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1-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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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시론] 총총히 떠나는 김보름, 제대로 된 은퇴식 해줘야 한다…국민이 사과하는 첫 걸음이다

기사입력 2026.01.05 02:23 / 기사수정 2026.01.06 23:59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김보름의 노고에 합당한 은퇴식이 우선이다.

대한민국 여자 빙속 중장거리를 대표하던 김보름이 지난해 말 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하면서 8년 전 그를 두고 벌어졌던 '왕따 주행 논란'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보름은 선수 생활 자체로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2017 평창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국내에서 2년 연속 열린 메이저대회에서 여자 매스스타트 종목 입상을 해냈기 때문이다.

남자 단거리(모태범), 남자 중장거리(이승훈), 여자 단거리(이상화)로 대표되던 한국 빙속에 여자 중장거리 A급 선수로 있음을 김보름이 증명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중장거리 선수들 중 유일하게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그럼에도 김보름의 현역 생활은 다사다난,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우선 2014 소치 올림픽 때 전방 십자인대파열이라는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 보란 듯이 돌아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평창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도 땄다.

하지만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입상 뒤 태극기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매스스타트 앞서 벌어진 여자 팀추월에서 동료 선수 노선영을 고의로 따돌렸다는 일명 '왕따 주행' 가해자로 지목돼 전 국민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방송이 중계 때 김보름을 비난하는 '편파 해설'을 하면서 김보름을 향한 마녀사냥식 여론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며 대회 도중 퇴출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1만 추천을 받았는데 김보름 대표팀 퇴출을 촉구하는 추천인이 60만명에 달했다.

이후 전개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대로다. 평창 올림픽 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감사를 통해 김보름의 '왕따 주행'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김보름의 왕따 주행 피해자로 간주됐던 노선영이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김보름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노선영에게 선고해 결국 형이 확정됐다.



어렵게 명예를 회복한 김보름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김보름을 사냥하던 여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순식간에 식었다.이후 김보름이 결백을 호소해도 받아들이기는커녕 아예 무관심했다. 김보름의 호소를 인정해 사과하는 이도 없었고, 그렇다고 김보름이 잘못했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도 없었다.

김보름만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생겨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고, 팀추월은 트라우마로 인해 아예 거부하는 일이 일어났다. 여론이 한 사람에게 치유되기 힘든 폭력을 행사했다.

김보름 은퇴 시점에서 8년 전 사건이 재조명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보름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 때의 사건을 기억하고 잘못됐음을 인식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적당한 장소와 시간, 대회를 골라 김보름 은퇴식을 부족하지 않게 열어주고 기자회견도 마련한다면 그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로서의 명예도 존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김보름을 상처 주고 홀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보름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도록 가장 감쌌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보름의 은퇴식을 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주체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인 것도 맞다. 김보름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박수 받고 웃으며 떠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빙상계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올라갈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김보름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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