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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적토마' 이병규를 다시 일으킨 아내의 진심 그리고 열정

기사입력 2017.03.04 12:16 / 기사수정 2017.03.04 13:36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드넓은 잠실벌을 '적토마'처럼 질주했던 야구선수. 20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던 이병규가 짧은 휴식기 후 복귀했다. 선수 아닌 해설위원으로 다시 야구팬들 앞에 서게 된 레전드 'No.9' 이병규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8일 1군 타석에 섰던 그는 현재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그의 현역생활 마지막 안타였다. 천천히 덕아웃으로 걸어가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던 그의 모습은 LG 트윈스 선수로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혹독하게 야구했다"고 밝힌 이병규는 2군에서만 보냈던 마지막 시즌 동안 야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고백했다. 언제나 활력을 줬던 야구장에 가기 싫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은퇴 후 1년 정도는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를 잘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어요. 2군에 있으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점차 식더라고요. 지도자의 길을 바로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야구에 대한 사랑이 줄어든 상황에서 후배를 지도해봐야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죠."

그래도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알아보고 있었던 이병규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던 계기는 아내의 진심어린 한 마디였다.

"야구가 발달한 미국, 일본 등에서 공부를 하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와이프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안타깝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는 '자기, 야구 20년 했어. 너무 고생했잖아. 앞으로 또 이런 (야구와 연관된) 생활 해야하는데 1년 푹 쉬자'라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와이프는 알고 있었나봐요. 야구만 하던 사람이 이제 야구 안 하니까, 무얼 하나 싶어 내버려뒀는데 마음이 없어 보이니까."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이병규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을 터. 그러나 그를 붙잡고 있던 것은 '가장의 부담감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그 역시도 이해하고 있었다.

"나에게 '쉬다가, 하고 싶을 때 다시 해'라고 말하더라고요. 밥 먹다가 그 순간 울컥했어요. 근데 진짜 울면 안되니까(웃음). '나 진짜 쉬어도 돼?' 라고 물으니 '1년만 쉬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후 저를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이 사라졌죠.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지고 있는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시즌 시작하면 잦은 원정 등으로 집에 자주 오지 못한다. 1년에 4개월 가량만 부부라고 칭한 이병규는 지금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와이프와 자주 보지 못하니 볼 때마다 좋고, 새롭다고. 아이들도 아빠가 집에 있는게 너무 좋아 잠깐만 밖에 나가려치면 '언제와?'라고 전화가 온단다.



겨우내 잠시 야구와 떨어져 여러 활동을 경험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기도 했다. 과거 '런닝맨'에서 '마법진'을 선보이며 예능감을 드러낸 바 있었기에, 정글 속 이병규의 모습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정글의 법칙 정말 다녀오고 싶었고, 재밌게 잘 다녀왔어요. 제게는 '힐링'과도 같았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니 정말 좋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할 때는, 촬영 가기 전에 미리 출연진들에 대해 공부해서 가요. '구구단'의 (김)세정씨도 함께 다녀왔는데, 정말 애기더라고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잠시 야구를 멀리하니, 야구에 대한 애정이 다시 피어올랐다. 3~4개월 푹 쉬고 난 그에게 좋은 제안이 다가왔다. 바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해설위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해설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했어요. 전 세계인이 보는 큰 대회고, 해설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죠. 한국전은 박찬호 해설위원님이 일임하시고, 저는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다른 팀 경기 해설을 맡게 됐어요. 오히려 주목도가 덜 해서 마음이 편해요."

한국이 1라운드 3번의 경기에서 2승하고 깔끔하게 2라운드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밝힌 이병규는 "현장이 아닌 밖에서 보는 것이기에 더 신선하고, 재밌게 야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설 준비 힘들더라고요. 좋은 해설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KBO리그는 이미 해설진이 다 짜여졌지만, 제가 이번에 WBC 해설을 잘 해내면 이후에 제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이번 WBC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추신수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해외파'가 많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병규 역시 2000년대 중반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며 해외리그를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야구 선진국인 일본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던 점을 소중한 경험으로 꼽았다.

"국내에만 있는 것은 한 우물만 파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 일본 등 야구 선진국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죠. 저는 지금 해외에 진출해 있는 후배들이 부러워요. 저는 30대 중반에 갔으니까, 물론 그 나이에 일본에 갈 수 있던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린 나이에 갔으면 또 달랐을 테니까. 일본에서 뛰면서 이들이 왜 야구를 잘 하는지 배웠고, 제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짧은 휴식기 후 다시 야구로 돌아온 이병규의 눈은 생기로 넘쳤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는 그의 말 속에는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큰 대회인 WBC를 치르는데, 해설이 하게 돼 영광스러워요. 다시 한번 야구를 생각하고, 열정을 갖게 했어요. 해설 끝나면 유소년 야구 쪽에서 아이들 만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해요. 거창하고 큰 계획 없이, 올해를 보낼 생각이에요. 가을 쯤 되면 일본에 가서, 제가 있던 주니치 마무리 캠프에서 연수를 받으려고 합니다."

첫 해설 도전에 많은 격려를 부탁한 이병규의 웃음 속에는 여유와 편안함이 묻어났다.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고 '인생 2막'을 여는 '해설위원' 이병규의 모습은 오는 7일 정오에 치러지는 WBC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만 경기 JTBC 중계를 통해 만날 수 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박지영 기자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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