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년 연속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왕좌를 차지한 LA 다저스가 팀의 간판인 일본 선수들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C) 참가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13일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은 지난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등 3명의 선수들이 내년 WBC 참가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아직 논의하지 않았고, 곧 이야기하겠다'는 답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다저스는 지난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5-4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다저스의 2025 월드시리즈 우승은 일본인 빅리거 3인방의 활약이 컸다. '슈퍼스타' 오타니를 비롯해 야마모토, 사사키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2025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특히 야마모토는 2025 월드시리즈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마모토는 다저스가 1차전을 토론토에 패한 가운데 2차전에 선발투수로 출격, 9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완벽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야마모토의 괴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다저스가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준우승 위기에 몰린 6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또 한 번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었다.
야마모토는 휴식 없이 월드시리즈 7차전에 곧바로 투입됐다. 다저스는 3-4로 끌려가던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미겔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주축 투수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9회말 1사 1, 2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야마모토는 재차 마운드에 올라 토론토 타선을 잠재웠다. 1사 만루에서 아웃 카운트 2개를 실점 없이 잡아내고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10회말 삼자범퇴, 다저스가 5-4로 앞선 11회말에는 1사 1, 3루에서 알레한드로 커크를 병살타로 잡고 길고 길었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홀로 월드시리즈 3승을 책임지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24년 3월 한국을 찾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야마모토도 사람인 만큼 충분한 휴식은 필요하다.
만약 야마모토가 내년 3월 WBC에 출전한다면 늦어도 2월 초부터는 실전 피칭을 시작해야 한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달가울 리가 없다.
다저스는 야마모토에 2024시즌을 앞두고 계약기간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759억원)라는 빅리그 역사상 투수 최고 금액을 안겨줬다. 팀 내 핵심 선발투수의 어깨를 최대한 아끼고 싶은 게 당연하다.
오타니도 마찬가지다. 오타니는 2023시즌 중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2024시즌에는 투타 겸업 대신 타자에만 전념했다. 2025시즌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있지만, 한창 좋을 때 퍼포먼스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저스의 또 다른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 역시 커리어 내내 규정이닝을 던져본 적이 없다. 내구성에 약점이 있는 투수인 만큼, 메이저리그 개막 전 열리는 WBC 출전을 다저스가 반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2025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반대로 WBC 조직위원회는 대회 흥행과 수익을 위해서라도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가 모두 필요하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일본 역시 세 선수의 소집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주니치 스포츠'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저스는 일본 선수들의 WBC 출전을 꺼리는 것 같다"며 "특히 올해 맹활약했던 야마모토는 첫 빅리그 풀타임 선발 소화는 물론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했다. 야마모토가 WBC에 출전하면 준비를 빨리해야 하고, 페넌트레이스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가 2023 WBC에 출전하고 싶어 했지만, 토너먼트에서 부상을 입었을 경우 보험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던 예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니치 스포츠'는 이와 함께 "포스트시즌 다저스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한 사사키는 내년 시즌 선발투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사무라이 재팬(일본야구 국가대표팀의 별명)에 소집되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불분명하다"며 "다저스는 스프링 캠프 기간 사사키를 선발투수로 조정시키고 싶은 사정이 있다. 앞으로 다저스와 사무라이 재팬의 줄다리기가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2024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로 이적한 뒤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오타니 쇼헤이.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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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