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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10선발 50구원' 계보를 멈춰야 한다

기사입력 2017.01.17 06:10 / 기사수정 2017.01.16 17:41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인턴기자] 현대 야구에서 투수는 맡은 보직에 맞게 등판하고 루틴을 소화한다. 다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투수의 기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잡았고, 따라서 최근 프로야구에서 각 투수들은 자신의 포지션과 어울리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휴식일을 갖는다.

분업화가 일반적인 최근의 추세 속에서 '10선발 50구원'의 기록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로서 10경기, 구원투수로서 50경기 등판했다는 기록은 곧 정해진 보직 없이 상황에 따라 등판했다는 뜻과 일치한다. 과거 보직이 세분화되지 않았던 시절 '10선발 40구원'은 종종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인 현재 불펜으로 등판한 횟수가 50회를 넘는 경우가 등장했다.

첫 주자는 한화 이글스의 송창식(31)이었다. 2015년 한화의 계투조로 54경기에 출장한 송창식은 선발투수로도 10번 마운드에 섰다. 고정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체 선발 역할로 등판했다. 그러나 선발 등판한 후 충분한 휴식일을 부여받지 못하고 다시 불펜으로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전반기 4승4패 8홀드 평균자책점 5.56을 기록하며 포지션 가리지 않고 팀 상황에 맞게 등판했다. 과부하에 대한 우려는 준수한 성적에 묻혔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눈에 띄게 성적이 하락했다. 27경기에 나서 4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은 7.80으로 치솟았다. 피안타율이 0.305으로 크게 늘었고, 전반기 62개의 삼진을 잡아냈던 것과 달리 삼진 25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힘이 떨어지자 홈런을 맞는 갯수가 늘었다. 한 시즌동안 29개의 피홈런을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를 기록했다. 

2016년에도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선발 퀵후크 지시가 잦아지며 불펜의 연투가 늘어났다. 전반기 5승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57을 올렸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으로 인한 염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9월 처음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때는 재활 가능성과 함께 시즌 중 복귀할 수 있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수술이 결정되며 시즌을 마감했다. 주요 보직은 구원진이었던 송창식이지만, 지난 2년간 소화한 이닝은 총합 200이닝이 넘었다.

송창식의 뒤를 이은 '보직 파괴'는 심수창의 몫이었다. 2015 시즌 후 한화로 FA 이적한 심수창은 지난해 총 66경기 중 선발로 10경기, 구원투수로 56경기에 나섰다. 선발, 불펜 등 보직 가리지 않고 마당쇠 역할을 해낸 심수창은 지난해 5승 2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5.96을 올렸다. 무려 113.1이닝을 소화했고 8월에는 '5연투'를 해내기도 했다. 불펜으로 등판할 때 호투를 선보였던 심수창이기에, 하나의 보직으로 고정됐다면 더 나은 성적을 올렸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팀 사정상 보직과 상관없이 등판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한 시즌에 팀마다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하며, 가을야구와 같은 단기전에 주로 등장하는 투수 운용이다. 그러나 최근 한화의 투수들은 정해진 포지션과 무관하게 마운드에 오르곤 했고 이후 권혁, 송창식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오르며 원칙없는 보직 파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지난 2년간 구원진의 체력 저하로 가을 문턱에서 무너졌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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