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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월드 팀 트로피 기록', 큰 의미가 없는 이유

기사입력 2009.04.17 17:42 / 기사수정 2009.04.17 17:4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가 ‘일’을 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저녁, 일본 요요기국립체육관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제 1회 ISU 월드 팀 트로피 2009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한 아사다 마오는 75.84의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LA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에 불과 0.28점밖에 차이가 안 나는 점수였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일취월장했다고 평가를 받는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점수를 거론하기 이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하는 사항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쟁대회'보다는 '이벤트'에 가까운 월드 팀 트로피 대회

지난해 여름, ISU(국제빙상경기연맹)는 한 시즌을 총결산하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ISU 공인 대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야 할 부분은 ISU가 일본빙상경기연맹과 일본의 공중파 방송은 아사히 TV와 함께 이 대회를 신설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대회는 올해는 물론, 다음 대회도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자국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고 소문난 'NHK Trophy' 이후, 일본은 자국에서 펼쳐지는 ISU 공인 국제대회를 창설했습니다. 이미 세계 피겨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의 스폰서들은 익히 유명합니다. 특정 국가에서 대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례로 지난 3월, 전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WBC(World Baseball Classic)대회도 일본 측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미국 MLB가 주도해서 창설된 대회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과 미국에 유리한 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요. 월드 팀 트로피 대회는 최초의 국가대항전 대회로 알려졌지만 일본 현지에서도 이 대회를 경쟁 대회보다 '행사' 대회로 여기고 있는 시선이 많습니다.

또한, 월드 팀 트로피 대회는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극히 미비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특정 국가들을 위시한 대회라는 점이 한눈에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지요. 이러한 문제 때문에 특정 국가들의 선수들만 모여서 치르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했을 때, 이 대회는 경쟁대회보다는 ‘이벤트’에 가까운 느낌이 짙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하는 국가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미, 그리고 유럽 선수들과 일본 등이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뛰어난 선수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부 국가들만 초대해 그 선수들만 가지고 치르는 이 대회의 취지는 ‘피겨의 세계화’와 역행하고 있습니다.

비단,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인 김연아가 출전하지 못하는 대회라서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을 통해 그동안 피겨의 변방국으로 불렸던 국가 출신의 선수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을 배제하고 특정 국가의 선수들만 출전한다는 의미는 ‘세계 경쟁대회’로서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빙상경기연맹과 일본빙상경기연맹, 그리고 아사히 TV가 주최돼서 만든 이 대회는 출발점부터가 다른 국제대회들과 차이가 큽니다. 아사다 마오는 지난달 말에 벌어진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66.06의 점수를 받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75점대의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피겨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은 심판진에 따라서 특정한 선수가 일관된 연기를 펼쳐도 점수의 차이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점수를 채점하는 객관적인 기준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아사다 마오의 점수에 논란이 많은 것은 높은 점수를 받은 대회가 대부분 자국에서 개최된 대회였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이 모호한 대회에서 나온 석연찮은 기록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빙상연맹의 이지희 부회장님은 이번 월드 팀 트로피 대회는 초청대회이고 특정 국가의 선수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월드 스탠딩에는 포인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ISU에서 공인한 대회인 만큼, PB(퍼스널 베스트)는 인정된다고 전해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ISU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조항이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대한빙상연맹의 관계자는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회라 데이터 정리와 업데이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조만간에 갱신될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더욱 명확한 것은 ISU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이 뜨고 나서야 확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월드 팀 트로피 대회의 개인 최고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대회가 지니는 한계성 때문에 퇴색될 가능성이 큽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국가 대항전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이번 월드 팀 트로피 대회는 WBC만큼이나 특정 국가들을 위한 배려가 넘치는 대회입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기본적인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지요.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에서 드러났지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비교는 이제 싫증난 주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의 전 코치인 김세열 코치는 "아사다 마오가 그동안 어설펐던 트리플 콤비네이션을 버리고 트리플 악셀에 이은 더블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한 부분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아사다 마오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를 높인다고 해도 프리스케이팅에 들어서면 김연아와의 차이점이 더 많이 나타난다. 연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지만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콤비네이션에 약하고 다른 부분에서도 모두 밀린다. 그만큼 김연아가 지닌 실력을 따라올 선수는 보기 드물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잔뜩 자신감을 잃었던 아사다 마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부분은 세계선수권에서 패배를 겪은 아사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요. 그러나 정체성이 모호하고 자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부분은 큰 의미가 남지 않습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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