되면 쵸크를 걸거나 파운딩을 날린다. 피하면 바로 클린치 뒤 테이크다운을 시도한다. 그에게는 한 번의 공격에 수가지 공격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나온 속칭 '효도르 파해 법'이 바로 포지셔닝 강한 힘있는 레슬러다. 이 말에 대해서도 논란은 여전하나 필자는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마크 콜먼이 표도르를 수차례 넘어뜨렸지만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포지션 싸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표도르에게 타격으로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으면서도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레슬링, 그리고 빡빡한 포지셔닝 능력을 갖춘 파이터라면 표도르에게는 쉽지 않은 관문이 될 것이다.

그 해답에는 레스너가 가장 가깝다. 2006년 12월 31일. 표도르와 마크 헌트는 PRIDE에서 한차례 맞붙었다. 지금에야 수준차가 저만치 떨어진 둘이지만 당시 경기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표도르에게 테이크다운을 따내고 상위 포지션을 점했을 때 헌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육중한 몸과 팔로 표도르의 목과 가슴을 짓누르는 일이었다.

표도르는 전례 없이 호흡이 흐트러졌고 그 과정에서 '그 답지 않은' 이성을 잃은 앞차기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아래에 깔린 파이터가 탈출하는 방법은 상대가 포지션을 굳히려 움직이는 타이밍에 힘을 역이용하여 빠져나가는 것인데 그 방법을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레스너가 미어전에서 보여준 압박 포지셔닝이다.

또 최강의 타격과 무지막지한 클린치 싸움, 강한 중심을 보유한 오브레임 또한, 표도르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다. 물론 멘탈, 기술 측면에서 승부의 추가 표도르에게 기울어져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오브레임이 표도르에게 과거 인상만 무시무시했던 줄루처럼 그저 거쳐가는 관문으로 인식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최근 물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지막지한 클린치 파이팅 능력, 넥클린치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표도르는 아직 오브레임 만큼 니킥을 잘 쓰는 선수를 만난 일이 없다. 최근 2경기에서 표도르는 스탠딩 타격으로 재미를 봤지만 K-1의 정상급 파이터 바다 하리조차 KO로 꺾은 오브레임에게 타격으로 압도하리라고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다. 중량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쥬짓수 강자인 베흐둠이나 아직 신예인 브렛 로저스도 향후 양상에 따라 표도르의 대항마로 거론되기에 충분하다.

결국, 스트라이크 포스는 효도르의 한계와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전장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레스너, 셰인 카윈 같은 신예들이 더욱 기량을 갈고 닦는 동시에 표도르가 M-1과의 남은 3경기 계약을 모두 마치고 UFC로 간다면 또다시 팬들은 그의 격투서사를 즐겁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효도르는 이제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격투기라는 콘텐츠 자체의 아이콘이다. 그리고 팬들은 그가 항상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처럼 최고의 파이터들과 계속해서 경기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그의 경기결과를 넘어 앞으로의 행보까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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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밀리야넨코 표도르 (C) 엑스포츠뉴스DB 변광재 기자]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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