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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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창간기획] 우리가 놓친 f(x) 엠버의 이면(인터뷰②)

기사입력 2016.09.14 08:30 / 기사수정 2016.09.13 10:37

정지원 기자

[엑스포츠뉴스 정지원 기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하며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시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상 제작과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도전하는 기세 좋은 인물이 있다. 바로 그룹 f(x) 엠버다. 자신의 첫 솔로 앨범 'Beautiful'을 직접 프로듀싱한 그녀는 이듬해 발표된 SM 스테이션 신곡 'Borders'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엑스포츠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의 길로 나아가는 차세대 프로듀서들을 만나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더걸싀 예은에 이은 두 번째 타자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중무장한 에프엑스 엠버다. 다음은 엠버와의 일문일답.
 
◆작곡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작곡은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데뷔 전부터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작곡도 해왔었죠. 이후 데뷔하면서 많은 전문가와 멘토로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노래와 춤, 영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요. 그러다보니 '지금 다시 곡을 만들면 어떻게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동안 배운 걸 바탕으로 나의 해석을 더해서 음악을 만들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진거죠.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네요.
-네. 심각하지 않아요. 실제로도 가볍게,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걸 좋아해요. 영상 제작의 경우에도 인스타그램의 짤막한 영상들 보는 걸 좋아해서 친구 생일에 맞춰 부담없이 축하 영상을 만든게 시작이었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관심으로 연결됐고요. 프로듀싱과 영상 제작을 시작한 다른 이유도 있어요. 많은 분들이 놓친 저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우리가 놓친 엠버의 이면은 뭔가요?
-많은 사람들은 절 중성적인 이미지로만 보고, 또 그런 모습으로만 표현해요. 절 보지도 않고 '엠버는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죠. 예를 들면, 지인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누면 '생각보다 안 세네?'라는 말을 항상 들어요. 팀에서 랩을 맡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으니 셀 거라고 생각한거죠. 힙합걸 이미지가 있지만, 저 하나도 안 세요. 또 랩을 사랑하지만 보컬에도 관심이 많아요. 댄스그룹 가수지만 록과 어쿠스틱, EDM을 좋아하고요. 그리고 저 여자에요! 남자라고 한 적 없어요. 하하.
 
◆그렇다면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건가요.
-그 이유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최우선 순위로 두진 않아요. 제가 음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 음악을 해요. 즐겁게 놀면서 작곡하고 노래를 만들죠.
 

◆비슷한 질문이예요. 꼭 지키려 하는 음악적 소신이 있나요?
-솔직함과 재미. 두 가지는 꼭 지켜요. 어떤 틀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어 보려는 순간 솔직함을 놓치게 돼요. 그건 좋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려고 하죠. 또 재미가 있어야 해요. 사실 가수인 저에게 음악은 비즈니스에요. 하지만 일이 재미 없기만 한 건 아니에요. 일도 재밌을 수 있고, 그럼 자연스럽게 열정이 생겨요. 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재미 없는 일을 한다면 음악을 하는 의미도 없어질거에요. 좋은 친구들, 음악 멘토와 크루와 일하면 항상 즐겁고 재밌어요.
 
◆엠버는 유독 '내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큰 것 같아요.
-차갑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전 함께 일하지 않아요. 반대로 좋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함께 일할 거에요.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작업하고 싶거든요.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제 동료들은 나의 부족함을 다 이해하고 믿어준 '좋은 사람'들이에요. "이 부분을 수정하고 싶어. 그래도 될까?"라고 말하면 "당연하지! 좋아. 그렇게 해봐.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죠. 그 덕에 제가 음악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어요. 저도 이 친구들같은 사람이 될거에요.
 
