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8연승은 끊겼지만 18세 어린 투수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한화 이글스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3-5 석패를 당했다. 구단 최초 8경기 연속 선발승을 기록하며 8연승을 내달리고 있던 한화는 이날 9연승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연승에는 패배, 위닝시리즈에 만족을 해야 했다. 여러 아쉬움 속에서도 위안이 된 장면이 있다면, 바로 '1라운더 신인' 정우주의 씩씩한 투구였다.
한화는 이날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2회초 먼저 점수를 뽑아내고 앞서나갔다. 노시환 좌전안타, 채은성과 이진영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 찬스에서 심우준의 내야안타,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3-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선발 류현진이 4회말 윤동희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고, 6회말 황성빈, 윤동희 연속 안타, 고승민 희생번트, 레이예스 고의4구 후 나승엽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3-4 역전을 허용했다.
한화가 7회초 추가 득점에 실패한 뒤 7회말 투수가 교체되며 일단 선발 9연승은 불발이 된 상황, 기록은 실패했을지라도 한화로서는 다시 점수를 뒤집고 승리를 가져와야 했다. 단 한 점 차였던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이 승부처에서 한화 벤치의 선택은 박상원이었고, 박상원은 선두 정훈을 2구에 3루수 땅볼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그러나 박상원은 전민재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한화는 박상원을 내리고 좌완 김범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김범수는 1번타자 황성빈과의 승부에서 노볼-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 잇따라 볼을 던졌고, 허무하게도 몸에 맞는 공으로 황성빈의 출루를 허용했다. 1사 주자 1・2루의 위기, 여기서 형들이 만든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정우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한 점 차로 지고 있었다고는 하나 중요한 순간이었다. 상대는 이날 류현진에게 홈런을 쳤던 윤동희. 추가 득점을 기대하는 롯데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 있었다. 그 속에서 초구 슬라이더는 볼. 하지만 이내 정우주는 특유의 부드럽고 빠른 직구로 침착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계속해서 윤동희의 스윙을 유도했다.
그렇게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정우주는 154km/h 직구를 바깥쪽 낮게 꽂아 넣어 윤동희를 굳게 만들었고, 스탠딩 삼진으로 아웃카운트에 불 하나를 더 켰다. 이어진 상대 고승민에게는 커브로 뜬공을 이끌어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타자들을 상대할 때도, 이닝을 끝냈을 때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시즌 처음 평일에 가득 찬 사직벌의 2만2669석, 이 순간의 볼륨은 정우주를 향해 있었다.
정우주는 지난 17일 문학 SSG전에서 팀이 4-2로 앞선 8회말 1이닝을 2탈삼진 퍼펙트로 깔끔하게 막고 데뷔 첫 홀드를 작성했다. 이튿날인 18일 대전 NC전에서도 7-3, 3점 차에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이틀 연속 홀드를 챙겼다. 그리고 이날, 비록 홀드도 팀의 승리도 없었지만, 정우주는 구위는 물론 멘탈, 그리고 또 한 뼘 성장한 모습까지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