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7 23:09
스포츠

[클로즈 업 V - 인터뷰] 명해설자에서 현장으로 복귀한 김상우

기사입력 2008.09.17 15:39 / 기사수정 2008.09.17 15:3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김상우(35, LIG 손해보험) 코치는 지난 2007~2008 프로배구 V리그에서 탁월한 말솜씨와 배구 팬들의 귀에 쏙 들어가는 명쾌한 해설로 많은 배구 팬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해설가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선수로서 코트를 떠난 지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마이크로 선수들과 팀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던 해설가는 이제 지도자가 되어 현장에서 직접 자신의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배구 팬들은 좋은 해설로 팬들의 이해를 도왔던 김 코치가 지도자로 떠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지도자로서 김 코치가 좋은 결실을 얻기를 기원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코보컵에서 처음으로 코치의 신분으로 현장에서 뛴 김 코치를 만나봤습니다. 지도자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자신의 배구인생, 그리고 소속팀인 LIG 손해보험의 문제점과 한국배구의 현주소에 관해 김 코치는 해설가 출신다운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설명해주었습니다.

Q : 지난 7일에 막을 내린 2008 기업은행배 양산 코보컵에서 처음으로 지도자로 입문하셨습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모 방송국의 해설자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계셨는데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하군요.

김상우(이하 '김'으로 표기) : 코트에서 뛰는 선수로서 강한 모습이 비쳐졌었는데 해설을 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로 팬들에게 어필했었습니다. 1년 더 해설을 할까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해설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지만 지도자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죠. 올림픽배구 예선전 경기 중계방송 차, 일본으로 출장 가 있을 때 연락을 받고 일주일동안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죠.

Q : 아무래도 김 코치님이 선수시절에 센터포지션에 계셔서 LIG 손해보험의 미들블로커들에게 많이 관심이 가실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직접 본 LIG 센터들의 모습과 문제점은 어떤가요?

김 : 아직 코치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가 선수들을 제 스타일로 만드는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센터 포지션 출신이다 보니 그쪽 선수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현재 우리 팀의 센터들을 보면 다른 팀에 비해 캐리어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 센터인 하현용 선수는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센스가 2% 부족한 모습이 보이고 이종화 선수도 많이 발전해야할 선수이죠.

Q : 해설가 시절에 LIG 팀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지적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막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LIG 손해보험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 : 사실 우리 팀 선수들은 삼성화재나 현대캐피탈 같은 팀에 비해 개인기량에서 떨어져 있어요. 방금 지적한 센터 포지션도 그렇지만 레프트의 김요한과 엄창섭 선수도 보면 다른 레프트와 비교해 결코 우위에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삼성화재의 최태웅 선수나 현대캐피탈의 권영민 선수 같은 세터에 비해 우리 팀의 세터는 큰 차이가 있죠. 리베로 역시 다른 팀에 비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모여서 한 팀이 되면 분명히 다른 팀에 비해 우월할 수가 없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현대와 삼성, 그리고 대한항공 등에게 계속 지다보니 자신감이 위축돼 있는 요소도 커요. 연습 때나 실전에서 패배의식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Q : 김 코치님이 LIG로 부임하면서 특히, 센터들의 기량이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을 텐데요? 그리고 선수들과 직접 뛰면서 지도하신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선수로 뛸 수 있는 몸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 : 그런 기대를 하는데 아직 제가 큰 목소리를 낼 입장은 아니고요. 현재는 상대방 선수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해주는 정도입니다. 앞으로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충분한 연습을 소화하면 자연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몫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1세트에서 2세트 정도는 뛸 수 있어요. 맘은 앞서가는데 몸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죠.(웃음)

Q : 한국프로배구에서 외국인선수에 대한 부분을 빠트릴 수 없는데요. 이번에 코보컵에서 선을 보인 카이 반 다이크에 대한 김 코치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김 : 카이 선수는 214cm란 키에 비해 움직임도 좋고 잠재력도 많은 선수이지만 아직 완성된 선수는 아니에요. 제가 볼 땐, 지난 코보컵에서 나타난 기량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실력에서 50%도 올라오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한국배구에 적응하느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력여부겠죠. 이곳에서 적응을 잘하고 열심히 한다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Q : 카이 선수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선수인데 이 커리어에 대한 코치님의 의견은요?

