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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감독 "사명감 갖고 만든 작품, 웃고 즐기시길"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1.08.23 15:50 / 기사수정 2021.08.23 10:46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고봉수 감독이 '고봉수 사단'과 함께 신작 '습도 다소 높음'으로 돌아왔다.

20일 오전 엑스포츠뉴스는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의 고봉수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습도 다소 높음'은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 온 어느 여름날, 에어컨을 꺼버린 극장에서 벌어지는 현실공감 땀샘개방 코미디 작품이다.

편집을 마무리한 뒤 나온 완성본을 보고 만족스러워 주연인 백승환을 초대해서 함께 작품을 감상했다는 고봉수 감독은 "작품을 기획할 당시에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때라서 영화인의 사명감을 갖고 웃음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 아닌가. 마침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코로나라는 소재가 있었고, 이걸 극장이라는 소재와 접목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됐다"고 작품 연출 계기를 밝혔다.

고봉수 감독의 단편을 제외하면 '습도 다소 높음'은 77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그는 "첫 번째 편집본은 지금보다 러닝타임이 길었다"며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스피디하게 편집하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고 20분 정도를 쳐냈다"고 답했다. 이어 "풀버전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디렉터스 컷을 실으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습도 다소 높음'은 기본적으로 코미디이지만, 한편으로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말부의 엔딩 시퀀스에 대해서 고봉수 감독은 "요즘은 개인 미디어의 시대인데, 극장 산업이 몰락하면서 너무 개인 미디어가 부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 의식과 함께 슬픈 마음이 있었다"며 "그래서 극장 안에서 홀로 앉아 영화를 보는 배우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배우를 연결시켜서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봉수 사단 배우들이 오랜만에 뭉친 것 뿐 아니라 이희준이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고봉수 감독은 이희준의 캐스팅에 대해 "원래는 배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희준 배우의 해외 촬영이 지연되어서 한국에 돌아온 상태였다"면서 "신민재 배우가 이희준 배우에게 '고봉수 감독님이 영화 촬영을 하신다'고 말하며 부탁했는데, 저희 현장을 궁금해하던 차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다"고 말했다.

이희준과 협업한 소감에 대해서 그는 "처음에는 저희의 촬영 방식에 적응을 못 하셨는데, 시간이 갈수록 즐기시는 것 같더라"며 "촬영이 끝나고 어땠냐고 여쭤봤는데, 정말 즐거웠다고 하시더라. 애드리브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현장이 처음이어서 즐기면서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4회차로 모든 촬영을 끝냈는데, 이희준 배우가 하루 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극장 대관료도 비쌌고, 코로나 기간이다보니 오래 찍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4회차 안에 끝냈다"고 설명했다.

'습도 다소 높음'은 놀라운 캐스팅의 연속인 작품이다. 이희준을 비롯해 외국인인 바티나 모슬리, 평론가 전찬일까지 등장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고봉수 감독은 "전찬일 선생님은 처음부터 캐스팅을 염두해둔 분이었다. 예전부터 제 영화에 모시고 싶었다"며 "워낙 달변가이시기도 하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연기도 잘 하실 것 같았다. 현장에 모셨을 때도 별 말씀을 드리지 않았는데, 모든 촬영을 NG 없이 마무리하셨다"고 극찬했다. 바티나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원래는 시니어 배우 네 분이 캐스팅되어있었다. 극장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네 분 오시는 설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 분들의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며 "촬영 전날 의상감독님께서 이런 친구가 있다고 소개해주셨다. 그래서 전날 대략의 설정만 알려드리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왓포드의 트로이 디니, 환타 파인애플 등 주옥같은 대사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는 고봉수 감독은 '고봉수 유니버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프닝에 등장한 '델타 보이즈'나 '튼튼이의 모험'의 포스터를 두고 그는 "영화 작업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아내가 여러가지 의견을 주는데, 팬 서비스 차원에서 포스터를 넣자는 의견을 줬다"며 "낭만극장 사장(신민재 분)이 영화를 보면서 웃는 장면을 보면 '델타 보이즈'의 장면이다. 이것도 아내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제목인 '습도 다소 높음'도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고봉수 사단의 대표 배우로 통하는 백승환과 단편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후 김충길, 신민재, 차유미 등과 함께 작업해 온 그는 "단편 작업하면서 이렇게 실력을 겸비하고 인성도 좋은 배우들이 있을까 싶었다. 딱 한 분만 더 들어오면 완성된 조합이 나올 것 같았는데, 그 분이 바로 제 작은아버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고, 집안의 반대로 인해 촬영을 못할 수도 있는 위기가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작은아버지가 '튼튼이의 모험'에 참여해주시면서 고봉수 사단이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지 못했다면 아마 영화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다양한 작품으로 골수 팬들을 모아온 고봉수 감독은 "극중극인 '젊은 그대'를 보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제가 그동안 너무 꿈 이야기만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정리하는 느낌으로 그 이야기를 넣었다"며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결혼도 하고 나이도 먹다보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더라"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도 덧붙인 그는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함께 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극중 '시네마 천국'을 오마주한 장면을 넣을 정도로 극장에 대한 애정이 많은 고봉수 감독은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다 하시는 분들이 많다. 우울한 시기에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즐거움과 웃음을 드리는 것"이라며 "전작들에 비해서 캐주얼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서 실컷 웃다가 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습도 다소 높음'은 9월 1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백지수표(주)/(주)곰픽쳐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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