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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해진, "피겨 신동? 한 번의 점프위해 수천 번 넘어졌어요"

기사입력 2012.01.16 10:13 / 기사수정 2012.01.16 10: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지켜보는 이들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김연아(22, 고려대)이후, 선두 주자로 나설 스케이터다. 김연아처럼 경기도 과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시작한 6살짜리 소녀는 6년 뒤, 한국 정상에 올라섰다. 그리고 3년 동안 '한국 챔피언' 자리를 지켜냈다.

김연아가 4년 동안(2003, 2004, 2005, 2006년 전국종합선수권 우승) 국내 정상에 등극한 뒤, 김해진(15, 과천중)은 3년 연속 한국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김연아 이후, 160점 고지를 넘어선 것도 김해진이 처음이었다.

'피겨 신동' 김해진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공릉동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에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167.73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우승해 더욱 뜻깊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해진은 한층 좋아진 점프와 표현력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만 15세의 나이에 한국 정상에 3번이나 등극하면서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였다.

재능도 있었지만 '노력'도 수반됐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성장에 제동을 건 부상도 극복해냈다.

김연아처럼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김해진도 한 번의 점프를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빙판에 넘어졌다.

"더블 악셀에서 트리플 토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첫 번째 삼회전 점프인 트리플 토룹을 연습할 때는 한 시간을 연습하면 내내 넘어지기만 했습니다. 트리플 살코까지 완성하는데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 이후로 룹과 플립, 그리고 러츠는 생각보다 쉽게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코리아 챔피언십 경기, 다시 봐도 안 믿겨져

지난해 11월에 열린 '2011 회장기 전국 피겨스케이팅 랭킹전'은 김해진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국내 정상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그는 처음으로 박소연(15, 강일중)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3년 전, 노비스와 주니어부에 출전하던 박소연은 자신이 출전하는 대부분의 대회를 휩쓸며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2009년 12월에 열린 꿈나무대회에서 김해진은 트리플 5종 점퍼(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듬해 1월에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해진은 김연아 이후, 초등학생 신분으로 국내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던 2011년 1월에도 김해진은 2년 연속 한국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도 정상에 오르며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대회가 끝난 뒤, 제가 한 경기를 영상으로 봤는데 믿겨지지가 않았어요.(웃음) 작년에 열린 랭킹전에서 실수를 많이 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연습 때만큼 했던 점에 만족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한 것도 있었지만 운도 따랐어요.(웃음)"

김해진의 성장세는 김연아와 비교해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170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은 그는 김연아 이후, 가장 출중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김)연아 언니와 비슷하게 성장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특별히 부담되는 것은 없어요. 다만, 연아 언니가 워낙 대단한 선수이다 보니 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죠.(웃음)"

김해진은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종류의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이었고 프리스케이팅 연기 때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을 구사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은 무려 7번의 트리플 점프로 구성돼 있었다. 프로그램은 한층 어려워졌지만 두려움보다는 '도전 의식'이 강하게 밀려왔다.

"처음에는 프리스케이팅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은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하면 구체적으로 몇 점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종별선수권에서 받은 155.39점보다 1~2점만 높으면 좋겠다고 여겼는데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 만족했습니다."

강심장? 어렸을 때보다 더 긴장해요.

김해진의 친구이자 선의의 라이벌인 박소연은 "(김)해진이의 장점은 자신감과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해진은 6급 과정을 통과했던 지난 2009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앞두고 크게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청소년' 김해진은 한층 신중해졌다.

"지금은 예전보다 점프가 높아지다 보니 어릴 때와 비교해 약간은 긴장이 되요. 어느 정도는 긴장을 해야 경기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를 지도해주시는 신혜숙 선생님은 최대한 긴장을 하지 말라고 충고해주세요. 앞으로 뛸 시합은 많으니까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해주시죠. 또한, 엉뚱한데서 실수하지 말라는 말씀도 해주세요.(웃음)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란 말씀을 마음에 새겨주셨습니다."



김해진의 장점 중 하나는 실전 경기에서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에 들어설 때,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이 오늘날의 김해진을 완성했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인 조경아(15, 과천중)는 "해진이는 아플 때도 스케이트를 잘 탄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해진은 2010년 여름, 과천시민회관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하던 도중, 동료 선수와 크게 부딪혔다.

종아리가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했다. 3주 동안 부상 부위를 꽁꽁 매고 있던 깁스를 풀자마다 적응 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고 땀과 눈물로 완성해낸 트리플 점프는 먼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김해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당장 트리플 점프가 안 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더블 점프부터 서서히 계단을 밟고 올라가자고 생각했다.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출전할 대회만 생각했던 그는 빠른 속도로 회복에 성공했다.

"크게 부상을 당한 이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더블 점프부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트리플 점프를 회복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1월에 열린 전국종합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큰 시련을 이겨냈다고 생각했을 때, 또 하나의 고통이 다가왔다. 전국체전을 치르고 있던 김해진은 맹장 수술 판정을 받았다. 종아리 봉합 수술과 맹장 수술 등의 후유증은 김해진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지만 김해진은 낙천적인 성격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올 시즌 최고의 목표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좋아하는 아이돌은 '시아 준수'

코리아 챔피언십이 끝난 이후, 하루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더 이상 달콤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았다. 오는 2월 27일, 벨라루스 밍스크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챔피언십처럼 연습 할 때만큼만 해도 만족할 것 같아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는 만큼, 더욱 훈련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이번 코리아 챔피언십을 통해 김해진의 스피드는 매우 빨라졌다.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를 살릴 수 있는 스피드가 좋아지다 보니 점프의 질도 매우 향상됐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인 착지는 아직 개선해야 될 문제점으로 남았다.

"코리아 챔피언십을 앞두고 음악에 맞추는 연습을 예전보다 더 투자했어요. 그리고 스피드 속도도 높이려고 노력을 했는데 조금은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착지를 할 때, 옛날 자세가 나오고 흔들릴 때가 있어요.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할 생각입니다."



3년 연속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김해진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함 여중생이었다. 인기그룹 JYJ의 시아 준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올 시즌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인 3월에는 시아 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도 보러갈 예정이다.

"오는 3월, 친구인 (이)호정이(15, 서문여중)와 함께 뮤지컬을 보러갈 예정이에요. 시아 준수는 호정이와 제가 모두 좋아하고 있죠.(웃음) 저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게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는 항상 저와 함께 움직이느라 많이 피곤해하시죠. 동생도 혼자 있을 때가 많은 점이 마음에 걸려요."

김해진은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부츠에 문제가 생겨서 자신의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다가오는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대회에 전념하는 것이 그의 1차적인 목표다.

[사진 =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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