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미국 무대를 평정한 손흥민이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유럽 무대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주요 매체들은 손흥민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데이비드 베컴 조항'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조항은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선수가 오프시즌 기간 동안 유럽 구단으로 단기 임대를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약 조건이다.
이탈리아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21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복귀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리에A 명문 AC 밀란이 그를 임대로 데려오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MLS에 입성한 뒤 10경기에서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완벽히 적응했다. 그러나 MLS 시즌이 12월에 종료되면 약 2~3개월 동안 공백기가 생기기 때문에, 손흥민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럽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 2025년 8월,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을 마무리하고 이적료 2200만 유로(약 365억원)에 로스앤젤레스FC(LAFC)로 이적했다.
당시 MLS 역대 최고 수준의 이적료로 기록된 그의 영입은 미국 축구계 전반에 걸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복수 매체는 손흥민의 LAFC 합류가 리오넬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했을 때와 비견될 만한 파급력을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가 입단한 이후 LAFC 구단의 SNS 반응은 약 600% 폭등했으며, 경기장 수익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데뷔 직후부터 MLS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LAFC의 서부 콘퍼런스 3위 진출을 견인했다. 특히 콜로라도 래피즈전에서는 시즌 9호골을 기록하며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이제 팀은 오는 10월 30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서 오스틴FC와 2차전 승부를 벌이며 통산 두 번째 MLS컵 우승을 노린다.
문제는 시즌이 끝난 뒤 찾아오는 공백기다.
MLS는 춘추제로 운영되어 12월 초에 시즌이 종료되고, 다음 시즌은 이듬해 2월 말 혹은 3월에 개막된다.
손흥민이 속한 LAFC가 결승에 오르지 못할 경우 약 석 달 가까이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셈이다. 33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되는 부분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베컴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베컴 조항'은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2007년 LA 갤럭시로 이적할 당시 체결했던 계약에서 유래했다.
베컴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AC 밀란으로 단기 임대를 떠나 잉글랜드 대표팀 소집을 대비했다. 이 조항을 통해 그는 유럽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손흥민 역시 같은 방식으로 MLS 오프시즌 동안 유럽 구단에 임시 합류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흥민의 잠재적 행선지로는 이탈리아 세리에A AC 밀란이 거론된다.
'풋볼 이탈리아'는 "AC 밀란이 손흥민을 2026년 1월 이적 시장에서 단기 임대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조항이 작동될 경우, 향후 몇 년간 반복적인 임대 형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밀란은 공격진에 부상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고, 하파엘 레앙은 두 달간 결장 후 최근 복귀했다. 공격 자원이 부족한 밀란으로서는 손흥민 같은 다재다능한 공격수의 단기 영입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특히 베컴이 2009년과 2010년에 LA 갤럭시에서 밀란으로 임대됐던 전례를 고려하면, 손흥민의 단기 임대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리미어리그 복귀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골닷컴'은 "손흥민의 MLS 계약에는 단기 임대 허용 조항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그는 프리미어리그 복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445경기 173골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시아 선수로 자리했다. 만약 그가 임대를 통해 잉글랜드로 돌아온다면,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닷컴'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도 언급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뮌헨으로 향할 경우 해리 케인과 재회할 수 있다. 두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차례 득점과 도움 합작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의 공격 듀오'로 불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흥민의 유럽 복귀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현 소속팀 LAFC의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날씨, 정치, 내 머리 스타일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그런 말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해당 이적설을 일축했다.
그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손흥민이 LAFC에 매우 헌신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매 경기에서 승리를 원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손흥민은 LAFC 선수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손흥민의 LAFC와의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로, 구단이 원할 경우 2029년까지 연장 옵션이 포함된 장기 계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S 오프시즌 동안의 단기 임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다음 월드컵에서는 만 34세가 되는 만큼, 이번 대회가 그의 국가대표 커리어에서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의 향후 행보는 오는 12월 MLS 시즌 종료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수 있다.
LAFC가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복귀 시점이 달라질 수 있으나, 외신 보도대로 '베컴 조항'이 실제로 발동된다면, 손흥민은 2026년 1월부터 3월 사이 유럽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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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