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유럽에 진출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미드필더 권혁규(셀틱)가 유럽대항전 명단 제외까지 당하면서 데뷔 시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셀틱은 12일(한국시간)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참가할 선수단 25인을 발표했다. 셀틱은 지난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챔피언 자리에 오르면서 우승팀 자격으로 조별리그로 직행했다.
UEFA는 지난 1일 1일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추첨식을 진행했다. 총 32팀이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UEFA 클럽대항전 최고의 무대에 초대받은 가운데 각 팀의 16강 진출 최대 변수로 꼽히는 추첨식에서 셀틱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SS라치오(이탈리아)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네덜란드 챔피언으로 등극해 조별리그에 참가했고,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강호이다. 라치오 역시 지난 시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활약에 힘입어 리그 우승을 거머쥔 SSC 나폴리에 밀렸지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위를 차지했다.
16강 진출을 노리는 셀틱 입장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축구 팬들은 셀틱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3총사'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가질 수 있을기 기대했다.
양현준과 권현규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여름 이적시장 때 셀틱으로 이적하면서 이번 시즌이 셀틱에서 보내는 첫해이다. 오현규는 지난 1월에 이적해 시즌 중 합류했지만 셀틱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RB라이프치히, 샤흐타르 도네츠크한테 밀려 D조 최하위를 차지해 조기 탈랙했기에 유럽대항전에서 뛸 기회가 없었다.
그렇기에 3명의 한국 선수 모두 이번 시즌에 커리어 처음으로 유럽대항전에서 뛰게 됐다. 심지어 세계적인 축구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이기에 한국 팬들의 기대감은 커졌는데, 셀틱이 '코리안 3총사' 중 권혁규를 명단 25인에서 제외하면서 충격을 줬다.
UEFA 홈페이지에 따르면, 셀틱이 전달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뛸 선수단 25인에 오현규와 양현준은 포함됐지만 권혁규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드필더만 10명을 뽑았음에도 권혁규를 제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 매채 '더선'은 "셀틱을 이끄는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선수단을 지명했는데, 여기엔 이번 여름에 계약한 마이크 나브로츠키, 마르코 틸리오, 권혁규를 위한 자리는 없다"라고 밝혔다.
2001년생 폴란드 수비수 나브로츠키와 2001년생 호주 윙어 틸리오는 권혁규와 양현준처럼 새 시즌을 앞두고 여름에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어린 선수에다 팀 적응이 끝나지 않았는데 부상까지 입으면서 명단에서 제외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권혁규는 팀에 합류한 후 부상 없이 꾸준하게 훈련에 참석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데뷔전도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아예 로저스 감독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셀틱에 합류한 이후 권혁규는 리그 4경기에서 3경기를 그저 벤치만 지켰다. 이 중 한 경기에선 명단 제외까지 당했다. 리그에서 기용되지 못해 컵대회 때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스코티시 리그컵에서도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2001년생 미드필더 권혁규는 지난 2019년 부산에서 프로 데뷔해 2021년 김천을 통해 군에 입대했다. 셀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2023시즌 동안 부산 아이파크에서 K리그2 20경기 2골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중원 조율은 물론 공격 가담에도 적극적이고 득점도 하는 등 미래가 좋은 선수로 평가됐다.
190cm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유사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스 타격도 가능해 장점이 많은 권력규를 두고 셀틱이 큰 관심이 보였다. 약 1년간 권혁규를 지켜본 셀틱은 지난 7월 이적료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에 권혁규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은 가능하면 끝까지 핵심 선수인 권혁규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번 여름에 그를 놓아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특히 다른 국내 구단 이적도 검토됐지만 선수 본인의 유럽행 의지가 커 셀틱 합류가 확정됐다.
권혁규 영입이 성사되자 로저스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권혁규를 데려오게 돼 기쁘다. 우리 구단이 오랜 기간 주시했던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이적을 마무리해서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로저스 감독의 발언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함께 셀틱에 합류한 양현준은 주로 교체로 나오고 있지만 리그 4경기와 리그컵 1경기 모두 출전했다. 지난 13일 애버딘과의 2023/24시즌 리그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도움까지 올리며 시즌 첫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양현준의 도움에 힘입어 셀틱은 에버딘을 3-1로 제압했다.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는 양현준과 달리 권혁규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K리그1(1부리그)에서 뛰다 이적한 양현준과 달리 K리그2(2부리그)에서 왔기에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됐지만 이렇게까지 권혁규를 외면하는 상황을 예상한 팬들은 없었다.
