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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2등의 차이, 리버풀에게 필요한 것

기사입력 2009.03.01 21:06 / 기사수정 2009.03.01 21:06

이순명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순명 기자] 학창시절 반에서 1등 하는 아이와 2등 하는 아이는 차이점이 있다.

반에서 항상 1등을 맡아서 하는 아이는 절대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는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가끔 틀릴 수 있어도 말이다. 그러나 항상 2등만 하는 아이는 어려운 문제는 맞출 수 있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쉬운 문제를 틀린다. 그리고 그 쉬운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또 2등이라는 성적표를 또다시 받아 드는 것이다.

현재 2008/2009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를 독주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차이가 바로 그렇다. 학창 시절 볼 수 있는 그 1, 2등의 모습을 두 팀이 쏙 빼닮았다.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다 틀리는 문제는 틀려도, 남들이 다 맞출만한 문제를 틀리면 안된다라는 사실. 두 팀의 차이는 이것에서 비롯된다.

'마법사 라파'가 가지지 못한, '양민학살'의 카드

비록 27라운드에서 미들스브로에 0-2 일격을 맞으며 3위로 주저 앉은 리버풀이지만, 팀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팀은 아니다. 리버풀의 중원을 구성하는 제라드-알론소-마스체라노는 어떤 강팀을 상대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 중원 장악력을 자랑하고 있다. 때문에 중원 싸움이 필수적인 강팀과의 싸움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실제로 승리까지 따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번에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1-0으로 잡아냈지만, 바로 리그 경기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리버풀은 지난 2008년 9월에도 맨유를 2-1로 제압하였으나, 다음 라운드에서 스토크시티와 비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토크시티와는 지난 1월에 다시 0-0으로 비겼다. 전 라운드에서 뉴캐슬을 5-1로 꺾는 화력을 자랑하고도 말이다.

리버풀은 리그와 컵 대회,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예선 제외)를 포함해 이번 시즌 무승부와 패배가 13무 4패이다. 반면, 맨유는 9무 3패이다. 리버풀의 무승부에서 챔피언스리그가 단 2무(모두 AT마드리드 전)인데 반해, 맨유는 4무를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 결국 리그에서의 두 팀의 무승부 차이는 5무이다. 이 5번의 무승부가 현재의 차이를 낳은 것이다. 맨유는 이 다섯 경기에서 무려 4승을 기록. 리버풀이 고작 5점을 가져가는 동안 승점 12점을 가져갔다.

리버풀의 무승부-패배를 분석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비슷한 팀에게 많이 비기거나, 졌다는 것이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18위에 이름을 올리며 강등권에 있는 스토크 시티에게 승점 2점을 선사했다. 그리고 리버풀은 시즌 초 토트넘에게 잡히면서 부활의 씨앗을 제공했는데, 토트넘의 그 상승세가 바로 돌아와서 11일 뒤 칼링컵에서 탈락하게 되는 계기를 낳았다. 또한 지역 라이벌인 에버튼에게 이번 시즌 2무 1패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시즌 중 하위팀에게 발목 잡히는 일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이번 시즌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도 시즌 초반에는 누만시아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보였고,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 또한 칼링컵에서 챔피언쉽 소속인 더비 카운티에 0-1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른 팀들은 리버풀과는 달리 그런 일이 2번씩 반복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딘 공격'을 날카롭게

공격이 뛰어난 팀은 팬을 불러오고, 수비가 뛰어난 팀은 트로피를 가져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리그 우승팀의 최근 전례를 보면 되려 공격이 뛰어난 팀이 되려 우승컵을 가져왔다. 수비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던 04/05 시즌 첼시였지만, 이 시즌 첼시의 득점은 총 72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팀 중 2위를 기록했다(1위는 87득점의 아스날). 첼시는 05/06 시즌에도 72득점하며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2위 맨유와 동률). 그리고 맨유는 이후 두 시즌에서 모두 80득점을 넘기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반면 리버풀은 최근 베니테즈 감독이 부임한 최근 4시즌 동안 52, 57, 57, 67득점을 기록했다. 리그 우승팀이 되기에는 득점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그나마 지난 시즌 토레즈-제라드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훌륭한 모습이었지만 언제나 그 둘이 승부를 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리버풀의 중원은 강하지만, 애초에 중원 싸움을 바라지 않는 약팀과의 승부에서는 그 중원이 힘을 쓰기 힘들다. 상대팀들은 애초에 반코트 게임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승부를 띄우는 것이다. 리버풀의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공격 루트가 단순하다는 사실이다. 토레스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스트라이커이지만, 올 시즌은 부상으로 너무 많은 경기를 쉬게 되었다.

미들스브로전을 보자. 공격의 중심을 이뤘던 카윗과 엘자르는 기회를 여러 번 날려먹는 모습을 보였다. 카윗의 능력 부재라기보다는 미들스브로의 수비수들이 공격수보다 많았기에 생긴 난조였다. 이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들스브로의 수비진을 뚫기에는, 리버풀의 공격진은 너무 무뎠다.

이제는 '마법사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정책'은 훌륭하게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이끌어내었고, 리그 후반까지 토너먼트 대회에서 집중력을 유지해내는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벨이 이번 시즌 리에라와의 로테이션으로 인해 측면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리그에서는 '글쎄…' 라는 평을 자아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리버풀이 리그 역전 우승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제는 베스트 11을 확실하게 정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세가 좋은 선수는 살려주어야 한다. 만약, 미들스브로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었던 베나윤이 선발 출장했다면 어땠을까?

리버풀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4-2-3-1이다. 강팀과의 싸움에서 이 전술은 빛을 발한다. 중원 싸움에서 순간적으로 6명을 포진시켜서 공을 따내고, 끊임없는 압박을 시도하는 4-2-3-1은 리버풀이 토너먼트에서 강팀들을 꺾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진정 베니테즈의 '마법'인 것이다.

이제 베니테즈가 보여주여야할 마법은 지긋지긋한 무승부 고리를 끊는 것이다. 킨은 없지만, 카윗은 올 시즌 -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베나윤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만큼은 약팀에 공격수를 더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워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베니테즈 감독은 미들스브러와의 경기 이후 가진 'BC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전부터 상황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힘들어졌다"라며 리그 우승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아직 맨유와의 선두 경쟁에서는 리버풀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첼시는 맨유와의 두 경기를 모두 치뤄, 자력으로 맨유의 승점을 깎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리버풀은 아직 한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2차전 이후, 3월 14일. 리버풀은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로 떠난다. 이 경기에서 베니테즈 감독이 다시 한 번 '마법'을 보여준다면,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후광을 누리는 첼시가 아닌. 지금은 흐린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기상도에도 다시 한번 빛이 보이지 않을 까.



이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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