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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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중시' 김기태 감독, 소신은 지켰지만…

기사입력 2012.09.14 11:25 / 기사수정 2012.09.14 14:15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시험 성격의 등판은 좋아하지 않는다. 마운드에 올라가 한 타자 상대하고 내려오는 것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기태 LG 감독이 지난달 17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9일 동안 등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위와 같은 답이 돌아온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후에도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예의를 갖추도록 하겠다"며 '예의'를 무엇보다 중시해왔다.

실제로도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이를 실천해왔다.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야구계 선배들을 언급할 때면 '선배'라는 칭호를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12일 잠실 SK전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 기용으로 의구심을 키웠다. LG가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에서 팀 내 타율 2위를 기록 중인 박용택을 빼고 신인 투수인 신동훈을 타석에 세운 것. 백투백 홈런이라도 나온다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스스로 경기를 포기하는 뉘앙스를 준 것이다.

9회말 SK의 투수 교체에 대한 불만이 이유였다. 특히 1사 후 박희수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이재영의 등판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영은 지난 2일 이후 9일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이 10일 만의 등판이었다.

이재영은 이진영을 범타 처리했지만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자 곧바로 정우람과 교체됐다. 그러자 김 감독은 올 시즌 1군 마운드에도 오르지 않았던 신인 투수 신동훈을 타석에 내보냈다. 무언의 항의였다. 신동훈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른 측면으로 해석하면 "한 타자 상대하고 내려오는 것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한 차례 강조했던 김 감독이 소신을 굳게 지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김 감독이 중시하는 '예의'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3점 차는 경기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2사 2루 상황이었지만 백투백 홈런이라도 나온다면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섣불리 포기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찝찝한 1군 데뷔전을 치른 신동훈도, 끝까지 역전을 기대했던 팬들도 상처를 입었다. 무리수였다.

물론 옳은 결정은 아니었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선수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팀 케미스트리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이날과 같은 상황이 다시는 경기장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방법이 어찌됐든 '경기 포기'는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김 감독의 말마따나 이날의 1패로 앞으로의 2~3승을 유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시즌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야구를 보여주는 것이 김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진=김기태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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