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케니 로젠버그가 탈삼진쇼를 펼치고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2025 시즌 초반 팀의 1선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로젠버그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팀 간 2차전에 선발등판, 8이닝 4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키움의 4-0 완승을 견인하고 시즌 2승을 손에 넣었다.
로젠버그는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피곤하다"고 농담을 던진 뒤 "내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팀이 무실점으로 게임을 마칠 수 있게 해준 마무리 주승우에게 고맙다. 오늘 내 피칭에 대해서도 만족스럽고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로젠버그는 이날 최고구속 148km/h, 평균구속 144km/h를 찍은 직구를 비롯해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조합을 앞세워 LG 타선을 말 그대로 압도했다.
로젠버그는 1회초 LG 선두타자 홍창기를 중견수 뜬공, 신민재와 오스틴 딘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게임의 포문을 열었다. 5회까지 LG 타선을 퍼펙트로 봉쇄하고 단 한 명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았다.
키움 타선도 로젠버그를 지원사격했다. 1회말 선두타자 송성문, 3회말 이주형, 4회말 박주홍의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로젠버그에게 3-0의 리드를 안겨줬다.
로젠버그도 더 힘을 냈다. 6회초 선두타자 문정빈과 구본혁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 시작 후 17타자 연속 범타 처리라는 기염을 토했다.
로젠버그의 퍼펙트 행진은 다소 허무하게 깨졌다. 6회초 2사 후 LG 최원영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2루수, 1루수까지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져 2루타로 연결됐다.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로젠버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로젠버그는 7회초에도 2사 후 문보경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박동원을 삼진으로 솎아 내면서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로젠버그는 8회초 2사 1·2루 고비도 이겨냈다. LG 홍창기가 외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키움 좌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워닝 트랙에서 깔끔한 수비를 보여주면서 위기를 넘겼다.
키움 마무리 주승우도 로젠버그를 도와줬다. 로젠버그는 완봉을 목표로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신민재, 오스틴에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주승우는 로젠버그의 무실점을 지켜줬다. 문보경, 박동원, 송찬의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면서 LG 선수 중 누구도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로젠버그는 "5회초를 끝내고 내가 퍼펙트 피칭 중이라는 걸 알았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잡히는 경우도 있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수도 있다. 퍼펙트가 깨진 뒤에는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부분만 더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키움은 올해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한 명만 계약을 맺었다. 타선 강화를 위해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까지 두 명의 외국인 타자를 선택했다.
로젠버그는 이날 LG전까지 2025 시즌 4경기에서 24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13, 퀄리티 스타트 3회(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등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 중이다. 말이 통하는 동료 투수가 없는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로젠버그는 "다른 팀이 외국인 투수가 2명씩 있는 부분을 부러워한 적은 없다. 푸이그, 카디네스가 날 잘 챙겨주고 있다. 야구로 소통하는 방법에는 언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대감을 쌓고 있다. 젊은 투수들에게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