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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취약 클린스만호, 치명적 아킬레스건 되고 있다…감독도 전전긍긍 [권동환의 도하시아]

기사입력 2024.01.27 07:48 / 기사수정 2024.01.27 07:48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6번 미드필더 부재가 클린스만호의 주된 고민으로 다가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0위에 불과했고, 이미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지면서 대회 탈락이 확정된 E조 최약체였다.

또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후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로테이션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직전 경기였던 요르단전과 비교하면 겨우 3자리만 바뀌었다.



전반전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26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선제골을 터트리며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이때 볼 점유율을 84%나 기록했고, 슈팅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되자 경기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역습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동점골을 내줬고, 이후 설영우(울산HD)의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내주면서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막판에 이강인이 멋진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고, 오현규(셀틱)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마무리 지으면서 자존심을 챙기는 듯했으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동점골을 내주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엔 성공했다. 하지만 E조 최약체 말레이시아 상대로 3골이나 내주며 무승부를 거뒀다는 사실이 국내 팬들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후반전 볼 점유율은 78%로 전반전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슈팅 허용 숫자가 크게 늘었다. 전반전에 슈팅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던 한국은 후반전 동안 7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경기력이 180도 바뀐 요인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6번 미드필더의 부재를 꼽았다.

이날 클린스만호는 중원에 황인범과 이재성(마인츠)을 배치했다. 멀티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이재성의 주된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인 만큼, 사실상 황인범이 3선에서 후방 빌드업과 백4 보호를 도맡았다.

말레이시아는 홀로 3선을 책임지는 황인범을 집중 공략했고, 후반 6분 전방 압박으로 통해 황인범으로부터 볼을 탈취한 후 동점골까지 터트렸다.  또 후반전부터 한국의 공수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말레이시아 역습은 점점 날카로웠다.

지난 조별리그 2경기 때 클린스만호는 중원에 황인범은과 박용우(알 아인)를 배치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가 수비진을 보호하고, 황인범이 박스와 박스 사이를 오가며 공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바레인전 때는 이강인의 두 번째 골을 도왔고, 요르단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슈팅으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말레이시아전 때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박용우가 경고를 한 장 갖고 있어, 3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을 경우 16강 때 기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선택이었다. 박용우를 대신해 황인범이 6번 자리를 맡았지만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하마터면 말레이시아한테 참사를 당할 뻔했다.

결국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고 황인범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파트너로 박용우 같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수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지만, 문제는 박용우가 부재 시 클린스만 감독이 내세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홍현석(헨트)은 이재성처럼 2선에서 좀 더 영향력을 보여주는 선수이고, 이순민(대전 하나시티즌)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벤치만 지켰다. 박진섭(전북현대)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볼 수 있지만, 주 포지션은 센터백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싱가포르전 때 황인범이 홀로 백4를 보호하는 4-1-4-1 전형을 내세운 바 있다. 이때 한국은 5-0 대승을 거뒀지만 실전에선 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이러다 보니 팬들은 중국 공안에 억류돼 있는 손준호를 그리워했다. K리그를 대표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힌 이후 구속 수사로 전환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됐다.

클린스만 감독도 손준호의 부재를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매번 A매치 일정을 앞두고 손준호에 대한 그리움을 밝히면서 하루 빨리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지난해 10월엔 "중국에 있는 손준호가 아쉬운 부분이다. 전방에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려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요한데 그 자리 적임자가 손준호다. 앞으로 좋은 소식이 들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발표할 때 "손준호가 중국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감독으로서 아주 어렵다. 내 힘으로 해결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큰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어서 감독으로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게 내 역할이다"라며 손준호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않았다.

손준호를 부를 수 없게 되자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를 줄곧 주전 6번 미드필더로 기용했지만 1993년생으로 30살이 넘어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박용우도 빠지면 마땅히 3선에 기용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한국의 다음 경기는 31일 오전 1시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말레이시아전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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