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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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의 프로존] 9월, 박지성과 PSV의 패기가 꺾였다

기사입력 2013.09.20 13:10 / 기사수정 2013.11.10 14:59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볼을 잡는다. 주변을 살핀 후 돌파한다. 수비에 둘러쌓여도 오직 목표는 하나다. 슈팅. 당연히 골문을 벗어난다. 골대 안으로 향한 볼은 여지없이 골키퍼 정면이다. 벌써 같은 장면만 6경기 째다. PSV 아인트호벤의 2013년은 성인무대에 겁없이 도전했다 벽에 부딪힌 청소년 유망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9월 PSV의 패기가 꺾였다.  

PSV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루도고레츠(불가리아)에 0-2로 패했다. 톱시드를 받았던 PSV가 안방에서 무너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날 패배로 PSV는 지난달 고 어헤드 이글스전을 끝으로 한 달 넘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패기의 질주를 보여주던 PSV가 한계에 직면했다. 포기에 가까운 모양새다.

이기주의 전술, 돌파→슈팅→-좌절

분수령은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으로 보인다. 1차전 생각보다 잘 싸웠다는 평가 속에 기대를 안고 산 시로 원정에 나섰던 PSV는 밀란에게 0-3 대패를 당했다. 이후 PSV의 생기는 사라졌고 흔들리는 모습이 계속 엿보인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PSV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갑자기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롱패스가 많아졌고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시도하는 슈팅의 빈도가 높아졌다. 볼을 잡으면 드리블이 제1안이었고 개인 플레이의 한계를 보일 때마다 상대에게 기회를 헌납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6경기 무승의 이유는 노련미 실종이다. 풀리지 않을 때, 상대에게 흐름을 내줬을 때 어긋난 톱니바퀴를 풀어줄 매개체가 없다. 그저 자신의 개인기량을 믿는 부분이 전부일 정도다. 이날 선발로 나선 PSV의 필드플레이어 10명의 평균나이는 20.7세였다. 대부분이 21~22세였다. 대어급 유망주로 꼽히는 자카리아 바칼리는 17세였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스스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짙다.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멤피스 데파이는 이날 6번의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바칼리는 3번, 최전방 팀 마타브스도 한 차례 드리블 돌파를 기록했다. 공격 3인방은 연계와 호흡보다 본인의 개인 역량을 믿었다. 특히 데파이는 세트피스 키커까지 도맡으며 가장 많은 7개의 슈팅을 난사했다.

점유율 보다 수비 단속이 필요

선수 시절 FC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을 몸에 익힌 필립 코쿠 감독이어선지 현재의 PSV도 볼 점유율이 핵심 키워드다. 루도고레츠를 상대한 PSV는 점유율 59%-41%, 전체 슈팅수 18-11, 유효 슈팅 9-5까지 기본적인 기록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PSV의 이런 모습은 올 시즌 전 경기 점유율 승리가 잘 보여준다. PSV는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다. 대패했던 밀란과의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볼을 더 쥐고 주도한 쪽은 PSV였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고 이 문제는 유로파리그까지 전염됐다. 상대 위험지역에서 볼을 갖는 시간이 부족하다. 세밀함이 부족한 비효율적인 볼 점유에 국한될 뿐이었다. 코쿠 감독도 패배 후 "우리는 계속해서 날카로움이 부족하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오래 소유한다고 경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볼을 돌리다 최전방 3명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단순한 전술 움직임을 손봐야 한다.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필수다. 단언컨대 PSV는 아직 네덜란드 최고의 명문이다. 이를 상대하는 팀들은 자연스레 수비라인을 뒤로 미루고 역습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PSV는 하나 뿐인 상대의 전략을 차단하지 못했고 항상 선제골을 허용하고 있다. PSV는 지난 6경기 중 5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헤라클래스전에는 전반 6분, 트벤테전에서는 17분 만에 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첫 골을 허무하게 내주니 선수들은 당연히 다급해진다. 20세 안팎의 선수들이 주축이 된 PSV의 성급함은 불보듯 뻔하다. 급할수록 시야갸 좁아지고 개인플레이가 많아진다. 볼을 탈취당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비진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 안 선장이 없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이 PSV는 한 달 넘게 웃음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최근 6경기 4무 2패, PSV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당장 좋지 않은 흐름을 끊기란 어려워보인다. 하필 다음 상대가 숙적 아약스다. 아약스에게 무게 추를 넘겨준지 오래됐고 최근 흐름도 아약스가 PSV보다 낫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에 대패했다지만 루도고레츠에 무너진 PSV에 비할 바는 못된다.

따로 노는 PSV를 뭉치게 할 인물부터 찾아야 한다. 주장인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은 시즌 초반부터 잔부상이 잦다. 그로 인해 경기 출전이 들쭉날쭉하니 당연히 팀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완장을 찼던 올라 토이보넨은 이미 전력 중심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루도고레츠전에 나섰지만 교체 출전이 많았던 터라 제 플레이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또 한 명의 고참 스테인 스하르스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팬과 감독이 기대한 박지성도 아직 역부족이다. 노련함과 경험을 팀에 이식하기 위해 박지성을 택했던 코쿠 감독의 생각은 초반 옳은 선택이었지만 지속성이 부족해 보인다. 박지성은 경기가 안 풀릴수록 조용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몸소 한 발 더 뛰고 수비에 가담하는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개성 강한 PSV 어린 선수들에게 의미 전달이 되지 못하고 있어 보는 이로선 한숨이 짙어진다.  

시즌 초반 바람을 타던 코쿠호는 갑작스런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있다. 호흡이 우선인 선박 안은 시끄러운데 밖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좌초 일보직전의 위태로움이 PSV의 현주소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박지성 ⓒ 게티이미지 코리아]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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