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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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빠진 사람들

기사입력 2004.09.17 19:20 / 기사수정 2004.09.17 19:20

김종수 기자

'먼나라 스포츠에서 가장 관심 받는 외국리그로…' 


대중적인 열풍 속에 증가추세

미국프로야구를 뜻하는 메이저리그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저 여느 외국스포츠리그와 전혀 다를 바가 없이 인식되었다.

그러나 박찬호선수의 미국진출 이후 점점 관심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 서재응 등 다른 한국선수들까지 추가된 지금은 웬만한 국내스포츠와 비교될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출전해야만 경기에 관심을 가지던 모습도 이제는 서서히 깨지고 있는 추세이다.

기껏해야 베이비루스, 행크아론 등의 전설적인 스타플레이어들만 어렴풋이 알던 과거와는 달리 구태여 한국선수들이 소속되어있지 않은 팀의 선수들까지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하다.

향간에서는 국내프로야구의 위축을 우려하기도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수준 높은 야구시장으로의 도약의 틀이 마련되어지고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전국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메이저리그열풍은 전북의 작은 도시인 김제라고 예외는 아니다.

원래 야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임성민(28·신풍동)씨에 따르면 "국내프로축구하고 국가대표대항전이 다르듯 한국선수가 출전하는 메이저리그경기는 단순한 야구경기라는 것을 떠나 굵직한 국제경기를 보는 기분이다"며 "계속 보다보니 투구수가 왜 중요하고 경기중간 작전이 어떻게 걸리고 하는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 눈에 들어와 이제는 국내프로야구경기까지 시청하는 열성 야구팬이 되었다"고 밝혔다.

2교대를 실시하는 산업체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조현정(32·주부)씨 역시 "밤낮이 바뀌는 회사일 때문에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펼쳐지는 메이저리그경기를 보기 어렵게된 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회사에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 일을 하면서도 라디오를 통해 청취를 할 수 있었다"며 "요새는 한국선수들의 선전여하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이 달라질 정도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야구에 관한 얘기 같은 것을 잘 안 하다가도 "오늘 박찬호 몇 승 했데" "최희섭이가 홈런 때렸더라"등의 말 등은 주변에서 자주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 


"어디 소사 같은 남자 친구 없나요?"

'열혈남아에 푹 빠진' 양한나씨

스포츠라고는 농구밖에 좋아하지 않았던 양한나(25·진봉)씨가 메이저리그에 빠지게 된 것은 순전히 새미소사라는 홈런타자 때문이다.

새미소사…작년까지 최희섭선수가 뛰던 시카고컵스의 4번타자이자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슬러거중 한명이다.

지난 95년이래 꾸준히 리그상위권 성적에 해당하는 홈런을 때려내고 93년과 95년에는 호타준족의 상징인 30-30클럽에도 가입했던 그는 지난 98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마크 맥과이어와의 홈런왕 경쟁 덕분에 국내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양한나씨가 소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언론에서 매일같이 맥과이어 홈런신기록 경신 초읽기, 뭐 이런 내용을 계속해서 다루던 때인지라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안갈래야 안갈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기사마다 백인의 우상 맥과이어 띄우기에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전 반대로 그와 경쟁을 하고있던 새미소사라는 흑인선수에게 눈길이 갔었어요"

결국 마크맥과이어는 70개의 홈런을 쳐내 소사를 4개차로 제치며 홈런왕 등극은 물론 새로운 신기록을 작성했었는데 캔그리피주니어나 프랭크토마스 등 흑인거포들이 리그를 주름잡던 시절 그의 이런 활약상은 백인사회의 영웅으로 부각되기에 충분하였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는 맥과이어에게 집중되어있는 상황에서 주눅 들지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98년을 떠올리면 제일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마크 맥과이어겠지만 새미소사 역시 만만치 않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훨씬 위대한 성적을 올렸다.

0.386의 타율과 158타점으로 2차 세계대전이후 최초로 기록을 달성한 뒤 시즌 MVP까지 올랐던 것.

"비슷한 능력을 가진 바로 옆에 사람이 영웅으로 둔갑해도 꿈쩍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 정말이지 이런 멋진 남자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귀고 싶다니까요" 




"악의 제국이 무너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키스안티' 김동찬씨

"나름대로 폼을 잡아보고 타격자세를 흉내내봤더니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 양키즈의 데릭지터 쪼금 닮았다. 오마이갓! 내가 제일 싫어하는 팀이 뉴욕 양키즈고 그 팀 중에서도 데릭지터라는 선수는 되게 얄밉거든요"

김동찬(31·회사원)씨는 좋아하는 팀과 싫어하는 팀을 확연하게 구분 짓고 야구를 즐긴다.

특히 좋아하는 팀도 좋아하는 팀이지만 싫어하는 팀과 선수만큼은 완전히 못박아놓고 안티맨임을 자부한다.

이런류의 편식응원이 시작된 데에는 국내의 어떤 선수의 영향이 컸다.

"머리 크고 엉덩이 크고 폼은 고릴라인 어떤 왼손거포 선수가 있어요. 영남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있는 선수로 알고있는데 언젠가 당시 해태의 명투수와 맞트레이드가 되었더라고요. 야구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였는데 그 거포선수의 말과 행동이 저를 무척 흥분시켰어요. 해태만 아니면 다른 팀은 가겠다. 과거 전북권팀인 쌍방울을 피하기위해 군 입대를 선택하기도 했던 선수였던지라 엄청나게 화가 나더군요. 마치 지역감정의 표상같이 보여졌어요"

물론 여기에는 본인의 주관도 많이 들어가고 오해도 일부 섞여있을 것이라고 김동찬씨 스스로도 인정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선수가 귀엽게도 보이고(?) 국제경기에 나가면 그 순간만큼은 열렬한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코리안 메이저리그 중에서도 김병현선수를 무척 좋아해요. 그런 김병현선수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아픔을 주었고 더불어 유명선수란 선수를 모조리 돈으로 쓸어모으는 그 일등제일주의가 싫어서 악의제국 양키즈의 안티가 되기로 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쯤 김동찬씨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오해를 해명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자신의 이런 안티 경향이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우에서였다.

"절 너무 나쁜 팬으로만 보지 마세요. 안티라고 해서 제가 선수나 팀에게 욕설이나 저주를 퍼붓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팀의 경기를 관전할 때 응원을 거꾸로 하는 정도니까 말입니다. 뭐 그리고 모르면 몰랐지 저같이 경기를 보시는 분들 의외로 상당히 많을걸요"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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