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2-08-1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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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에 겪은 방출의 아픔, 아버지의 ‘침묵’이 만든 ‘미스터 제로’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6.25 07:08 / 기사수정 2022.06.25 00:56


(엑스포츠뉴스 수원, 윤승재 기자) 중학교 시절이었다. 체구도 작고 힘도 없었던 시절. 당시 불과 중학교 2학년이었던 이채호는 체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신생팀 원동중으로의 전학을 권유받았다. 당시 원동중 야구부는 신설된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팀으로, 인근 중학교 야구부의 진학이 무산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사실상 방출통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전학 권유를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이채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래?”. 그러자 이채호는 “조금만 생각을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아들이 아무 말 없이 쉬고 있을 때도 아버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채호가 먼저 움직였다. 집에서 쉬고만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결국 밖으로 나가 ‘미친 듯이’ 뛰고 돌아왔다.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온 그에게 그제서야 아버지가 물었다. “야구 계속 하는 거지?”. 그렇게 전학을 간 이채호는 원동중에서 에이스로 성장해 2013년 전국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상대는 자신을 방출했던 팀, 이채호는 그렇게 복수혈전에 성공하며 드라마를 썼다. 


9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채호는 당시 아버지와의 대화를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채호는 “보통 아들이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빨리 다른 길을 찾으라고 강요하거나 재촉하실 법도 한데, 아빠는 묵묵히 제 의사를 기다려주셨어요. 제 선택을 존중해주신 거죠. 제가 아빠였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아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도 이채호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고등학생 땐 기회를 잡기 위해 전학을 가기도 했고, 프로에선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채호는 덤덤했다.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중학교 때를 돌아본 이채호는 “어찌보면 그때 감독님이 원동중으로 보내주신 덕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그때부터 팀을 여러 번 옮기면서도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동기부여로 만들려고 했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죠”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수원에 튼 새 둥지. 이채호는 어렸을 때부터 깨달은 ‘긍정의 힘’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현재 그는 이적 후 10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미스터 제로’로 거듭났다. 레전드 잠수함 투수 이강철 감독과 리그 최고의 언더핸드 고영표의 노하우를 전수 받은 것도 있지만, 고영표를 비롯해 김민수, 심재민 등 투수 형들의 ‘긍정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고. 


이채호는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처럼 지금도 제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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