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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기근' 호남 야구 명성은 어디로 갔나요

기사입력 2015.06.30 07:22 / 기사수정 2015.06.30 00:2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예전부터 호남 야구에는 참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다른 지역에 비교했을 때, 그리고 인구 대비 좋은 야구 선수들이 많지 않나. 그 이유가 궁금해서 여러가지로 분석도 해봤다. 야구에 대한 지역 사람들의 관심과 어린 선수들의 열정이 예전부터 좋은 효과를 낸 것 같다."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광주와 전남 그리고 전북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많이 배출했다. '메이저리거'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 강정호를 비롯해 선동열, 이종범, 이강철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배출한 광주제일고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고, 전북을 대표하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와 동성고(옛 광주상고), 진흥고, 순천효천고 등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학교들이 많다. 호남권 학교 출신 프로 선수들은 현재도 각 프로 구단의 1군 무대에서 많은 숫자가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호남팜'의 명성이 최근들어 희미해졌다. KIA 타이거즈는 2016년도 신인 1차 지명에서 광주일고의 우완 투수 김현준을 선택했다. 사실 KIA가 1차 지명에서 김현준을 선택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올해 신인 드래프트만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고 한기주, 광주일고 유창식 등 전국구 유명 선수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타급 아마추어 선수가 나오지 못했다. 호남권 지역 연고 구단인 KIA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최근 호남에는 '뽑을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은 학교마다 몇 명씩 있지만, 예전에 비해 인재 풀이 확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수도권 밀집화 현상이 아마 야구계에도 불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중학교 혹은 초등학교 재학 중에 수도권 학교 야구부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IA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좋은 인재들이 대부분 서울로 향하고 있다. 여러가지 환경과 여건에서 싸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가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한 황대인의 경우도, 서울 경기고를 졸업했지만 원래 군산 출신 선수다. 황대인처럼 지방 학교에서 수도권으로 스카우트 되어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 1차 지명을 할 수 있는 지역 출신 선수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역 구분을 떠나 아마 야구 전체에서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해낸다면 1차 지명이 아니라 2차 지명 회의에서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연고 지역과 프로 야구단이 갖는 끈끈한 유대감과 홈 팬들의 애정, 한국 특유의 문화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1차 지명 선수가 갖는 의미는 분명히 남다르다.

광주 동성고 야구부 김재덕 감독은 "서울권 고등학교에는 좋은 선수들이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그러다보니 전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선수층이 얕다. 그래서 '베스트 라인업'으로 맞붙으면 수도권 고교에 비해 지방 고교들이 전력상 밀리는게 사실이다. 또 수도권 고교가 대학 야구팀과도 긍정적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 진학까지 고려했을 때 수도권 고교 진학을 선택하는 선수도 많다. 이런 문제는 호남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영남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급 인재가 줄어든 배경에 대해서는 "고교 야구부가 지원이 적다거나, 야구를 하기에 어려운 환경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좋아졌다. 다만 현재 호남 지역에는 초등학교때부터 걸출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 그중 일부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아마 야구 지도자로서 우려 섞인 시선도 던졌다. 김 감독은 "예전에 호남 야구 뒤에는 근성과 절실, 오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오히려 서울 아이들이 더 악착같이 야구를 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아쉬워 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2010년 전국 고교 야구 최강전 우승 당시 광주일고 선수들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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