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45명이 동시에 탑을 오르는 게임. 본파이어 스튜디오의 신작 ‘알케론(Arkheron)’은 겉으로는 익숙한 탑다운 PvP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잡아보면 전투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번에는 다른 빌드로 가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손은 다음 판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낯선 리듬은 우연이 아니다. 본파이어 스튜디오와 드림에이지가 반복해서 강조한 핵심은 세 가지다. 자유 조준 전투, 아이템 빌드의 역동성, 그리고 싸움을 강제하는 규칙. 단순히 새로운 게임을 내놓은 게 아니라, PvP 장르가 답답하게 막혀 있던 부분을 이 세 축으로 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본파이어 스튜디오 롭 팔도 대표
이 실험의 중심에는 롭 팔도 대표가 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까지 굵직한 타이틀을 거친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팀원들과 '알케론'을 직접 플레이한다. 피드백은 오후 빌드에 곧장 반영된다. “우리가 즐기는 게임을 만든다”는 단순한 원칙이지만, 수년간 이어진 루틴이 '알케론'을 다져왔다.
여기에 드림에이지가 가세했다. 여러 퍼블리셔 중에서 '알케론'을 가장 깊이 이해했고, 직접 플레이하며 계약을 결정했다. 본파이어 스튜디오가 드림에이지를 유일한 해외 파트너로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케론'의 구조는 단순하다. 세 명이 한 팀을 꾸리고, 총 15팀이 탑을 오르며 경쟁한다. 전투는 자유 조준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동은 키보드, 조준은 마우스로 이뤄진다. 반사 신경만으로 버티기 어렵고, 소리·각·위치 선정이 교전의 승패를 가른다. 팀 단위로 각을 맞추지 않으면 금세 무너진다.
아이템은 곧 정체성이다. 네 개 슬롯에 어떤 유물을 꽂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두 개만 모아도 세트 효과가 발동하고, 네 개를 채우면 ‘이터널’이라는 변신이 발동한다. 그 순간 캐릭터 역할이 달라지고 팀 전략도 바뀐다. 한 판은 추격을, 다음 판은 방어를. 같은 캐릭터라도 아이템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전투가 가능하다. 빌드가 곧 “이번 판의 나”인 것이다.
룰 설계는 싸움을 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전 구역만 남고 전장은 한 번에 닫힌다. 틱 대미지는 점점 강해지고, 은신으로 버티는 전략은 오래 가지 못한다. 대신 소규모 난전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세 팀이 한꺼번에 맞붙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싸움이 곧 재미라는 전제를 게임 규칙으로 정해 놓은 셈이다.
'알케론'을 플레이하고 가장 크게 남은 건 “매 판이 다르다”는 감각이었다. 같은 캐릭터라도 빌드 조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고, 이터널 변신이 열리는 순간 팀 역할까지 재편된다. 패배하더라도 “이번엔 이 조합으로 가자”라는 동기가 바로 생겼다. 이 부분이야말로 본파이어 스튜디오가 “200시간을 해도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고 말한 이유다.

드림에이지 정우용 대표
드림에이지는 단순한 퍼블리셔가 아니다. 계약 전부터 드림에이지 정우용 대표는 '알케론'을 직접 플레이하며 “게임과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했고, 그 열정을 본파이어 스튜디오가 인정했다. 드림에이지가 '알케론'을 한국·일본 시장에서 서비스한다는 사실은 곧, 플레이어 피드백을 개발 과정의 핵심 신호로 삼겠다는 의미다.
'알케론'이 내세우는 건 분명하다. 조준으로 판가름 나는 전투, 아이템으로 달라지는 빌드, 그리고 싸움을 강제하는 규칙. 여기에 제작진이 직접 즐기며 다듬는 개발 루틴과 드림에이지라는 파트너십이 더해졌다. 드림에이지가 초반부터 함께 검증한 이 구조가 실제 유저에게 통한다면, “탑다운 PvP는 지루하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 드림에이지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