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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휘청대는 브라질, 영원한 제국은 없다

기사입력 2014.04.29 17:33 / 기사수정 2014.04.29 20:31

김덕중 기자
월드컵 최다, 최고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은 브라질이 갖고 있다. 축구에 관한한 브라질은 '제국'이었다. ⓒ 엑스포츠뉴스DB
월드컵 최다, 최고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은 브라질이 갖고 있다. 축구에 관한한 브라질은 '제국'이었다.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브라질 만큼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강력한 힘을 과시한 나라는 없다. 브라질은 첫 번째 월드컵이었던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시작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월드컵 84년 역사를 통털어 19회 전 대회에 출전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브라질이 유일하다. 브라질은 또 통산 5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이 부문에서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최초의 3회 우승을 차지해 당시 우승컵이던 '줄리메컵'을 영구 소유하기도 했던 나라가 바로 브라질이다.

월드컵 84년 역사에서 최고의 팀을 묻는 질문에는 1970년 멕시코 대회에 참가했던 브라질 대표팀이 첫 선에 꼽힌다. 펠레를 비롯해 지코, 소크라테스, 기린샤 등이 활약했던 1970년 브라질은 체코슬로바키아에 4-1, 잉글랜드에 1-0, 루마니아에 3-2로 이긴 뒤 8강에서 페루를 4-2, 준결승전에서 우루과이를 3-1,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전승(6승) 우승 기록이다. 2002년 브라질이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등의 활약에 힘입어 역대 두번째로 전승(7승) 우승에 성공했지만, 1970년 대표팀과 비교해 압도적이진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브라질은 축구에 관한한 '제국'이었다. 비단 월드컵 성적 뿐 아니라, 과거 또 현재까지도 전 세계로 뻗어나간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제국'이란 말에 더 없이 어울리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K리그는 FC서울에서 은퇴한 아디, 중국으로 떠난 에닝요 등의 브라질 선수들이 레전드급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 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브라질 선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팀이 브라질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키우고, 이른바 빅클럽을 거꾸러뜨리는 '자이언트 킬링'이 곧잘 발생한다.

브라질월드컵 일부 경기장의 건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회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라질 현지에서는 월드컵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 엑스포츠뉴스DB
브라질월드컵 일부 경기장의 건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회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라질 현지에서는 월드컵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 엑스포츠뉴스DB


지난 2007년 브라질월드컵 개최가 확정됐을 때만 해도 브라질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1950년 이후 64년 만에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이었다. 주요 거리마다 축포가 터졌고 열정적인 삼바 댄스까지 선보였다. 모두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럴 만 했다. 당시 브라질 경제는 더 없이 좋을 때였다. 계속되는 호황으로 경제성장률이 두자릿수에 육박했다. 어느덧 브라질은 빈민국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남미 최대의 경제국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성공을 발판삼아 브라질 국민들의 삶 자체이자 전부였던 축구를 위해 달려나가려는 의지가 강했고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2014년 현재 브라질이 휘청거리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개막을 40여일 앞둔 지금껏 월드컵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경기장의 늦은 공정률로 몇몇 도시는 월드컵 개최지의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스타디움 공사 지연으로 부대시설 및 인프라 확충은 아예 취소된 사례도 적지않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큰 시위도 벌어졌다. 전국적 규모이고 지속적이다. 버스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악한 공공서비스, 부정부패, 과도한 월드컵 투자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됐다. 경기장 공사 중 사고로 인해, 또 시위대에 의해 방송국 기자가 목숨을 잃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관련 시설 확충에만 이미 70억달러의 돈을 썼다. 4년 전 남아공 대회의 4배에 이른다. 총 예산은 110억달러로 추정된다. 역대 월드컵 최고의 돈잔치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확대해석이고 오류라는 지적이 많다. 2010년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의 경우 4년이 지난 현재 투자금의 반에 반도 챙기지 못했다는 리포트가 이를 뒷받침한다. '삼바 군단'의 우승 만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여러 지표가 그렇게 가리킨다. 설령 그렇다 해도 위안일 뿐, 과거 '제국'이었던 브라질의 현재는 유난히 쓸쓸하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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