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뒤통수가 뜨거워질 소식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문제아로 지목됐던 제이든 산초와 마커스 래시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니 기분이 좋은 듯하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애스턴 빌라로 이적한 래시포드가 지난 10일(한국시간) 애스턴 빌라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데뷔전 소감을 올리자 산초가 "자유"라는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래시포드는 지난 10일 영국 버미엄에 위치한 빌라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24-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후반 21분경 레온 베일리와 교체되어 경기장을 밟으면서 애스턴 빌라 데뷔전을 치렀다.
오랜만에 경기를 소화한 래시포드는 24분 동안 패스 성공률 93%(13/14), 드리블 성공 1회(2회 시도), 태클 성공 1회(2회 시도), 지상 경합 성공 3회(5회 시도), 공중 경합 성공 1회(100%) 등을 기록했다. 래시포드의 새로운 소속팀 애스턴 빌라는 전반 2분 만에 제이컵 램지의 선제골과 후반 20분 모건 로저스의 추가골을 앞세워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래시포드의 SNS에는 그의 데뷔 소감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래시포드는 "따듯한 환영에 감사하다"며 "훌륭한 팀 퍼포먼스였다"는 글과 함께 애스턴 빌라 유니폼을 입은 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후벵 아모림 감독 눈밖에 나서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래시포드가 새로운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른 뒤 SNS를 통해 소감을 전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경기를 뛰면서 느낀 기쁨을 표출하는 행위이자, 새롭게 만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문제는 댓글이었다.
래시포드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은 첼시의 공격수 산초가 래시포드의 게시글에 댓글을 단 게 논란이 됐다.
산초는 래시포드의 게시글에 "자유(Freedom)"라는 글과 함께 합장,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해 댓글을 작성했다. 애스턴 빌라에서 데뷔전을 치른 래시포드를 축하하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였다. 래시포드와 산초가 모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나간 선수들이고, 산초가 "축하한다"는 말 대신 "자유"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초신성이었던 산초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의 활약 덕에 지난 2021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그러나 산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반복되는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꺾이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됐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 제외는 그에게 큰 상처였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이었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산초를 다시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동안 산초를 네덜란드에 있는 자신의 지인에게 보내 훈련을 받게 하는 등 산초가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안타깝게도 산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부활하지 못했다. 결국 텐 하흐 감독도 산초를 경기 명단에서 빼는 등 아예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했는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아스널전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훈련에서 산초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초는 텐 하흐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자신의 SNS에 "당신이 들은 모든 말을 믿지 말라"면서 "나는 이번 주에 훈련을 정말 잘 받았다. 난 이 문제(명단 제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랫동안 희생양이 되었고, 이것은 정말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항명 사태였다.
분노한 텐 하흐 감독은 산초에게 훈련장과 식당 등 1군 선수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출입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텐 하흐 감독이 개인 면담을 통해 산초와 대화를 나누려고 하자 산초는 사과를 거부하면서 사태에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산초는 2023-24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도르트문트로 임대됐고, 2024-25시즌을 앞두고는 완전 영입 옵션이 포함된 채 첼시로 임대 이적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했다. 산초의 완전 영입 옵션 발동 조건은 첼시가 프리미어리그를 14위 내로 마감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초는 사실상 첼시 선수가 된 셈이다.
래시포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래시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이 후벵 아모림 감독으로 교체된 뒤 아모림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부진한 경기력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생활적인 면을 중시한 아모림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문화를 바꾸려면 래시포드부터 방출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래시포드는 경기 명단에 들지 못하는 와중에도 개인 훈련을 진행하면서 몸을 관리했지만, 아모림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성골 유스 출신인 래시포드는 결국 겨울 이적시장에서 애스턴 빌라로 임대되면서 커리어 처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외의 팀에서 뛰게 됐다.
감독과 마찰을 빚으면서 팀 분위기를 해치고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선수들이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분노케 했다.
현지 매체들도 산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조롱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을 도발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영국 언론 '익스프레스'는 "산초가 애스턴 빌라에서 데뷔한 래시포드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는 수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으 분노하게 했다"며 산초의 댓글을 주목했다.
현지 방송사인 '스카이 스포츠' 역시 "래시포드가 토트넘과의 FA컵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산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저격하는 뉘앙스의 이모티콘을 올렸다"고 했다.
사진=래시포드 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