◆물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전제에서겠죠?
-사람마다 '좋은 결과물'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쉽게 답할 수 없네요. 만족감, 순위, 대중의 평가, 주변의 인정, 돈, 행복 등 너무 많은 결과가 있으니까요. 일단 전 스스로의 행복과 만족을 좋은 결과물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그렇다면 엠버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뭔가요?
-'Borders'. 'Borders'예요. '어떤 의도와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좀 더 설명해주세요.
-'Borders'는 완성하는데까지 1년 반이 걸린 노래에요. LEON(리온, 공동작업)이 전해준 트랙을 듣고, 그걸 잘라서 편집하고, 멜로디를 붙이고, 녹음하며 만든 곡이죠. 곡을 만들면서도 '그래! 이거야!' 하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만들었어요. 또 '보더스'의 주제가 자살인데, 세상의 많은 문제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느꼈던 주제라서 자연스럽게 가사와 노래가 나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가 있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든 걸 말하려 하지 않아요. 저도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전 많은 오해를 받았던 사람이고 한국어를 못할 땐 무시도 당했어요. 또 연예인이기 이전에 저도 사람이니까 슬프고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연예인인 네가 왜 힘들어?'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만약 이 상처들을 혼자 삭혔다면 분명 곪았을거에요. 하지만 힘들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피드백을 받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음악을 가르쳐주고, 누군가는 한국 생활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레드벨벳 슬기, 배우 공승연은 정말 소중한 동생들이에요.
 
◆'Borders'는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이었던거네요.
-네. 정말요.
 

◆하지만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죠.
-예전엔 그걸 계산했어요. 하지만 전 그 생각을 시작해버리니 '솔직함'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음악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사실 f(x)의 '4 Walls'도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장르로 여겨졌지만, 노래가 좋으니 성적도 좋았잖아요. 결국 노래가 나와봐야 대중성을 알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노래라면 일단 내봅시다!' 하는 편이에요. 혹시 잘 안 되더라도 좋은 노래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실패가 아닌거죠. 그럼 다시 일어나서 또 좋은 음악을 하면 돼요. 우리 인생 같지 않아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또 도전하는 모습이요.
 
◆아이돌이 프로듀싱을 하는 걸 두고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선입견이 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해는 되지 않아요.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왜 선을 긋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한국에 오고, 데뷔하고, 활동하는 동안 한국 음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했어요. 이에 맞춰 아이돌도 음악적으로 진화하는 거라 생각해요. 선입견 대신 다양한 도전과 진화를 지켜봐주면 좋겠어요. 당장 저만 해도 그래요. 항상 도전하고 배워서 발전하고 싶은걸요. 편하기 싫어요. 편해지면 불안하고요. 굳이 선 긋지 마시고, 그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저 지금 너무 깊이 들어갔나요? 하하.
 
◆그럼 가벼운 질문을 할게요. 콜라보레이션 혹은 프로듀싱 하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에릭남과 에일리요. 두 사람이 없었다면 한국에서의 제 인생은 많이 힘들었을거에요. 그 정도로 우린 '패밀리'예요. 에일리는 엄마처럼 내게 조언해주면서 절 성숙하게 만들어준 사람이에요. 에릭남은 제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항상 도움을 줘요.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푸쉬해주는 사람이죠. 전 긍정적인 편이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에릭남과 에일리는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이자 패밀리, Co-Worker(코 워커, 동료)예요. 또 사랑하는 동생이자 노래 잘 하는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 일찌감치 콜라보레이션을 약속했지만 서로 바빠서 좀처럼 성사가 되지 않는 샤이니 종현과도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그 다음 스텝이 궁금해요.
-사실 프로듀서라고 하지만, 제가 리더인, 제 앨범의 프로듀서가 된 거였죠. 이젠 다른 가수를 프로듀싱 해보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절친한 에일리를 프로듀싱 해보고 싶어요. 에일리를 리더로 두고, 전 프로듀서가 돼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거죠. 완전히 새로울 것 같아요. 사실 소속사, 음악 크루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일하는 템포를 알게 됐고 그것이 익숙해 진 감이 있거든요. 이젠 또 불안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그 다음 도전을 생각하는 거예요.
 
◆엠버를 대표하는 노래를 추천해주세요.
-Tori Kelly(토리 켈리)의 'Unbreakable Smile'(언브레이커블 스마일)이요. 가사 속 그 마인드를 본받고 싶어요. 이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스피커를 따로 샀을 정도에요.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라고 얼마나 외쳤는지 몰라요. '내 웃음을 깰 수 없어', '내 착함이 약점은 아니야' 라는 내용을 담은 아주 솔직한 노래인데 정말 공감해요. 밝고 즐거운 노래니까 많은 분들이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도덕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꼭 말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은 뭔가를 판단하고 선을 그으려 해요. 그것이 차별이든, 아이돌이든, 사람이든, 음악이든, 인생이든요. 음, 그들에게 오픈 마인드를 일깨워주고 싶어요. 오픈 마인드, 사랑. 그게 있다면 각자의 인생이 더 멋있어지지 않을까요?
 
jeewonjeong@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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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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