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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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짓궂은 환영, SSG '헬' 막은 건 그 신인이었다

기사입력 2021.07.26 14:50 / 기사수정 2021.07.26 16:2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019년 8월 1일, SK 와이번스의 시구자는 2020 1차지명자 야탑고의 오원석이었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공을 던지고 들어오는 오원석을 향해 선배들은 '웰컴투헬(WELCOME TO HELL)'을 한 글자씩 종이에 적어 들어 보였다. 조금은 짓궂어 보여도, 뜨거운 환영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2년 후, SSG 랜더스의 전반기는 지옥이라고 할 순 없어도 결코 낙원은 아니었다. 원래 없었다면 모를까, 상수로 생각했던 선발 세 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건 말 그대로 초유의 사태였다. 그때 원래 있었던 것처럼 로테이션을 돈 건, 2년 전 그때 그 긴장한 얼굴의 신인이었다.

스프링캠프 기간 5선발 후보로 선발 준비를 한 오원석은 시즌 개막 때 선발로 최종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4월부터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의 부상 이탈이 나오면서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선발 등판 통보를 받은 오원석은 "오히려 마음을 더 편하게 먹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 기회를 잡느냐는 철저히 본인에게 달려 있었고, 오원석은 시즌 첫 선발이었던 대구 삼성전에서 4⅔이닝 5실점(3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개인 최다 이닝 소화로, 5회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 만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등판인 28일 문학 KT전에서 6이닝 9K 2실점으로 프로 첫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이후 박종훈과 문승원까지 빠지면서 SSG 선발진이 초토화가 된 상황에서 오원석은 윌머 폰트와 함께 로테이션을 지켰다. 선발 한 자리를 채워주기만 해도 기특할 연차인데 얼결에 토종 1선발이 된 셈이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오원석은 선발 전환 후 나온 구원 포함 14경기에서 65이닝을 책임졌다.

오원석은 "선발로 나가서 5이닝을 못 던진 적도 많았지만 이닝을 길게 끌고 간 건 잘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은 것 같다. 체력도 있고, 투구 밸런스나 주자 있을 때 견제 등 기술적인 부분도 있다"고 자신의 전반기를 돌아보며 "휴식기에도 하던 대로 웨이트와 러닝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신경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선배들의 조언도 그대로 흡수했다. 오원석은 "내가 먼저 물어볼 때도 있지만, 선배님들이 먼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김)상수 선배님은 마운드에 올라가서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야구하라고 하셨고, (박)종훈 선배님은 타자를 상대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셨다. (이)태양 선배님은 힘들고 더운 시기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더 힘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셨다"고 얘기했다.

후반기에도 오원석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여전하다. 후반기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선발로 나가면서 팀이 승리할 수 있게 앞에서 많은 이닝 던지는 것이다. 선발승도 하면 좋겠지만, 내가 이닝을 길게 가져가면 승리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인왕을 언급하자 "그런 건 의식은 안 한다. 하다 보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그런 마인드"라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SSG 팬들은 오원석이 예쁠 수밖에 없다. 오원석은 팬들의 사랑을 실감하고 있다며 "항상 그 부분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운드에서도 유니폼이 걸려 있는 게 보이는데 힘이 더 난다"고 말한다. 이런 오원석에게 '웰컴투헬'에 관해 물었다. 그는 자신의 팀이 "너무 좋은 것 같다"며 "팀 분위기도 그렇고, 선배님들, 형들이 다 좋으시고 잘해주셔서 편하게 야구하고 있다"고 웃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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