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일본 땅에서 태극기를 올리고 애국가를 울렸던 스케이터가 은퇴를 선언했다.
'포스트 김연아'의 한 축으로 한국 여자 피겨를 이끌었던 김예림(단국대)이 링크와 작별을 고했다.
김예림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생활 마무리 의사를 전했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보고 피겨의 세상에 들어온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다"면서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걱정이 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예림은 임은수, 유영과 함께 일명 '꿈나무 트로이카'로 불리며 한국 피겨계를 이끌었다.
특히 큰 키에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는 '타노 점프'를 트레이드마크 삼아 시원시원한 연기를 곧잘 펼쳐 박수를 받았다.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연달아 준우승을 차지해 상위 6명이 겨루는 왕중왕전인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올라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김예림은 2021년 2월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하며 국내 1인자 지위에 올랐다.
이어 이듬해 2월 ISU 4대륙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시니어 무대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 갖췄음을 알린 그는 한 달 뒤 2022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8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특히 김예림은 이 때 특유의 털털한 모습을 보이며 '피겨 장군'이란 별명을 얻는 등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예림의 전성기는 베이징 올림픽 직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22년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NHK트로피에서 사카모토 가오리, 스미요시 리온 등 두 일본 선수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2009년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가 처음 일궈낸 그랑프리 시리즈 금메달이기도 했다.
김연아가 현역 시절 일본 선수들을 2~3위로 돌려세워, 태극기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일장기가 게양되는 모습에 대해 국내 피겨팬들이 '연지곤지'라는 표현을 붙이곤 했는데 김예림이 일본 땅에서 연지곤지를 만들어냈다. 김연아가 2009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뤄낸 '연지곤지'를 일본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김에림은 이후 2023년 1월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동메달, 2월 4대륙선수권 은메달 획득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에서 18위 기록을 낸 뒤 부상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 달 뒤엔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아 시술하기로 결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했다.
김예림은 이번 시즌엔 두 차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모두 여자 싱글 참가 12명의 선수 중 최하위에 그치면서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알렸다.
결국 새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
김예림의 은퇴 선언으로 '김연아 2세대'는 사실상 은반 위에서 모두 퇴청했다.
임은수는 최근 뮤지컬 배우와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고, 유영은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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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