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후벵 아모림 감독은 부정적인 쪽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감독으로 남을 예정이다.
승률이 바닥을 기는 와중에도 자리를 유지했던 아모림 감독이 결국 맨유에서 경질됐다. 최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구단 수뇌부를 겨냥한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아모림 감독은 구단 내부에서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구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이것이 구단 수뇌부를 자극해 그의 경질로 이어진 것이다.
당초 맨유 수뇌부는 팀 승률이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구단이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모림 감독이 수뇌부에 반기를 들자 결국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모림 감독이 팀을 떠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구단은 "후벵 아모림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직에서 사임했다"며 "아모림 감독은 2024년 11월에 부임해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팀을 이끌었다. 팀이 프리미어리그 6위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을 두고 구단 수뇌부는 변화가 필요한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고 알렸다.
이어 "이번 결정은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대한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구단은 아모림 감독의 헌신에 감사하며, 그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번리전은 18세 이하(U-18) 팀 감독이자 현역 시절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대런 플레처 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포르투갈의 명문 구단 스포르팅CP 사령탑 출신 아모림 감독은 지난 2024년 11월 에릭 텐 하흐 전 감독의 후임으로 맨유에 전격 부임했다.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에서 리그 우승 2회, 포르투갈 리그컵 우승 2회, 슈퍼컵 우승 1회 등을 차지했으나 큰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없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선택지였다.
맨유는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경험이 적은 젊은 감독을 선임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지만, 그럼에도 아모림 감독이 계획한 장기 프로젝트를 굳게 믿었다.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보낸 첫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15위를 기록했고, 희망을 걸었던 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패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지만 맨유 수뇌부는 아모림 감독과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도 이상이 없다고 판단,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아모림 감독을 신뢰하며 그와 함께 2025-2026시즌을 준비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고,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초까지 3연승을 포함한 5경기 무패(3승2무)를 달리는 등 안정을 찾은 듯했던 맨유는 최근 5경기에서 단 1승(3무1패)에 그치며 부진에 빠졌다. 그나마 리그 4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히며 6위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맨유는 올 시즌 UEFA 주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리그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막상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데다 아모림 감독이 특정 전술을 고집하는 탓에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팬들마저 돌아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림 감독이 구단 수뇌부를 저격하는 발언을 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그는 지난 4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뒤 "나는 헤드 코치(Head Coach)가 아니라 매니저(Manager)가 되기 위해 맨유에 왔다"며 "하지만 스카우팅 부서와 스포츠 디렉터 등 구단 내부 인사들이 감독의 고유 권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모림 감독은 전술 등 경기장 위에서 일어나는 일 외에도 선수단 구성을 비롯한 팀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여하고 싶어했지만, 막상 구단에서는 그의 권한을 관리자가 아닌 감독으로 축소했다는 말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맨유의 영입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비벨과 풋볼 디렉터 제이슨 윌콕스가 아모림 감독과 갈등을 빚었으며, 이것이 아모림 감독을 자극했다. 특히 겨울 이적시장에서 맨유와 연결됐던 본머스의 윙어 앙투안 세메뇨 영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아모림 감독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림 감독의 리즈전 기자회견은 그의 작심발언이었지만, 부정 여론 속에서도 그를 지지했던 구단 수뇌부로서는 인상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아모림 감독을 경질할 명분은 충분했다.
아모림 감독은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63경기에서 24승18무21패를 기록, 승률 38.7%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부진한 성적에도 아모림 감독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단 수뇌부의 신뢰 때문이었는데, 최근 발언으로 인해 수뇌부도 등을 돌리고 말았다.
알렉스 퍼거슨 경 이후 선임된 감독들 중 최저 승률과 함께 팀을 떠나게 된 아모림 감독은 맨유 역사상 최악의 감독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맨유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시즌 중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0년 넘도록 명가 재건을 외치고 있는 맨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