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이강인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 감독 시절 양아들처럼 아꼈던 스페인 초신성 미드필더를 영입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스페인 피차헤스는 4일(한국시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PSG에 블록버스터 영입을 요구했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르셀로나 스타 파블로 가비가 주요 목표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PSG는 이미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단 계획을 시작하고 있다. 가비는 주요 타깃 중 한 명"이라며 "스페인 국가대표팀 시절부터 가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엔리케 감독은 구단 이사회에 가비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PSG 소식을 다루는 알레즈파리 또한 같은 날 "엔리케 감독은 최근 바르셀로나 핵심 미드필더 가비의 영입을 요청했다. PSG는 중원을 강화하고자 하며 몇 달 안에 더 많은 전력을 추가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가비는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팀 내 최고 유망주다. 어린 나이에 1군 무대에 데뷔한 후 스페인 대표팀으로도 데뷔에 성공하며 이미 월드컵까지 경험했다.
가비를 스페인 대표팀에 데뷔시킨 감독이 바로 엔리케였다. 당시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가비를 곧바로 대표팀에 발탁했고, 가비는 대표팀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비록 어린 나이에 바르셀로나와 대표팀을 오가며 혹사를 당한 탓에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반월판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긴 했으나 부상에서 돌아온 후에도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가비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했다. 한지 플릭 감독이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한 후 서서히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긴 했으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에서 벤치에 앉는 등 중요 경기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피차헤스는 "가비의 역할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플릭 감독이 가비 대신 페르민 로페스를 선택한 건 가비가 이전 시즌까지 누렸던 확실한 선발 자리를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이로 인해 가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이적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엔리케 감독이 가비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이미 스페인 대표팀에서 핵심 전력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만큼 사용법에 대한 고민은 없다.
매체에 따르면 엔리케 감독은 가비자 자신의 전술 시스템에 완벽하게 들어잠아 중원에 추진력, 역동성, 퀄리티를 가져다 줄 거라고 확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가비의 충성심이다. 바르셀로나도 가비를 미래를 책임질 핵심으로 고려하고 있다. 바이아웃 조항도 높다. 모든 건 이적에 대한 가비의 의지와 플릭 감독, 구단 수뇌부와의 대화에 달려있다.
피차헤스는 "가비가 여전히 2차적인 역할에 그친다면 그는 진지하게 환경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 PSG는 이미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가비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가비가 PSG에 오게 된다면 PSG 중원에서 이강인이 설 자리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미 주앙 네베스, 비티냐, 파비안 루이스, 워렌 자이르 에메리에게 밀려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가비까지 합류한다면 자연스레 그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원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이강인은 측면에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측면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강인은 데지레 두에, 우스만 뎀벨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 측면 자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로테이션 멤버로 PSG가 치른 전 경기에 출전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던 이강인은 2월과 3월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와 리그1 2경기에선 전부 벤치 대기했고, 3경기는 교체로 들어가 15~30분 뛰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혔던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 경기에선 아예 결장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이후 리그에서 선발로 한 차례 나섰으나 팀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공격포인트 없이 후반 교체아웃됐다. 지난 17일 열린 올랭피크 마르세유와의 라이벌전에서 다시 후반 35분 교체투입, 추가시간까지 고작 15분 정도 뛰고 나오면서 완벽한 후보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상태다.
만약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비가 PSG에 합류한다면 이강인은 아예 후보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