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전설' 손흥민이 다시 유럽 무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17일(한국시간) "손흥민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계약에는 '데이비드 베컴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조항에 따라 오프시즌 동안 유럽 클럽에서 임대 형태로 뛸 수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여름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MLS LAFC로 이적하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당시 그는 서울에서 진행된 토트넘의 프리시즌 경기를 마지막으로 토트넘과 이별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며 그의 유럽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매체가 언급한 손흥민의 계약서에 담긴 '데이비드 베컴 조항'은 이름 그대로 과거 잉글랜드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2007년 LA 갤럭시로 이적할 당시 포함했던 계약 조건에서 유래했다.
당시 베컴은 MLS가 춘추제(2~11월)로 운영되는 점을 활용해, 리그 휴식기 동안 AC밀란(이탈리아)에서 단기 임대로 활약할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는 프랑스의 전설 티에리 앙리가 2012년 뉴욕 레드불스 소속이던 시절, 오프시즌 동안 친정팀 아스널로 단기 복귀한 바 있다.
MLS 사례는 아니지만 춘추제인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뛰던 스웨덴 출신 세계적인 공격수 헨리크 라르손이 2007년 1월1일부터 3월12일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사례도 있다.
매체는 "손흥민의 계약에도 베컴과 앙리가 포함했던 것과 유사한 조항이 존재한다"며 "손흥민은 MLS 시즌이 끝난 뒤 유럽으로 임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MLS는 오는 12월 7일 MLS 컵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2025시즌을 마감한다. LAFC가 도중 탈락할 경우, 손흥민에게는 약 3개월의 공백기가 생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손흥민은 현재 LAFC에서 9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LAFC는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단숨에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여전히 그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물론 손흥민의 현재 MLS에서의 인기와 입지를 생각하면 유럽 복귀 의지가 다시 생길지는 미지수다.
'더 선' 역시 "손흥민이 LAFC에 입단한 이후 팀의 성적과 리그 내 영향력이 급상승했다"며 "그의 등장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르다"며 그의 영향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 합류 후 LAFC의 SNS 조회 수는 594% 폭증했다. 구단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손흥민 영입 발표 이후 소셜 미디어 조회 수가 약 340억회를 돌파했으며, 그의 입단 기자회견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매체는 "이는 리오넬 메시가 MLS에 입단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의 관심도"라며 "손흥민이 MLS 전체에 새로운 흥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손흥민의 MLS 생활은 성공적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유럽 축구 팬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그는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10년간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이 중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27골 71도움을 올려 총 198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득점과 도움 모두 상위 20위 안에 든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단 7명뿐이며,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프랭크 램파드, 테디 셰링엄, 모하메드 살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통산 200 공격포인트까지 단 두 개만을 남긴 상황에서, 손흥민의 '단기 복귀' 가능성은 단순한 추측을 넘어 팬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던진다.
매체 역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시즌 동안 빛나는 성과를 남겼으며, 유럽 구단이 단기 계약을 제시할 경우 복귀를 고려할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친정팀 토트넘이 그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된다.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 체제에서 리그 3위를 달리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선'은 "토트넘 팬들 역시 손흥민과의 작별 인사가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며 "그가 임대 신분으로 잠시 복귀해 토트넘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감정적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12년 앙리가 아스널로 복귀했을 때 팬들은 이를 '전설의 귀환'이라며 열광했다. 손흥민 역시 토트넘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안긴 주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잠시라도 토트넘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면 프리미어리그 전체가 뜨겁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인 변수도 존재한다. 내년 여름에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이 대회를 마지막 월드컵으로 여기고 있으며, 오프시즌 동안 유럽 임대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손흥민이 MLS 이적의 가장 큰 이유로 내년 월드컵을 꼽은 만큼, 그에게 있어 이번 대회는 큰 의미를 가진다.
과거 베컴과의 차이점도 있다. 베컴은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잔류를 위해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했지만, 손흥민은 이미 한국 대표팀의 절대적인 주전이자 주장이다. 대표팀 선발 경쟁을 위해 굳이 유럽으로 임대를 떠날 이유는 없다.
또한 손흥민은 MLS에서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높은 출전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끝난 직후 휴식 없이 프리미어리그라는 상위 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피로 누적이 우려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과도한 일정 소화는 선수의 커리어 후반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손흥민은 토트넘 팬들에게 진정한 '클럽 레전드'이자, 아시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2020년 번리전에서 72m 단독 드리블 골로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고, 2021-20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2024-2025시즌에는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컵을 안겼다.
그가 프리미어리그에 단기 복귀를 이룬다면 단순한 임대 이적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한 시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트랜스퍼마크트/SNS/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