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FC서울의 수비수 차두리(35)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그 종착역은 K리그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해맑게 웃던 '새내기' 차두리가 어느새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했다. 지안루이지 부폰을 상대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며 당당하게 맞선 패기의 사나이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스코틀랜드 무대 등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낸 뒤 지난 2013년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세월의 흐름을 거역하는 꾸준한 활약으로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부동의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잡은 차두리는 2015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오세아니아 대륙을 가로지른 질주는 아직도 선명하지만, 차두리는 겸손하게 물러났다.
올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차두리는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해 '팀에 보탬되는 선수', '감독과 선수들에게 필요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마지막 남은 1년은 그에게 더욱 의미있고 소중하다. 온전히 K리그 클래식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허락된 만큼 국내 축구의 부흥을 일으키고자 발 빠르게 팔을 걷어 올릴 수 있게 됐다.
서울의 AFC(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는 대단원의 시작이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노이 T&T FC(베트남)와의 경기로 겨울잠을 잤던 K리그는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다.
하노이전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작게는 서울의 ACL 본선 진출이 달려있고, 거시적으로는 국내 축구의 흥행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다. 차두리는 "아시아 무대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노이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무조건 승리를 외쳤다.
상쾌한 출발도 부르짖는 차두리는 벌써부터 사명감으로 투철하다. K리그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당부하기 이전에 선수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했다. 차두리는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솔직히 한국대표팀은 경기력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축구팬들이 투혼에 감동을 받은 것 같다"며 "K리그도 마찬가지다.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가진 기량 이상을 발휘한다면, 팬들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고 역설했다.
'로봇'처럼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뛴 차두리는 "35살에 K리그를 주름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두시즌 간 자신이 겪은 소회를 전했다. 그의 눈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눈에 띈다. 차두리는 "K리그에는 수준급의 기량을 지닌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이들이 발전해 차후에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K리그에 기대를 당부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카드섹션은 'CU@ K리그'였다. 월드컵의 열기를 K리그로 고스란히 옮겨 가자는 뜻이 있었다. 분명히 이 장관을 봤을 차두리는 당시보다 더욱 배가된 의무감으로 타오를 법하다. 아시안컵에서 흘린 여운과 잔잔함은 K리그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차두리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차두리 ⓒ 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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