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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포 오현규 "38도 고열, 뛸 수 있을지 의심 품었다…부모님 추어탕집 휴업, 한 달 뒤에도 안 열 수 있게"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6.06.12 14:56 / 기사수정 2026.06.12 14:56



(엑스포츠뉴스 멕시코 과달라하라, 나승우 기자) 4년 전 등번호도 없이 월드컵을 경험했던 당당한 주역으로 돌아왔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예비 멤버로 대표팀과 동행했던 오현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이름 석자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전 체코의 기세를 꺾어놓고 경기를 지배했던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22분 이강인의 환상 어시스트에 이은 황인범의 동점골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35분 오현규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후반 24분 손흥민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누빈 오현규는 11분 뒤 황인범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깔끔한 슈팅으로 연결해 체코의 골망을 갈랐다.

월드컵 데뷔전에서 터뜨린 감격의 데뷔골이었다.

한국은 오현규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 2-0 승리 이후 무려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오현규는 조금 벅찬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서 예비 멤버로 동료들을 지켜봤던 오현규는 "4년 전에 제가 꿈꿨던 대로 이번 첫 경기에서 득점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기쁘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골 장면은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였다. 그러나 정작 오현규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현규는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제가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경기 뛰는 내내 어떻게 뛰었고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자세하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면서 "영상을 보고 '이렇게 골이 들어갔구나'라고 알았다"고 웃었다.

더 놀라운 점은 경기 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오현규는 경기 전 갑작스러운 고열로 출전 여부까지 걱정해야 했다. 그는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선 열이 38도까지 올랐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오현규는 "갑자기 점심을 먹고 열이 엄청 오르더니, 제가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 경기를 정말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표팀 의료진의 관리 속에 끝내 그라운드에 섰고, 골까지 터뜨렸다. 오현규는 "저희 닥터 선생님들이 정말 극진하게 보살펴 주셔서 이렇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닥터분들 덕분인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긴장감 때문이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오늘 이렇게 골 넣으려고 아팠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현규의 몸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월드컵 첫 경기 득점이라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었다.



홍명보 감독의 주문도 힘이 됐다. 오현규는 "감독님께서 들어가기 전에 정말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다. 들어가서 슈팅 많이 때리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4년 전 경험도 큰 자산이었다. 오현규는 "월드컵 첫 무대이지만 아무래도 4년 전에 가까이에서 형들 모습을 보면서 경험했던 것이 있어서 들어가서 떨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성장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개인적인 기량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하다 보니 유럽 선수들과 부딪힐 때 자신감이 있고, 제가 득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고지대 적응 훈련도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한 뒤 멕시코에 입성했다.



오현규는 "솔트레이크부터 계속 준비해오면서 정말 힘든 훈련도 다 이겨냈다. 그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물보충 휴식) 때 감독님께서 '너희들이 솔트레이크부터 여기 멕시코까지 오기까지 정말 고생 많이 하지 않았느냐. 이제 너희가 훈련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차례다.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이렇게 승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경기장 분위기도 오현규에게 큰 힘이 됐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 팬뿐 아니라 많은 멕시코 팬들도 한국을 응원했다. 오현규는 "전반부터 많은 멕시코 팬분들이 '코리아'라고 많이 외쳐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들어가서 거의 90분 막바지에 달릴 때도 멕시코 팬분들과 한국 팬분들이 한 번 더 '코리아'라고 외쳐주셨다. 그게 저희가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었고,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음 상대인 멕시코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했다. 오현규는 "다음 경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멕시코의 홈 경기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는 멕시코와의 경기를 즐기고 싶다.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멕시코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그들이 우리나라를 응원해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오현규의 가족은 월드컵을 보기 위해 추어탕 매장까지 한 달 정도 쉬고 현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져 많은 화제가 됐다.

가족들 앞에서 골을 넣은 오현규는 "앞으로 한 달 뒤에도 가게를 안 열어도 될 수 있게, 제가 남은 경기 더 잘해서 꼭 편하게 계실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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