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전에 비해 입지가 줄어든 이강인이 정말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날까.
현지 언론들은 이강인의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며 PSG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이강인을 처분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뚜렷한 행선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는 PSG가 이강인을 방출 명단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언론 '풋01'은 지난 6일(한국시간) "PSG는 이번 여름 이강인가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며 "이강인이 앞으로 파리에서 보내는 몇 주는 그가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풋01'은 이강인이 다른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게 방출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강인은 측면 공격수 데지레 두에와 미드필더 세니 마율루, 주앙 네베스 등 다른 선수들에게 자리를 넘겼다"며 이강인이 포지션이 같거나 비슷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짚었다.
PSG 관련 소식을 다루는 'PSG 인사이드 액투스'도 같은 날 "이강인은 올여름 PSG를 떠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라며 "PSG는 이강인의 이름을 방출 명단에 올릴 수 있다. 현재 PSG의 경기에 이강인이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했다.
'풋01'의 지적대로 이강인은 최근 두에와 네베스는 물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만 뎀벨레, 브래들리 바르콜라 등 PSG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6일 PSG의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명단에는 포함됐으나 결국 출전하지 못했다.
비단 리버풀전만이 아니다. 이강인의 출전 시간은 2025년 들어 급감했다. 프랑스 리그1(리그앙) 겨울 휴식기, 그리고 크바라츠헬리아가 나폴리에서 PSG로 합류한 겨울 이적시장 이후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최근에 와서는 15분만 소화하거나 경기에 뛰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강인은 지난 1월 AS모나코전과 AS생테티엔전에 연달아 선발 출전해 각각 67분과 90분(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정작 PSG의 챔피언스리그 명운이 걸려 있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페이즈 7차전에서는 45분 만 뛰고 교체됐다.
이후 이강인이 유일하게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3부리그 팀인 르망과의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경기였다. 도중 브레스트를 상대한 리그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81분간 경기장을 누볐으나, 당시 PSG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컵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강인의 브레스트전 출전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로테이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말부터는 대놓고 출전 시간이 뚝 떨어졌다.
이강인은 브레스트를 다시 만난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교체 출전해 30분만 소화한 탓에 PSG의 7-0 대승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이어 올랭피크 리옹전(16분), 릴OSC전(15분)에서는 출전 시간이 반토막이 됐다.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리버풀과의 1차전을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포함되고도 결국 경기장을 밟지 못했다. 이날 엔리케 감독은 두에와 곤살루 하무스, 그리고 워렌 자이르 에머리를 투입하고 교체카들 두 장이 남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을 내보내지 않았다. 굳이 이강인을 기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결국 방출설로 이어졌다. 누가 봐도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고, 전술적인 교체로도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강인이 더 이상 PSG에서 자리를 꿰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한때 엔리케 감독의 칭찬을 받으며 중앙 미드필더부터 측면 공격수,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펄스 나인(가짜 9번) 역할을 소화하는 등 미드필드와 공격 전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분류됐지만, 오히려 특정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주전으로 뛰지 못한 게 독이 된 모양새다.
또한 PSG가 새롭게 영입한 크바라츠헬리아가 킬리안 음바페 이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며 공격진 중 한 자리를 꿰찼고, 바르콜라나 두에 등 이강인의 실질적 경쟁자들의 경기력도 올라오면서 이강인의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 운이 좋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강인이 최근 팀 훈련 대신 개인 훈련을 소화한 것을 보고 이강인의 부상을 의심하기도 한다. 만약 이강인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부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면 이강인의 커리어에도 경고등이 켜진 게 틀림없다.
2001년생 이강인은 이제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닌, 특정 팀에서 꾸준히 뛰어야 하는 나이의 선수가 됐다. 주전 자리가 보장되는 RCD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에 입단하기로 결정한 만큼 PSG에서 주전 경쟁을 이어갈지, 아니면 방출 루머를 따라 다른 팀으로 이적해 새 도전에 나설지 선택하는 것은 이강인의 몫이다.
다행히 이강인이 이적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그에게 관심을 가질 팀들은 많을 듯하다.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과 지난 겨울 잠시 프리미어리그(PL) 구단들과 연결된 적이 있다. 겨울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명장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애스턴 빌라 등이 이강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겨울 이적시장 기간에 맞춰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레이스를 뛰는 중인 아스널이 이강인을 영입 리스트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