김 : 그런데 지금 네덜란드 남자배구는 세계배구의 열강에서 많이 떨어져있어요. 90년대 전성기를 보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도 획득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많이 하향세 곡선을 그리고 있죠. 카이 선수 같은 미완의 대기가 네덜란드의 주포인 것을 생각해봐도 네덜란드 배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거예요.

Q : 세계배구의 흐름과 한국배구의 현주소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세계배구는 굉장히 빨라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속도감에서 한국배구가 뒤쳐져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말씀하신대로 세계배구는 놀랍도록 빨라지고 있어요. 거기에 비하면 한국배구의 스피드는 제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 올림픽예선전과 월드리그 같은 경기를 보면 외국 팀들의 세터들이 구사하는 토스는 양쪽 안테나 위로 올라오는 토스가 없어요. 그만큼 낮고 빠른 토스를 구사하고 있고 이것을 공격수들이 때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도 높고 길쭉하게 올라가는 오픈토스에 맞춰서 공격을 하고 있어요. 이러니 당연히 속도감에서 뒤쳐지게 되고 외국 팀들의 빠른 공격을 따라가는 블로킹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유럽과 남미선수들은 체공력과 파워도 우리보다 앞서있는데 속도감에서도 차이가 나니 블로킹이 따라갈 답이 안나오는 거죠.

Q : 한국배구가 이렇게 세계배구의 흐름에 뒤쳐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 : 세계배구를 따라간다고 장신화만 고집한 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한국선수들이 아무리 커도 유럽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면 당연히 질 수 밖에 없어요. 기본적으로 그 선수들이 높이와 파워에서 우리보다 앞서있으니까요.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세밀한 볼 터치와 기본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앞서지 못하면 유럽과 남미선수들을 이길 방법이 없으니까요.

Q : 그런 면에서 한국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중, 고등학교 유망주들의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시절부터 기본기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점이 가장 필요할까요?

김 : 가장 중요한 것은 중, 고교 배구의 지도 현장에 배구에 대한 경험이 녹록한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직접 배구를 한 적이 없고 아마추어 동호회에서나 배구를 한 분들이 중, 고교 배구의 지도자로 있는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요. 어린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기본기를 가르치려면 아무래도 배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막상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분들의 보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에요. 협회와 연맹 등에서 한국배구의 미래에 대해 투자하려면 이러한 점부터 개선시켜야한다고 봅니다.

Q : 여자배구에 대해서도 여쭈어보겠습니다. 지난 올림픽예선전 때, 현장에서 여자배구를 중계하셨는데요. 안타깝게 올림픽에서 탈락된 그 모습을 직접 현장에서 보신 느낌은 어떠셨는지요?

김 : 중계는 해야겠는데 뭐라 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뭘 해보고 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답답했었죠.

Q : 어떻게 보면 남자배구보다 더욱 심각한 게 여자배구의 상황인데요. 이 문제점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경기를 봤는데요. 그 선수들의 빠르고 분주한 몸놀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에 비해서 한국여자배구는 너무나 느려요. 이것은 제가 볼 땐 연습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좀더 빠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연습 방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Q : 한국배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니까 LIG 소속 선수인 김요한 선수가 생각나는데요. 이번 코보컵에서 많은 발전을 했는데 김요한 선수에 대한 코치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김 : 김요한 선수가 이번 코보컵에서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손에 골절이 생기는 부상도 있었고 팀과의 훈련도 부족했었는데 공격과 블로킹에서는 향상되었어요. 다만, 보이지 않는 실수가 많은 점이 아쉽게 느껴져요. 앞으로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요한 선수의 체격 조건은 유럽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어깨가 넓다보니 공을 때릴 수 있는 각이 넓어지고 블로킹의 폭도 넓어지는 장점이 있어요.

Q : 긴 시간동안 한국배구와 LIG 손해보험 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질문으로 LIG 손해보험이 이번 V리그에서 꼭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요?

김 :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삼성과 현대 같은 팀과 시합을 해서 지더라도 예전과 같이 쉽게 패하는 모습이 그만 나왔으면 합니다. 그만큼 끈질기고 근성 있는 배구를 하는 팀으로 거듭 났으면 해요. 코트에 들어서면 절대로 상대 팀이 만만하게 보지 않는 '싸움닭'같은 팀으로 변모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 = 김상우 (C) LIG 손해보험]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