아직 권혁규는 나이도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기에, 향후 큰 성장폭을 보여 로저스 감독이 다시 보게끔 만들어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팬들은 조만간 시작할 셀틱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권혁규를 볼 수 없게 됐다.
9월 A매치 휴식기의 끝이 다가오는 가운데 셀틱은 오는 20일 오전 4시에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 페예노르트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대회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만약 셀틱이 16강 진출에 성공하거나 조 3위를 차지해 유로파리그 참가권을 얻게 될 경우, 2024년 겨울 이적시장이 끝나고 다시 명단을 제출하기에 권혁규가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한편, 권혁규가 아쉽게 명단 제외를 당한 가운데 양현준과 오현규는 선수단 25인에 이름을 올리면서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다.
셀틱은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K리그1 수원 삼성 에이스로 활약하던 오현규를 영입했다. 셀틱에 입단하면서 유럽에 첫 발을 내민 오현규는 2022/23시즌 후반기 동안 주로 교체로 나왔지만 21경기에서 7골을 터트리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마침 셀틱이 리그, 리그컵, FA컵을 모두 우승하면서 합류하자마자 커리어에 우승컵을 3개나 추가했다.
데뷔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본격적으로 시즌 풀타임에 도전하는 오현규가 2023/24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지만 불행히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입으면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오현규는 지난달 2일 여름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전이자 셀틱이 3-2 역전승을 거뒀던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맞대결에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투입됐는데, 이때 후반 25분 데이비드 턴불의 역전골을 도우면서 호평을 받았다. 친선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4-2로 승리한 로스 카운티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오현규는 권혁규와 함께 벤치를 지켰다. 양현준만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20분 정도 소화하면서 셀틱 데뷔전을 가졌다.
오현규가 벤치만 지킨 것에 대해 로저스 감독은 아틀레틱과의 친선전에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현규는 아마 몇 주 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는 아틀레틱전에서 종아리를 다쳤지만 주말에 훈련을 했고, 경기에도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현규는 이후에도 훈련을 받았는데, 그 후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그는 앞으로 4~6주 동안 아웃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부상 치료를 위해 전력에서 빠진 오현규는 지난 3일 리그 4라운드 레인저스와의 맞대결에서 후반 30분에 교체로 투입되면서 부상 복귀전을 가졌다. 부상이 완치됐는지 9월 A매치를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도 소집됐다. 다만 지난 8일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선 벤치만 지켰다.
오현규가 부상에서 돌아와 이제서야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강원FC의 2002년생 어린 윙어 양현준은 조금씩 셀틱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갔다.
양현준은 셀틱에 합류한 이후 리그 4경기와 컵대회 1경기 모두 출전했다. 5경기 중 4경기가 교체 출전이지만 리그 2라운드 에버딘전에서 도움을 올리자 다음 경기인 세인트 존스토전에서 선발로 출전하는 등 확실하게 로저스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양현준이 셀틱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클린스만도 높게 평가하면서 이번 9월 A매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명단에 발탁하게끔 만들었다. 양현준은 0-0 무승부로 끝난 웨일스전에서 후반 39분 이재성(마인츠)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기념비적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셀틱의 '코리안 3총사' 중 권혁규는 빠지게 됐지만 오현규와 양현준이 쟁쟁한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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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 2023/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선수단(25명)
GK : 조 하트, 스콧 베인
DF : 앨리스테어 존스턴, 알렉산드로 베르나베이, 그렉 테일러, 구스타프 라게르비엘케, 리암 스케일스, 나다니엘 필립스, 캐머런 카터비커스, 안토니 랄스턴, 스티븐 웰시
MF : 루이스 팔마, 양현준, 하타테 레오, 이타와 토모키, 맷 오라일리, 칼럼 맥그리거, 데이비드 턴불, 오딘 티아고 홀름
FW : 마에다 다이젠, 후루하시 교고, 오현규, 리엘 아바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셀틱 SNS, UEFA 홈페이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