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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펜싱 코리아', 사랑·감동·우정 모두 있었다

기사입력 2014.09.26 06:44 / 기사수정 2014.09.30 15:31

나유리 기자
결승전을 마친 후 서로 부둥켜 안는 구본길과 김정환(오른쪽)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결승전을 마친 후 서로 부둥켜 안는 구본길과 김정환(오른쪽)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한국 펜싱이 아시아 최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20일부터 25일까지 5박6일동안 경기도 고양시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남녀 6종목, 단체전 남녀 6종목 총 12종목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하며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펜싱 참가국 중 1위를 달렸다. 남자 에페 정진선, 여자 플뢰레 전희숙, 여자 사브르 이라진, 남자 사브르 구본길이 각각 금메달을 2개씩 목에 걸었다.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참가국 1위를 차지한 한국은 2012 런던하계올림픽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참가국 2위에 올랐다. 여기에 안방에서 치른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중국, 일본을 압도적으로 제치며 금메달 8개를 휩쓸어 위상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펜싱경기가 열렸던 고양실내체육관에서는 6일동안 사랑과 감동, 우정까지 모두 다 진하게 맛볼 수 있었다.

▶우정

한국 펜싱 선수들 최고의 목표는 단연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결승전에서 절친한 동생인 박경두를 꺾고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정진선은 "경두와 적이 아닌 팀으로 만나 꼭 단체전 금메달을 따겠다"고 확언했고, 현실이 됐다. 단체전 금메달까지 목에 건 정진선은 아껴뒀던 눈물을 펑펑 흘리며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보다 지금 이 메달이 훨씬 더 좋다"고 크게 기뻐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는 유독 준결승,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둘 중 한명은 반드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선수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박경두는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나라가 우승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선이형이 금메달, 내가 은메달을 딴 것은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선수들도 마찬가지. 중국을 상대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쓴 여자 사브르 단체팀은 기쁨의 눈물을 만끽했고,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역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남현희도 눈물을 흘렸다. 그를 지켜보던 전희숙은 "이렇게 좋은 날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구박 아닌 구박을 했으나 그 역시 울고 있었다.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른 전희숙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른 전희숙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감동

펜싱 경기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모든 종목 예선부터 결승까지 어김없이 드라마틱한 승부가 많이 펼쳐졌다. 한국 대표팀의 준결승, 결승 경기 위주로만 TV 중계가 됐기 때문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안방팬들에게까지 전달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허준은 준결승에서 오타 유키(일본)와 초접전 끝에 종료 직전 극적으로 결승 진출 티켓을 쥐었고, 김지연과 이라진이 앞장선 여자 사브르 단체 역시 중국에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렸던 24일에는 8강전에서 중국-일본, 카자흐스탄-홍콩이 피말리는 명승부를 펼쳤다. 백미는 이란-중국의 준결승전이었다. 이란의 마지막 선수 아베디니 쇼마티 모하타베는 슈잉밍을 상대로 분전했다. 그리고 혼자서 8점을 내리 얻는 괴력을 발휘해 승부를 44-44, 원점으로 돌렸다.

남은 시간은 채 1분도 안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타에 나섰다. 주심이 중국의 손을 들자 중국 선수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열광했다. 하지만 모하타베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기적적으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주심은 판정을 번복해 이란쪽에 손을 들었다. 이 승부 하나로 이란은 40년만에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남현희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남현희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사랑

'플뢰레의 새로운 여제'로 등극한 전희숙은 열애설로 가장 '핫'한 선수가 됐다. 개인전 금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방송인 왕배와의 열애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고, 전희숙은 어렵게 입을 떼며 인정했다. 남자친구에 대해 "(왕배는) 항상 힘이 되주고, 응원도 격려도 많이 해주는 사람"이라는 전희숙은 "그사람이 연예인이고, 저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못했다. 남자친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꼭 공개해달라고 부탁해서 알리게 됐다. 아직 만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제대회 첫 금메달에 도전한 '1초의 눈물' 신아람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값진 은메달을 2개나 목에 걸었고 "현재 교제 중인 남자친구가 있다. 연예인도, 운동선수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며 열애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코끝 찡한 모성애를 과시한 선수도 있었다. 바로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다. 지난해 4월 딸아이를 출산한 남현희는 출산을 겪은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른 페이스로 국가대표 복귀에 성공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단체전 금메달을 딴 후 뜨거운 눈물을 흘린 남현희는 "엄마가 되니 마음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그동안 하이를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걸고 기뻐하는 남자 에페 단체팀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금메달을 걸고 기뻐하는 남자 에페 단체팀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아시아 최강 한국펜싱

6일간 한국 펜싱 선수들이 치르는 예선과 준결승, 결승까지 거의 전 경기를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한층 올라간 수준이었다. 8강전까지는 긴장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 펜싱은 강했고 또 세밀했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8개를 달성했고, 아시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감동과 우정, 사랑과 드라마가 함께 했던 아시안게임 펜싱은 막을 내리지만, 세계 1위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펜싱의 도전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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