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노르웨이의 보되/글림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이자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세 차례 우승에 빛나는 인터 밀란을 꺾고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보되/글림트는 2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2025-2026시즌 녹아웃 라운드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인터 밀란을 2-1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합계 5-2로 앞서며 당당히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는 노르웨이 구단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거둔 역사적인 성과로, 보되/글림트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16강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홈팀 인터 밀란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골문은 얀 조머가 지켰고, 스리백은 얀 비세크, 마누엘 아칸지, 알레산드로 바스토니가 구성했다. 양 측면은 루이스 엔히케와 페데리코 디마르코가 배치됐으며, 중원은 다비데 프라테시, 피오트르 지엘린스키, 니콜로 바렐라가 맡았다. 투톱은 프란체스코 피오 에스포지토와 마르쿠스 튀람이 출전했다.
보되/글림트는 1차전 승리를 이끈 선발 명단을 그대로 유지한 4-3-3 전형으로 맞섰다. 니키타 하이킨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수비진은 프레드리크 쇠볼, 오딘 뵈르투프트, 요스테인 군데르센, 프레드리크 비에르칸으로 구성됐다. 중원에는 파트리크 베르그, 울리크 살트네스, 하콘 에비엔이 포진했다. 스리톱은 옌스 페테르 하우게, 룬다르 회그, 올레 디드리크 블롬베르그가 맡았다.
전반전은 완전히 홈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전반 3분부터 인터 밀란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에스포지토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넘겼다.
전반 12분 인터 밀란은 연속 기회를 잡았다. 디마르코의 오른발 감아차기를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려 간신히 쳐냈고, 이어진 코너킥에서 프라테시의 슈팅은 골라인 앞에서 가까스로 걷어냈다.
전반 13분에는 튀람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됐다.
전반 24분 바스토니의 헤더는 골대를 벗어났고, 28분 프라테시의 근거리 헤더 역시 하이킨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내내 인터 밀란은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결정력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전반 30분 프라테시의 정교한 크로스를 에스포지토가 다시 한 번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문 위로 떴고, 32분 역습 상황에서도 마무리가 차단됐다.
보되/글림트는 전반 36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과 하이킨의 안정적인 선방으로 0-0 균형을 유지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인터 밀란의 공세는 계속됐다.
그러나 선제골은 보되/글림트의 몫이었다. 후반 13분 아칸지의 실수를 블롬베르그가 놓치지 않았다. 블롬베르그의 슈팅은 조머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하우게가 오른발로 재차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하우게는 과거 AC 밀란 소속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로, 지역 라이벌인 인터 밀란을 상대로 결정적인 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은 그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6번째 골로, 노르웨이 선수가 노르웨이 클럽 소속으로 단일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인테르는 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아칸지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진 혼전에서 튀람이 시도한 슈팅도 빗나갔다.
오히려 보되/글림트가 추가골을 집어넣었다. 후반 27분 하우게의 패스를 받은 에비엔이 감각적인 오른발 마무리로 골문을 갈랐다. 2차전 스코어는 0-2, 합계 1-5까지 벌어지며 홈 팬들이 침묵에 빠졌다. 일부 인터 밀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주저앉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터 밀란은 후반 31분 바스토니의 만회골로 반격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앙주-요안 보니가 끝까지 공을 살려냈고, 바스토니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은 것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그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결국 보되/글림트의 2-1 승리로 마무리됐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인터 밀란은 이날 무려 30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는 2003-2004시즌 이후 기록된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최다 슈팅 수치다.
하지만 득점은 단 1골에 그쳤다. 점유율(64%-36%)과 슈팅 수(30-7)에서 압도했음에도, 유효 슈팅은 7-5로 큰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보되/글림트는 앞서 리그 페이즈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으며 돌풍을 예고했다.
노르웨이 북부 인구 5만4천여 명의 도시를 연고로 1916년 창단한 구단이, 매출 규모 면에서도 인터 밀란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팀이 유럽 최정상급 무대에서 세리에A 거함을 무너뜨린 셈이다.
이날 승리로 보되/글림트는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 라운드를 통과한 노르웨이 클럽이 됐다. 1987-1988시즌 릴레스트룀 이후 처음으로 유럽 최고 무대 녹아웃에서 승리한 사례이기도 하다.
16강에서는 맨시티 또는 스포르팅 CP와 맞붙게 된다. 더 이상 누구도 이들을 과소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