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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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트레이드는 당사자에게 독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3.05.08 12:00 / 기사수정 2013.05.10 21:30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 김상현이 날았다.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 이만큼 화려한 입단신고도 보기 드물 터이다. 김상현, 진해수가 SK로, 송은범 신승현 두 투수가 KIA로 이적한 2:2 교환. 중심타선 거포와 에이스급 투수를 맞바꾼 대형 트레이드. 대개의 경우, 트레이드는 당사자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준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직장이 바뀌는 것뿐 아니라, 어제의 동료를 오늘부터는 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스포츠는 인간의 신체에 의존하는 제도다. 카레이싱이나 보트경주 같은 모터스포츠를 제외하면, 모든 스포츠는 도구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방식이 영원히 수공업적일 수밖에 없다.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미디어를 통한 판매방식의 혁신을 통한 결과이지 생산방식을 개선한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 스포츠에서 ‘사람’은 대체불가결한 핵심요소다. 바로 그 ‘사람’들이 모여서 팀워크와 팀내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트레이드는 이러한 ‘질서’로부터 누군가를 뽑아내 새로운 흐름 안으로 과격하게 밀어넣는 제도다. 한 선수가 구축해 놓은 인간적 자산을 한순간에 허무는 일. 그래서 당사자는 고통스럽다.

트레이드는 프로 스포츠의 산물이다. 실업야구 시절엔 첫 팀에서 은퇴하고 은퇴 후엔 그 팀의 모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관례였다. 모든 선수가 원 클럽 맨(one-club man)이었다. 목가적인 시대가 그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업야구 시절엔 선수들이 받는 대우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야구해서 부자가 되는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적에 대한 보상이 분명하지 않으니 최선을 다해 기량을 발전시킬 까닭이 없었다. 27, 8세면 노장 소리를 듣고 서른 넘어 선수로 뛰는 것이 낯설던 시절이다.

프로스포츠는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평가한다. 그들의 경기력을 구매하는 고객이 존재하는 한, 선수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트레이드는 각 팀이 자신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려는 치밀한 계산의 결과물이다.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없다. 트레이드 대상자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이유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기념비적인 트레이드가 많다. 사상 1호 트레이드인 서정환. 삼성의 내야수 풍년으로 벤치멤버이던 서정환은 82년 시즌 중 해태로 옮겨 꽃처럼 피어났다. 출신 고등학교에 따라 입단 팀이 정해져서 지금보다 각 팀의 지역색채가 훨씬 강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유격수 서정환과 2루수 차영화의 키스톤 콤비. 훗날, 광주 연고구단의 감독으로 선수단을 이끈 일은 해태신화(神話)의 제2장이다. 83년 OB에 입단한 한대화는 간염 보균자였다. 맹훈련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유명선수의 태업’이라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두 번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그에게 ‘연습은 걸러도 좋다. 실전에서만 제 기량을 발휘해 달라’며 특전을 베푼 사람이 바로 김응용 감독. 한대화는 해태를 거쳐 LG로 팀을 옮겼을 때도 무수한 홈런과 안타를 양산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다이아몬드의 해결사.’

공자님께서도 일찍이 말씀하셨다.


有朋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學而 1/1)

유붕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

해석: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에 해당하는 한자는 벗 우(友)다. 그럼 붕(朋)은? '友'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친구라면 '朋'은 뜻을 같이 하는 친구를 말한다.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하고 뜻을 같이 하는 동지에 가까운 개념이다. 멀리서 찾아온 벗이 반가운 이유는 그가 우리에게 없는 것, 견문이나 신기술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KIA의 선수들에게는 송은범과 신승현이, SK 선수들에게는 김상현과 진해수가 바로 '朋'이다.

트레이드 발표 후, 김상현과 송은범이 보인 태도는 서로 엇갈렸다. 김상현은 ‘고향 팀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았다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KIA가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특타를 한 뒤 3안타를 쳤다. 송은범은 ‘고향 팀에서 8년이나 뛴 것 자체가 이미 감사할 일이다. 나를 택해준 KIA가 고맙다’고 했다. 정서적 충격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팀에서 벗들과 더불어 큰 뜻 이루기를. 이치로에 밀려 마이너리그만 8년을 전전하던 추신수도 팀을 옮기고 나서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했듯이, 트레이드는 당사자에게 독이 아니다. 시즌이 끝나고, 양 팀의 트레이드가 윈윈게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트레이드의 후폭풍, 어제부터 열공과외에 들어갔을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도 행운을 빈다. 무슨 얘기냐고? 시즌 중 트레이드가 단행되면, 스프링캠프 때 익혀놓은 사인들을 완전히 다 뜯어 고쳐야 한다. 당사자 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함께 고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팀워크는 그렇게 함께 고생하며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원재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김상현 ⓒ SK와이번즈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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