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3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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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대폭발 "축구 아니고 동네 코미디…정말 억울, AFC 이런 경기 하지 말길" 도대체 왜? [도하 현장]

기사입력 2024.04.16 05:44 / 기사수정 2024.04.16 06:01



(엑스포츠뉴스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감독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분노가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의 분노가 폭발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U-23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U-23 축구대표팀과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카타르에 연속 실점해 0-2로 패했다.

인도네시아는 A대표팀(국가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이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조직적이고 속도감 있는 역습, 수원FC 소속 프라마타 아르한의 무기인 초장거리 스로인을 활용한 세트 플레이로 카타르를 압박하면서 서서히 경기 주도권을 챙겼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손색 없는 경기력이었다.

이런 인도네시아의 흐름을 끊은 건 다름 아닌 판정이었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두 명이 퇴장당했다. 전반전 막판 인도네시아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파울을 범했다는 판정이 내려져 VAR(비디오판독)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인도네시아는 여기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페널티킥 외에도 주심은 전반전 내내 인도네시아의 파울에 더 엄격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강도의 파울이 나와도 인도네시아에 경고가 주어진 반면, 카타르 선수들은 거칠게 태클을 시도하더라도 휘슬이 없었다.



신태용 감독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신 감독은 벤치 앞에서 판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해당 경기 심판진은 신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판정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주심의 패턴은 전반전과 다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파울에는 엄격했고, 카타르의 파울에는 관대했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인도네시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페널티킥을 네줬던 제너가 후반 1분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악재를 맞았는데, 0-1로 뒤진 상황에서 선수 하나가 경기장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역습으로 다시 한번 카타르를 위협했다.

그러나 파울에 대한 잣대가 두 팀에 다르게 적용되자 인도네시아 흐름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카타르의 일부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 드러누워 경기가 지연되기 시작했고, 인도네시아 페이스는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신태용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 숫자를 늘려 끝까지 카타르 골문을 두드렸으나 후반 추가시간 주어진 두 번째 레드카드 이후에는 신 감독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불만을 표했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신태용 감독은 격노했고, 대노했고, 입으로 분노를 토해냈다.

국제대회 특성상 신태용 감독의 한국어 답변은 영어 통역을 거쳐 취재진에 영어, 아랍어, 혹은 스페인어로 통역됐다. 하지만 영어를 비롯한 타 언어로는 신 감독의 분노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힘들었다.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신태용 감독은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다. 일단 카타르의 승리를 축하한다"라는 말로 입을 뗐다.

신 감독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제 시작이었다. 신 감독은 "사실 아무리 경기가 카타르 홈 팀이더라도, 이런 경기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가 어제 경기장을 밟기 위해서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7분밖에 안 걸렸다. 그런데 경기 당일에 버스를 돌려서 25분 만에 경기장에 도착하게 한 것부터 심판진들이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한 경기는 축구 경기가 아니라 동네에서 하는 코미디 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홈팀에 어드밴티지를 주더라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경기 내용 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너무나 억울하다. 앞으로 이런 경기는 AFC 경기에서 없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시아 축구가 발전할 것이다"라고 했다.



첫 번째 질문은 두 명이 퇴장당한 악재 속에서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묻는 인도네시아 기자의 질문이었다.

신 감독은 여기서도 판정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신 감독은 "페널티킥에서는 상대가 오히려 우리 선수를 밀었기 때문에 우리가 파울을 얻었어야 했다. VAR 이후 페널티킥을 줬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왜 AFC에서 심판진에 판정 교육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나도 밥만 먹고 오십 평생 축구만 한 사람인데 그게 안 보일 수가 없다. 모든 게 보인다. 그래서 강하게 어필했다"라고 말했다.

또 "첫 번째 퇴장 장면에서 우리 선수는 상대와 부딪히지도 않았다. VAR 본 이후인 지금에도 이해가 안 된다. 주심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경기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VAR을 왜 하는 건가"라면서 "이는 경기를 보는 팬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절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보는 척 하고 페널티킥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도 눈이 있고, 우리도 VAR을 본다. 반대 판정을 내는 건 이해가 안 된다"라며 재차 판정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신 감독은 침착하게 "두 명의 선수들이 퇴장당해서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인도네시아의 경기력, 정확히는 퇴장 전후와 전반, 후반의 경기력과 조직력이 달랐던 이유를 묻는 질문이 두 번째로 나왔다.

신 감독은 "이미 경기는 주심이 카타르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무엇을 하든지 방해를 받고 있었다.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경기를 봐서 더 할 이야기는 없다. 함께 페어 플레이를 하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우리가 고쳐야 한다. 그런 부분이 나오지 않도록 경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을 하면 좋겠다"라며 다시 한번 분노를 드러냈다.

앞으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지 묻자 신 감독은 "다들 경기한다고 수고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해줬고 고생했다. 다음 경기 컨디션 잘 조절해서 준비하자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를 잊고 다음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중동 취재진은 앞서 신 감독이 말한 이동 시간 발언을 걸고 넘어졌다.

"이런 대회에서 호텔부터 경기장까지 25분 걸리는 게 오래 걸리는 거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오면 30분, 35분도 문제가 아니다"가 질문의 내용이었다.

신 감독은 통역의 말을 듣자 헛웃음을 쳤다. 이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호텔에서 30분이 걸리더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원래 우리가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왜 경기 당일에 25분 걸리게 했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오늘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AFC에서 4시 50분에 출발하라고 했다. 5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5시 15분에 도착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러면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 문제가 분명히 생긴다. 경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가 시간에 쫓겨야 한다. 이런 부분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라며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해당 질문을 한 취재진은 신 감독의 답변에도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기자가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고 하자 기자회견을 주관한 AFC의 직원이 언성을 높이며 제지할 정도로 순식간에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신 감독에게 "아쉬운 판정 속에서 경기를 치렀고 패배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A조 돌풍의 팀이다. 첫 번째 퇴장 이후에도 인도네시아는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쳤다. 분명 경기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질문했다.

신 감독은 "경기의 승패는 반드시 갈라진다. 처음에도 이겼던 것처럼 카타르의 승리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축하한다고 말했다"라면서 "우리는 한 두 명이 퇴장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한다는 게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축구의 발전이다. 선수가 없어도 선수들의 투지와 자신감이 있다. FIFA 랭킹 100위 정도가 차이가 나더라도 충분히 싸울 만하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라며 어려운 상황에도 끝까지 싸운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칭찬했다.

믹스트존에서 마주친 신 감독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특유의 미소를 되찾은 상태였다. 그는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며 스태프들과 함께 호텔까지 7분이 걸릴 버스로 향했다.


사진=카타르 도하, 김환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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