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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군단 마운드 '당찬 신인' 등장했다...'우완 영건' 육청명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잘해야죠" [인터뷰]

기사입력 2024.06.03 19:40 / 기사수정 2024.06.03 19:4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4 KBO리그는 지난 1일 개막 285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다양한 요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역대급 흥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팀과 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신인 선수들의 등장도 그중 하나로 손꼽힌다. 프로 입성 전부터 '슈퍼루키'로 주목을 받은 황준서(한화 이글스), 김택연(두산 베어스)뿐만 아니라 여러 신인 선수가 자신의 소속팀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법사 군단'의 일원이 된 육청명(KT 위즈)도 마찬가지다. 선린중-강릉고를 졸업하고 2라운드 17순위로 KT에 입단한 육청명은 올 시즌 9경기 32⅓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 중으로, 벌써 7번이나 선발 기회를 얻었다.



▲리그 최고 에이스와의 맞대결

특히 문동주(한화), 곽빈(두산),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등 쟁쟁한 선발투수들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선 '리그 최고 외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맞대결을 가졌다. 결과는 4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2실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육청명은 시즌 세 번째 패전을 떠안게 됐다.

이튿날 KIA와의 9차전을 앞두고 만난 육청명은 "원래 응원 소리를 의식하는 편이 아니라서 신경 쓰진 않았는데, 워낙 KIA 팬분들의 응원 소리가 크더라"며 "투수와 붙는 게 아니라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지 않았나. KIA 타선이 좋다고 해서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했고, 네일 선수와 선발 맞대결을 치르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진 않았다. (네일의 투구 결과와 관계없이) 내가 잘하면 되는 거니까 자신감도 있었다"고 자신의 등판을 복기했다.

사실 KT 벤치는 육청명에게 4이닝만 맡긴 뒤 불펜을 가동하려고 했는데, 육청명이 마운드에 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육청명은 두 팀이 1-1로 맞선 5회말 김도영에게 솔로포를 내줬고, 결국 이 홈런 때문에 5회말을 매듭짓지 못하고 2사 1루에서 손동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그는 "원래 4회말 이후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는데, 코치님께 1이닝 더 해보겠다고 말씀드리면서 기회를 얻었다"며 "자신 있게 마운드에 올라가서 5회말에 (김도영에게) 홈런을 맞은 게 많이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점수 차가 크지 않아서 내가 좀 더 잘 막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반성했다.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육청명에게 처음 기회가 찾아온 건 지난 4월 12일이었다. 이튿날 수원 SSG 랜더스전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프로 데뷔전을 마감했다. 4월 17일 고척 키움전에선 데뷔 첫 선발 등판을 소화,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선전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육청명은 4월 28일 문학 SSG전에서 3⅓이닝 4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데뷔 첫 패전을 떠안았다. 지난달 4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4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첫 승리도 맛봤지만, 다음 등판이었던 12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3이닝 8피안타(2피홈런) 5사사구 7실점으로 크게 부진하면서 2패째를 떠안았다.

육청명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땐 그냥 막 던졌다. 긴장하기도 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보니까 조금씩 경험이 쌓였다. 긴장도 풀렸다. 그러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 요즘 안정감을 좀 찾고 있는 것 같다.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고, 신인 선수인 만큼 너무 큰 목표를 잡지 않고 '오늘은 5이닝만 막아보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경기에 들어가니까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육청명은 "삼진 개수가 적다 보니까 삼진을 많이 잡는 (엄)상백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다. 등판 이후 어떤 게 좋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상백이 형이 먼저 말씀하시기도 한다. 확실히 프로에 오랫동안 계셔서 그런지 알려주시는 '꿀팁'들이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마인드부터 많은 게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많이 놀랐고, 또 배우기도 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 "1군에 올라왔을 때만 하더라도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이 없었는데, 제춘모 투수코치님께서 체인지업을 던지는 법도 가르쳐 주시고 계속 구종을 구사하면서 이제는 주무기로 쓸 수 있게 됐다"며 "이강철 감독님도 그렇고 코치님도 대단했던 투수였기 때문에 훈련 때 내가 던지는 것에 대한 아쉬운 점, 혹은 보완해야 할 점을 많이 말씀해 주신다. 도움도 되고, 점점 내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타 팀 팬들도 육청명을 주목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고교 무대를 누빈 육청명이지만, 이제는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프로 무대를 밟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고등학교에서 봤던 선수들이 프로 팀의 일원이 돼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걸 보면 나도 자부심을 느끼고, 영광스럽다"고 얘기했다.

또 그는 "다른 팀에 있는 선수들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김택연, 손현기(키움) 두 선수와 많이 연락하고 있다. 특별한 이야기보다는 그날 잘 던지면 '오늘 수고했다' 이런 식으로 대화한다. 경기장에서 만날 때도 인사를 나눈다"고 미소 지었다.

KT팬들은 물론이고 타 팀 팬들도 육청명을 주목한다. 육청명이 더 받은 관심을 받게 된 건 바로 육청명의 형인 육청호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때문이다. 육청호 씨는 동생인 육청명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등 '청명의 삶'이라는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했으며, 육청명이 프로에 입단한 뒤에도 꾸준히 영상을 만드는 중이다.

육청명은 "(유튜브) 덕분에 팬분들께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 타 팀 팬분들께서도 많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관심이 높아진 걸 최근 들어 실감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한 것이었는데, 점점 인기가 올라갔다"면서도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못할 때보다 잘할 때가 많은 투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영상을 찍으려고 야구선수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슈가 된 만큼 더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긍정 마인드' 육청명의 목표는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1군에서 머무른 육청명은 사령탑의 신뢰 속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그는 "선발진에 있던 형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라서 팀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뜻밖의 기회를 잡은 것이긴 한데, 확실히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새롭게 야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코치님들도 많이 가르쳐 주신다. 구종을 비롯해 나만의 것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1군에서의 생활은) 좋다"고 밝혔다.

4일 수원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갖는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을 시작으로 소영표, 고영표가 이달 내로 복귀할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KT는 한층 탄탄한 선발진으로 남은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육청명으로선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육청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형들이 없을 때 내가 기회를 받았고,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 아닌가. 내가 비록 2군에 가더라도 잘 정비하고, 또 형들이 하는 걸 보면서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갖는 게 목표"라며 "선발진에 자리가 비었을 때 가장 먼저 팀이 찾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유준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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