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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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리그에서 프로까지, 한경빈이 펑펑 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 [조은혜의 슬로모션①]

기사입력 2022.07.12 14:17 / 기사수정 2022.07.12 15:08



(엑스포츠뉴스 서산, 조은혜 기자)  9회말 2아웃,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 타구를 낚아채는 글러브의 등장을 누가 쉽게 예상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야구에는, 또 인생에는 '다음'이 찾아온다. 쉽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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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빈은 야구를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야구공을 잡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답게' 야구를 시작했고, 소위 "흉내 좀 내며" 야구를 해 평균 이상의 선수로 성장했다. 인천동산고 2학년 시절 27경기 타율 0.347. 동산고의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이었던 대통령배 우승 장면에 한경빈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였다. 한경빈의 야구 인생은 매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3학년 시즌을 시작하기 2주 전에 허벅지가 터졌어요.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가긴 했는데, 3루타성 안타를 쳐도 1루까지밖에 못 갔어요. 안타를 쳐도 걸어 갔으니 스카우터들이 보기엔 얼마나 건방져 보였겠어요."

신인드래프트를 반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반은 희망을 품었다는 뜻이었다. 그리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진 않았어도 이미 잠재력을 드러냈기에 모의지명에서는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100명의 선수가 호명이 되는 동안, 한경빈의 이름은 결국 불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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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야구로는 이름있는 네 곳의 대학에 합격했는데도, 한경빈이 "대학 문제가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말했던 건 그 네 곳 중 아무 곳에도 입학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면접일이 모두 겹쳤다. 한 대학의 입학이 가장 유력했으나 갑작스러운 대학의 사정으로 입학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뒤늦게 친구들이 많았던 인천재능대로 눈을 돌렸다. 그마저도 한 번 불합격을 했다 결원이 생기면서 간신히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도 안 가고, 아예 운동을 그만하려고 했어요. 원래 부모님이 집에서는 운동에 대한 얘기를 전혀 안 하시거든요. 근데 엄마가 처음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한 번만 더 해보면 안 되냐고요. 그리고 그때 SSG (이)정범이 아버지가 재능대에 계셨는데, 절 설득을 하셨어요." 

한경빈은 전화를 받은 이틀 후, 재능대가 캠프를 차린 대만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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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신인드래프트, 전문대라는 한계를 알고 있었던 한경빈은 지명보다 육성선수 입단에 기대를 걸었다. 대학 시절 성적은 워낙 좋았고, 예상대로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LG 트윈스의 입단 테스트 제안이 왔다. 그러나 테스트에 참석한 선수만 80명. 한경빈은 그 경쟁률을 뚫고 2차 테스트까지 받았지만 이번에도 원했던 말은 듣지 못했다.

계속해서 시련만 안기는 야구가 마냥 애틋할 리 없었다. TV를 틀어 야구 중계가 나오면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한경빈을 설득했다. 한경빈은 독립리그 인천 웨이브스에 입단해 야구의 끈을 붙잡았다.

이후 SK 와이번스의 입단 테스트 제안이 왔다. 이번에도 1차 테스트에 합격했다. 2차 테스트를 본 야수는 한경빈이 유일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는 말에 희망을 품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단이 신세계그룹으로 인수가 되면서 흐지부지 됐다.

이번에도 문턱에서의 좌절. 혹시 기대하실까 부모님께 말도 하지 않고 몰래 테스트를 다녀왔던 한경빈은 밥을 먹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 이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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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의 좌절을 겪고 군대를 다녀온 뒤 파주 챌린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4할타로 펄펄 난 한경빈에게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 얘기가 있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지만, 실체는 없었다. 수차례 실망을 겪었기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에는 단련이 되어 있던 한경빈이었다.

"마지막 타석이었어요. 김경언 코치님께서 절 부르시더니 '마지막 게임, 마지막 타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그거 듣고 잘린 줄 알았어요. 오늘 열심히 했는데 왜 빼지? 그런데 '한화 계약하러 가야 한다'고 하시는거예요. 그 자리에서 바로 울었어요. 쌓여있던 게 빵 터졌나봐요."

울면서 타석에 들어섰던 한경빈은, 아웃을 당하고도 웃으면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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