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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T병원의 치킨게임...법정의 수영 영웅은 무얼 얻었나

기사입력 2015.07.15 23:56 / 기사수정 2015.07.16 00:23




[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지난해 9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던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6). 그는 “병원장이 도핑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믿고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박태환은 네비도 주사를 맞았던 서울 중구 T병원의 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고소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3차 공판에는 박태환이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번 사건은 박태환 측이나 T병원 측이나 누가 승소해도 승자라고 단언할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돼버렸다. 박태환은 도핑에 대한 무지함을 공개선언하는 처지가 됐고, 그동안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지켜주는 것으로 고객을 모았던 병원 측은 박태환의 진료 기록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박태환 사건’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 봤다. 초점은 전문적인 내용의 ‘법정 공방’이 아니라 ‘박태환의 득실’에 맞췄다.
 
 
박태환의 得 : 승소하면 선수로서 순수성 증명
 
박태환이 이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온 목적은 단 하나다. 자신의 노력과 기록의 순수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도핑검사에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은 이번에 도핑에 걸린 게 병원장의 실수 때문이었고, 자신은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그는 14일 법정에서 “병원장은 자신이 도핑전문가가 아니니 내가 알아서 체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무책임한 책임회피”라고 했다.
그는 네비도 주사를 맞았던 날(2014년 7월29일)을 떠올리며 “좋은 주사를 놔주신다고 하길래 내가 여러 차례 ‘도핑에 안 걸리냐’고 물었다. 원장님이 ‘이건 체내에 있는 거라 문제되는 것 없다. 도핑에 안 걸린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네비도 주사를 맞은 횟수’가 쟁점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성분을 모른 채 한 차례 맞았다’고 주장했고, T병원 측은 ‘2013년 12월에도 맞았다. 총 두 차례’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해 박태환의 경기 기록이 약물의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박태환은 지난해 2월 28일 호주 NSW스테이트오픈 챔피언십 자유형 100m에서 한국신기록(48초42)을 세웠다. 2013년 12월에도 맞았다는 병원 주장이 맞다면, 이 기록은 약물의 힘을 빌린 것이다. 반면 박태환은 “2013년 연말에는 주사를 맞은 적이 없다. 또 2014년 초에도 불시 도핑테스트를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은 2014년 7월29일 네비도 주사를 맞고 8월 23일 호주 팬퍼시픽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시즌 세계랭킹 1위의 기록(3분43초15)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은 약물 효과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주사를 맞기 전인 6월 이미 호주 전훈에서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웠다. 팬퍼시픽 기록은 오히려 기대보다 좋지 않았다”며 “네비도 주사를 맞고 나서 엉덩이가 뻐근한 증상이 심해서 5일 정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주사를 맞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더 좋은 기록이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失 : 이미지 타격- 금지약물을 모르는 국가대표 11년차
 
“창피한 말일 수도 있는데…저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모르고 있었습니다.”

박태환의 법정 증언 내용이다. 박태환은 증인석에서 “스테로이드가 금지약물이란 건 알았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몰랐다”고 했다. “도핑방지 교육을 받긴 했지만, 금지약물에 대해서 1부터 100까지 일일이 외우진 못한다”고도 했다.
 
박태환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2004년부터 국가대표를 했던 한국 스포츠의 간판 스타가 도핑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스스로 ‘커밍아웃’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태환은 테스토스테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금지약물인 성장호르몬 주사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병원측 변호인은 “박태환이 T병원에서 남성호르몬 2회, 성장호르몬 4회, 비타민주사 15회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은 “배에 맞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한 번 맞은 기억은 있다”며 “그게 금지약물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성장호르몬은 S2 계열의 상시금지약물이다. 그런데 WADA의 도핑테스트에서도 박태환에게서 성장호르몬은 검출되지 않았고, 테스토스테론만 검출됐다. 재판이 아니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사실까지 파헤쳐진 셈이다.
 
병원측 변호인은 박태환이 T병원에서 피를 뽑았다가 다시 주입하는 PRP(자가혈치료술)를 받은 사실도 밝혔다. 이 시술은 도핑에서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태환이 병원장의 “문제 없다”는 말을 믿고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시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원 측은 박태환이 그동안 무료로 T병원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1년 여 동안 무료로 고가의 클리닉에 다녔다는 건 박태환의 ‘순수 청년’ 이미지에도 그닥 도움이 되진 않아 보인다. 

 
남은 숙제 : 남성호르몬 수치 미스터리
 
이번 재판에서 ‘미스터리’로 남은 부분이 있다. 박태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관한 것이다.
14일 공판에서 병원측 변호인은 박태환의 호르몬 검사 결과 자료를 증거자료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차트에 따르면, 박태환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다. 정상 범위에 있긴 하지만 다소 낮은 수치였다. 그래서 병원은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놓은 것”이라고 했다.
 
26세의 국가대표 운동선수인 박태환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는 건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문의한 결과 “남성호르몬은 운동을 많이 하면 증가하게 돼 있다. 운동 많이 하고 근육질인 사람은 당연히 남성호르몬이 많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전문의는 “내가 박태환 선수를 직접 진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다. 남성호르몬 수치 저하는 남성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긴 건데,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20대 국가대표인 박태환은 운동량이 어마어마할텐데 남성호르몬이 적었다면, 그 운동량으로 커버가 안 될 정도라는 뜻이 된다”고 했다.
 
하필 박태환이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시점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는 주장이 불거진 것은 박태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장기간 S1 계열(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했던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체내 생성물질인 남성호르몬을 강제로 몸 안에 투입할 경우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박태환은 14일 공판에서 피고측 변호인이 제시한 테스토스테론 수치 결과에 대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태환은 “T병원에서 받은 검사는 알러지 테스트였다. 호르몬 검사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T병원 측이 제시한 테스토스테론 검사 결과는 자신과 상관 없는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박태환으로서는 도핑에 대한 모든 의혹을 씻어내려면 병원 측이 제시한 테스토스테론 검사 결과에 대한 미스터리도 증명해야 하는 추가 숙제가 생겼다. 그것도 호르몬 수치라는 매우 민감한 개인의료정보에 대한 부분에서다.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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