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WBC 대표팀에 못 가게 된다면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강해지겠다."
덤덤했지만, 그 안엔 분명한 승부욕이 담겨 있었다. 두산 베어스 '20세 마무리' 투수 김택연의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확실한 마무리 카드로 꼽혔던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종아리 부상으로 낙마 위기에 빠진 까닭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8일(한국시간) "오브라이언이 라이브 불펜 세션 도중 오른쪽 종아리 염좌를 느껴 이후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다. 장기 부상은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WBC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매체 역시 "단기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류지현 감독의 구상은 마무리 오브라이언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불펜진 체제였다. 최고 161km/h 강속구, 공격적인 승부 스타일은 단기전에서 더욱 빛날 카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미 문동주와 원태인 등 투수진에 부상 이탈자가 발생한 상황. 오브라이언마저 낙마할 경우 불펜 구상은 다시 원점이다.
오브라이언 공백을 메울 국내 카드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 바로 김택연이다.
김택연은 2024시즌 데뷔와 동시에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고졸 신인으로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08을 기록한 김택연은 그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2025시즌에도 64경기 4승 5패 24세이브 평균자책 3.53으로 마무리 역할을 수행했다. 2년 연속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마무리로 인정받았다.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김택연은 지난해 11월 K-BASEBALL SERIES 대표팀에 발탁돼 체코전, 한일전 마운드를 밟았다. 무엇보다 2026 WBC 1차 사이판 캠프를 통해 대표팀 선배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달 말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사이판 캠프에서 야구 잘하는 대표팀 선배들이 많아 배운 점이 많았다. 특히 (고)영표 선배님과 (원)태인이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또 (곽)빈이 형, (박)영현이 형, (조)병현이 형과 함께 트레이닝도 하면서 많은 걸 얻었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 발탁 가능성에 대해선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김택연은 “가능성은 5대5라고 생각한다. 가고 싶다. 간다면 성장할 기회다. 가게 된다면 자신 있게 준비하겠다. 못 가게 된다면 부족함을 인정하겠다"라고 고갤 끄덕였다.
결국, 김택연은 지난 6일 발표한 WBC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오브라이언 부상 이탈 가능성이 생기면서 극적인 대반전이 생길 수 있다. 오브라이언이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불펜 카드가 필요하다. 국제 대회에서 통할 만한 속구 구위를 갖춘 김택연은 충분히 대체 옵션이 될 수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풀타임을 버틴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1년 전 캠프보다 지금 몸 상태와 느낌이 훨씬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위와 체력, 경험까지 2년 사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물론 김택연뿐만 아니라 함께 사이판 캠프에 참가한 좌완 배찬승(삼성 라이온즈)도 또 하나의 옵션이 될 전망이다. 대표팀 류지현 감독으로서는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김택연 발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류지현 감독은 "오늘(18일) 새벽 오브라이언의 (종아리 부상) 소식을 접했다.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한 상태라 면밀하게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오브라이언은 (WBC 때)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할 선수로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못 가면 부족함을 인정하겠다"던 20세 마무리. 아이러니하게도, 그 겸손한 각오가 오히려 대반전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표팀 막차, 그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